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저 길 끝에는 누가 있을까? 상상하면서 비를 맞고 바람에 흔들려가며 뜨거운 태양 아래 하루 7~8시간을 걷고 길의 끝에서 하루치 글을 쓰고 차박을 하면서, 제주도와 동해안, 남해안과 서해안 길을 직립원인의 원동력인 두 발로 걷고 걸은 2023년과 2024년 159일 간의 기록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다섯 번째 책으로 엮는 기분은 자못 비장하다.
출판사 리뷰
게으른 장닭이
해가 똥구멍을 비추는 늦은 시간에 홰치는 소리, 컹컹 개 짖는 소리, 경운기 한 대가 가쁜 숨으로 털털거리는 소리, 닭똥 냄새, 벼 벤 논바닥에서 볏짚 마르는 냄새, 대문 앞에서 햇볕바라기 하는 할머니, 마당에서 톡 토독 톡 토독 들깨 터는 소리, 찬 이슬 맞아 더 짙게 풍기는 들깨밭 깻잎 냄새, 간간이 서울로 여수로 바람을 가르며 쏜살같이 내달리는 기차 소리 사이로 엄마 냄새를 맡았다.
【엄마 냄새】
이천이십삼 년
시월 십일 일 수요일이었어요
이른 아침
남파랑길 여수 율촌 마을 어디쯤 걷고 있을 때
어디선가 엄마 냄새가 훅 하고 끼쳐 오는 거예요
가만히 살펴봤더니
이슬 맞은 들깨밭에서 엄마 냄새가 나는 거예요
들깻잎 한 장 따 코에 비비고
손으로 이겨도 보고 배가 부르도록 엄마 냄새를 맡고
주머니에도 한 장 넣고 온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았던 엄마 냄새가 나는 그런 하루였지요
그런데 그날 밤
엄마는 끝내 오시지 않았어요
작가 소개
지은이 : 魚隱堂 이관형
경기도 화성 출생신들메를 고쳐 매면서배낭 하나 걸쳐 메고길에서 글을 줍는 남자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제주 올레길
제2부 해파랑길
제3부 남파랑길
제4부 서해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