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94년 9월 10일 모성(母星)에서 태어나 2020년 7월 24일 별 여행을 떠난 김희준 시인. 그의 서른한번째 생일에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를 내는 것은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뒤에 남겨진 사라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그리움 때문이다.
만 스물여섯 여름 시인이 이 별을 떠나고 사십구일 되던 날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이 출간되었다. 다음해 1주기에 우주 미아가 된 ‘나’가 별의 자리를, 별의 목소리를, 별과 별 사이를 표류하는 산문을 펴낸 지 5년이 흘렀다. ‘표류’ 대신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시인의 5주기 생일을 맞아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라는 제목을 새로이 지었다.
이름 없이 우주를 유영하던 그림에 책과 똑같은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그시 눌러준 것은 그를 옆에 붙들어 앉히겠다는 김민정 시인의 그리움이다. 이 책의 원고가 연재된 문예지의 편집장이었던 서윤후 시인이 발문을 쓰고, 김희준 시인에게서 시를 배운 제자가 편지를 덧붙인 것은 그의 생일에 건네는 선물이자 시인을 기억하는 그들의 방식이다.
출판사 리뷰
“나는 이 책 덕분에 우주를 더 모르게 되었다.
그것이 참 기뻤다.”
불시착하여 헤매어도 충분하다는 마음,
오 년의 표류를 마치고 돌아온 김희준 시인의 유고 산문
1994년 9월 10일 모성(母星)에서 태어나 2020년 7월 24일 별 여행을 떠난 김희준 시인. 그의 서른한번째 생일에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를 내는 것은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뒤에 남겨진 사라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그리움 때문입니다. 만 스물여섯 여름 시인이 이 별을 떠나고 사십구일 되던 날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음해 1주기에 우주 미아가 된 ‘나’가 별의 자리를, 별의 목소리를, 별과 별 사이를 표류하는 산문을 펴낸 지 5년이 흘렀습니다. ‘표류’ 대신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시인의 5주기 생일을 맞아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라는 제목을 새로이 지어봅니다. 이름 없이 우주를 유영하던 그림에 책과 똑같은 ‘너의 별자리는 옆자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그시 눌러준 것은 그를 옆에 붙들어 앉히겠다는 김민정 시인의 그리움입니다. 이 책의 원고가 연재된 문예지의 편집장이었던 서윤후 시인이 발문을 쓰고, 김희준 시인에게서 시를 배운 제자가 편지를 덧붙인 것은 그의 생일에 건네는 선물이자 시인을 기억하는 그들의 방식입니다.
수많은 별을 껴안아 몸살을 앓던 시인에게 이 책은 새살이 돋는 자리와도 같았고, 이제는 우리가 시인과 만나는 곳이자 시인이 두고 간 이야기와 우정을 나누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행성을 표류하다 지구에 불시착해 자기만의 언어를 만나 여행하는 사람. 그의 손을 잡으면 더 멀리 갈 수도, 손을 잠시 놓으면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돌아와 서로 보고 온 것을 말해주면서 벌어지는 일순간의 충돌을, 서로 연결되어 짓게 되는 별자리를, 불시착하여도 서로 기대어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김희준 시인. 인간이 간직한 그리움이라는 고유의 별자리를 담아, 올리브 동산에서 사랑받고 있을 그에게 ‘옆자리’라는 별자리를 붙여주려 합니다. “우리가 간직한 모든 옆자리가 다시금 빛날 때까지, 이 책은 읽는 우리의 우주를”(서윤후), 그리움을, 또 만나자는 약속을, 여기에 기록할 것입니다.
그러니 알타이르, 새장을 열어두세요
말을 갓 배운 꽃 한 송이 동봉하며 안부를 보내요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월간 『시인동네』에 연재했던 「행성표류기」 열두 편에 미발표분 원고 한 편을 더해 책이 되었습니다. 머리마다 표류 일자를 숫자로 남긴 꼭지들은 때때로 표류기의 형식이었다가, 편지의 말씨였다가, 일기처럼 내밀하고 시의 운율을 타기도 하며 끊어질 듯 끊이지 않습니다. 무한 기호(∞)를 단 어느 조각들에서는 그의 아름다운 모성, 지구에서의 여행기를 만나기도 합니다.
