출판사 리뷰
“이 책은 ‘노년’이라는 시간을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나란히 겹쳐두게 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게 한다.
그러므로 《뜻밖의 우정》은 연하고 단단한 사랑의 기록이다.”
-안미옥 시인
삶의 모든 구석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작가, 김달님
그가 오직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껴안은 노년이라는 세계태어나 줄곧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작가 김달님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이들이자 가장 이해하고 싶던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본격 ‘노년 탐구’ 에세이. 몇 해 전, 작가는 북토크를 마친 뒤 안부를 나누던 편집자에게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는 건 어떻냐는 제안을 받는다. 평소 고민이 많고 신중한 성격의 그라면 대답을 미뤘어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자리에서 바로 써보고 싶다고 대답한다. 《뜻밖의 우정》은 그렇게 불현듯 시작되었다.
이후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작가는 마치 두 사람을 바라보듯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여러 노년에게 씩씩하게 말을 건넨다. 당신을 알고 싶다고. 나는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그 말에 하나같이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삶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던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뜻밖의’ 방향으로 흘렀지만, 그때마다 그는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고. 그 과정에서 작가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 유독 노인들에게 시선이 머물렀던 자신의 마음이, 그들의 이야기 앞에서 속절없이 약해지고 환해지는 마음이, 자신이 오랜 시간 길러온 고유한 감수성이었다는 것을.
여러 매거진에서 일하며 많은 인터뷰를 해왔지만, ‘노년’과의 만남에 앞서 작가가 준비한 것은 오직 궁금해하는 깨끗한 마음뿐이었다. 겪어본 적도, 겪어볼 수 없는 날들을 헤아리는 이야기는 당연히 모름과 모를 수밖에 없음의 연속이었지만, 그 막막함 속에서도 “헤맨 만큼 자기 땅이 된다는 말”처럼 김달님의 뜻밖의 여정은 더 넓게, 더 멀리만 뻗어나간다.
“노년의 삶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벅찬 순간을 글로 적으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표현의 한계에 부딪혔다. 내가 느낀 감동보다 문장 속 감동이 언제나 작게만 느껴졌다. 글에 다 담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삶이 글보다 크다”라는 문장을 실감하는 날들이었다. 그럴수록 마음에 겸손이 깃들었다. 나는 실제의 삶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없다. 다만 온 마음을 기울여 전하려 애쓸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애쓰며 살고 싶었다.”
-본문 중에서
“서로의 삶을 궁금해하고 그 삶을 함께 희망하기.
내게 아주 익숙한 우정의 서사다.”
당연한 사랑에서 시작된 뜻밖의 우정이 건네는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 책은 노년에 대한 탐구의 여정이자 또한 그 과정에서 생겨난 배가 부르다고 해도 일단 먹을 것부터 쥐여주던, “월요일은 원래 웃고, 화요일엔 화창하게 웃고…”와 같은 문자를 보내주는 ‘뜻밖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예순일곱 살에 검도 6단을 취득한 순자, 일흔여섯에 비로소 래퍼 연습생이 된 정열, 작가의 할아버지와 갑장이면서 작가와 가장 뜨거운 우정을 나눈 승기,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은퇴 이후의 하루하루가 더 좋다는 우경,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질문에 언제나 삶으로 대답해주던 윤자, 일흔이 넘어 만나 희한하게 미운 마음 하나 들지 않는 짝꿍이 된 홍자와 옥순, 최애의 건강을 자신의 건강보다 더 바라는 선자, 자기답게 살기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작가의 할아버지 홍무….
작가는 누구에게나 하나하나, 저마다의 모습으로 구체적인 삶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부지런히 알려준다. 또한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삶에는 슬픔 못지않은 분명한 기쁨이 존재한다는 것,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내는 날들 속에도 나를 살게 하는 무언가가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 끝까지 나의 삶을 돌보며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삶으로써 생생하게 보여준다. 모름과 모를 수 없음으로 시작되었던 노년이라는 세계의 여정은, 그들과의 우정에 기대어 다채로운 색으로 모두 다른 질감으로 선명히 드러난다.
“내 곁에 이렇게나 많은 노년이 존재한다는 것, 그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매번 나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년을 만나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에 닿게 되었다.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 사실이 오히려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만나고 싶은 삶이 있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본문 중에서
《뜻밖의 우정》은 노년 세대를 납작하게 이해하고, 편협하게 미워하고, 어렴풋이 사랑하는 우리에게 띄우는 김달님의 편지이자, 언젠가 그곳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반갑게 마주하자고 그때에도 서로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를 궁금해하자고 건네는, 먼저 도착한 우정이다. “‘노년’이라는 시간을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나란히 겹쳐두게” 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사랑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이곳으로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분명하게 오고 있을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쓴 이야기가 나보다 먼저 멀리 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 본문 중에서

우리가 늘 잊고 살아가는 진실 하나. 누구에게나 삶은 유한하고,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하지만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선 죽음을 떠올리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가 ‘늙어감의 당사자’라는 사실 또한 좀처럼 실감되지 않는다. 노년은 언제나 저만치 먼 이야기처럼 여겨지고, 대체로 노년은 상실과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어두운 주제다. 제대로 들여다보기 전에 스스로 눈길을 거두게 되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인터뷰로 만난 여든셋의 한 선생님이 들려준 말처럼, 노년이 그저 죽음을 향해 가는 날들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끝까지 살아가는 날들”이라면, 언젠가 맞이할 나의 노년 또한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어졌다. 다가올 날들에 내가 헤아려본 어둠과 빛이 함께 있기를, 어둠 속에서도 헤매지 않을 손전등을 얻길 바랐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이가 들수록 내가 나를 기쁘게 해주면서 살아야 해요. 안 그러면 슬픈 일들이 널렸거든요. 그러다 보면 금세 활력을 잃어버려요. 그래도 아직까진, 내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면서 사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아요. 사실 제가 어릴 때부터 공부 머리는 없었어요. 그 대신 하고 싶은 일은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해서 꼭 해냈어요. 랩도 그래요. 여든이 되든, 아흔이 되든 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해볼 거예요. 그러면 뭐라도 되어 있지 않겠어요?”
- <정열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