‘블랙홀양피지’를 통해 행성에서 행성으로 여행하는 ‘나’는 장마다 하나의 별자리를 경유합니다. 4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 별자리씩 그 무렵 가장 빛나는 성좌를 택했으니, 열세 행성을 지나는 동안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봄 끝에 이르는 셈입니다. 책에서는 황도 12궁이라 불리는 익숙한 별자리뿐 아니라 삼각형자리, 컵자리 같은 생소한 별자리들을 지나기도 합니다. 바람개비 은하에 잘려 외로운 삼각형자리에서 ‘나’는 밀어주는 사람 없이 그네를 탑니다. 그네를 태워주는 건 떠나라는 뜻인지 돌아오라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왔다갔다 하는 패턴에서 이마로는 외로움이 무릎으로는 밤이 스며듭니다. 몸에 붙은 감정을 게워내며 하늘의 체온을 안고 양자리의 양을 헤아립니다. 땅에 닿자마자 숨을 갖는 신비로운 언어들을 소유한 그는 추상명사가 자라는 땅 위에서 누군가에게 당도하기 위한 편지를 계속 써낼 것입니다
영혼이 순환하는 쉼터에서
오래지 않아 만나게 될 나의 반려, 안녕
“여긴 여름이야, 거긴 어때?” 시인의 시비에 그의 시를 빌려 새긴 인사말입니다. 매년 시인의 기일에는 제자들이 ‘올리브행성의희준과아이들’이란 이름으로 시인의 시비 앞에 모입니다. 시인이 행성의 주소를 남기지 않았기에 놀러갈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시인의 올리브 동산에는 그가 아끼는 모든 것이 그를 사랑하고 있을 것입니다. 벚꽃의 분홍, 유채의 노랑, 산하엽의 하얀 투명함 두루 지나,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뒤에 놓인 올리브 동산 지나, 생전 시인의 목소리를 옮겨와 「끝나지 않은 말」로 담았습니다. 하나의 별, 하나의 세계를 담은 맺음이자 닫히지 않는 이야기. 시인이 보내는 안녕이라는 인사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는,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별자리들의 이야기.
희준의 별자리는 옆자리다. 옆자리를 항상 내어주고는 함께 보자고 말한다. 옆자리는 있을 때 이야기를 보온하고, 없을 때 더욱 빛이 난다. 나는 이 옆자리라는 별을 관측하기 위해 그가 영혼을 부딪치며 만난 이 이야기를 계속 읽는다. 함께 해찰할 수 있어 좋았다고, 각자 본 것을 잊지 말고 언젠가 서로에게 말해주자고 약속한다.
서윤후(시인) 발문「천칭자리는 옆자리가 되어」
도시의 별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유성우를 봤다든가 소원을 빌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까마득하다. 내가 야광 별을 헤아리다 잠든 세대라고 말해도 좋겠다. 캄캄한 밤하늘을 선물해준 앞 세대를 원망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러할 것이므로.
_「시작하는 말」
누군가가 대신 울어준다는 건 근사하지만 부끄러운 일이야. 나는 지금도 곧잘 울어. 하지만 울지 않은 척하지. 얼마나 많은 새가 당신을 위해 울어주겠어. 내게도 그런 아름다운 행성이 있었다고 해. 아주 오래된 일이라 까마득하긴 하지만. 봄이면 우리 행성에서 당신이 가장 빛났다지. 계절의 시작이자 우주가 깨어나는 시기에 당신은 천체의 가이드가 되기도 하고 여행자에게 나침반 역할을 했었다지. 말하자면 선구자였던 셈이지.
_「우주 미아가 될 당신을 위하여,」
모성으로 돌아가면 당신의 등을 밀어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건너온 행성과 만났던 생물을 나열하여 당신에게 보여야겠다. 그러려면 많은 밤을 써야겠다. 그네를 타며 안아본 당신의 허상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일지를 쓴다. 하얗게 흔들리는 밤과 발버둥치는 생의 곡진함을 그리고 기약과 거리가 먼 마른 등을 밀어주는 당신을,
_「바람개비 은하에 잘린 외로운 도형」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희준
1994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다녔다. 2017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2020년 7월 24일 불의의 사고로 영면했다. 그해 9월 10일 만 스물여섯 생일에 유고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이 나왔다. 다음해 1주기에 유고 산문 『행성표류기』를 펴냈다. 2022년 그의 이름을 딴 ‘김희준청소년문학상’이 제정됐다. 이 책은 그의 5주기 생일을 맞아 새 단장을 한 그의 유고 산문 개정판이다.
목차
시작하는 말 ─ 005
목동자리……우주 미아가 될 당신을 위하여, ─ 011
처녀자리……코마의 평원에 머무는 나비 ─ 027
궁수자리……오만한 현자와 거룩한 반인반수의 땅 ─ 043
백조자리……은하를 건너는 밀서와 쏟아지는 알타이르의 새 ─ 061
뱀주인자리……재생되는 낮과 밤, 아스클레피오스의 백사 ─ 079
남쪽물고기자리……물병에 갇힌 포말하우트의 이름들 ─ 097
삼각형자리……바람개비 은하에 잘린 외로운 도형 ─ 113
안드로메다자리……중력으로부터 해방되는 안드로메다의 사육장 ─ 129
오리온자리……성운의 수태고지, 트리에 걸린 첫눈과 슬픔에 빠진 거인 ─ 147
쌍둥이자리……배태하는 백조의 아이들; 북하北河의 껍질 ─ 165
작은개자리……귀애하는 나의 반려 ─ 183
컵자리……칸타로스에 담긴 주신酒神의 환각 ─ 203
까마귀자리……자오선을 회전하는 오좌烏座의 낭설 ─ 223
끝나지 않은 말 ─ 243
편지 사랑하는 애기 선생님께……이미성(제자) ─ 247
발문 천칭자리는 옆자리가 되어……서윤후(시인) ─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