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집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Beginning the End》, 《에게서 에게로》까지 한국적 신화 상상력을 질끈질끈 잘잘 피워내는 시인, 김근의 시론이다. 시인이 밝히는 자신의 시 이야기가 또, 긴긴 몇 편의 장시이다. 그 시의 바탕을 길게 더듬는 더늠이기도 하다. 물에 잠긴 옛옛 집과 고샅의 이야기부터 물 기슭으로 옮겨가 살은, 길이 새로 나 그마저 삼켜 사라진 옛집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인의 시가 어떤 오래된 신화의 흔적을 잉태하고 피워내었는지, 찬찬 옮겨낸다. 시인의 어조, 그대로다.
그 시의 첫, 내력을 밝히는 외삼촌네 서가의 소월 시선으로부터 서울 변두리 판잣집과 골목, 호수 곁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 들은, ‘온통 흐물거리는 시로 가는 머나먼 여정’을 풀어내어 놓는다. 어릴 적은 그를 그의 시를, 우물 하나로부터 마을을 송두리째 삼킨 호수(조산저수지) 이 두 개의 물 사이에 놓아두었다.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물과 물 사이에서 그는, “내 시가 처음 태어날 무렵의 이미지들의 마구잡이로 섞인 혼돈스럽기 짝이 없는 한 덩어리 혹은 시가 태어나 그 스스로가 내게 제 근본을 물을 때 대답해줄 요량으로 마련한 대답”을 철썩, 부려 낳는다. 그의 우물은 그에게, 듣고 말하는 법을 비밀스레 전해주었던 것이다.
그의 시론은, 또 그를 둘러싸고 그에게 수많은 이야기의 옷차림을 차려 입히는 기억에 대하여, 빈몸에 들어 몸부림으로 말을 낳는 막다른 존재들에 대한 짧은 보고서이다.
출판사 리뷰
이야기를 낳는 우물에서 호수에서 시는 태어나 살고 지고
시집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Beginning the End》, 《에게서 에게로》까지 한국적 신화 상상력을 질끈질끈 잘잘 피워내는 시인, 김근의 시론(詩論)이다. 시인이 밝히는 자신의 시 이야기가 또, 긴긴 몇 편의 장시(長詩)이다. 그 시의 바탕을 길게 더듬는 더늠이기도 하다. 물에 잠긴 옛옛 집과 고샅의 이야기부터 물 기슭으로 옮겨가 살은, 길이 새로 나 그마저 삼켜 사라진 옛집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인의 시가 어떤 오래된 신화의 흔적을 잉태하고 피워내었는지, 찬찬 옮겨낸다. 시인의 어조, 그대로다.
그 시의 첫, 내력을 밝히는 외삼촌네 서가의 소월 시선으로부터 서울 변두리 판잣집과 골목, 호수 곁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 들은, ‘온통 흐물거리는 시로 가는 머나먼 여정’을 풀어내어 놓는다. 어릴 적은 그를 그의 시를, 우물 하나로부터 마을을 송두리째 삼킨 호수(조산저수지) 이 두 개의 물 사이에 놓아두었다.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물과 물 사이에서 그는, “내 시가 처음 태어날 무렵의 이미지들의 마구잡이로 섞인 혼돈스럽기 짝이 없는 한 덩어리 혹은 시가 태어나 그 스스로가 내게 제 근본을 물을 때 대답해줄 요량으로 마련한 대답”을 철썩, 부려 낳는다. 그의 우물은 그에게, 듣고 말하는 법을 비밀스레 전해주었던 것이다.
그의 시론은, 또 그를 둘러싸고 그에게 수많은 이야기의 옷차림을 차려 입히는 기억에 대하여, 빈몸에 들어 몸부림으로 말을 낳는 막다른 존재들에 대한 짧은 보고서이다.
시인의 창작노트는 시 너머의 시를 닮았다. 시의 오래된 ‘모호한’ 몸부림을 담았다. “자명하고 확고한 것들이 지금-여기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자명하게 목도하고 있다. 몸은 모호하다. 모호한 시는 모호한 몸으로 쓰는 시다. 몸으로 쓰는 시는 몸으로 읽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또한 “쓰는 동안 수없이 흥분과 좌절과 회의와 지연”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끝까지 쓰기의 우연과 즉흥을 유지하려 했다. 어쩌면 이 시에는 더 많은 우연과 즉흥이 필요했는지 모른다”며 그 많은 ‘수없는’ 사이에서 태어난 시를 ‘우연과 즉흥의 역설’로 다시 읊고 있다. 몇 편의 창작 뒷이야기를 묶고, 최근 펴낸 『에게서 에게로』의 창작적 계기들과 더불어, 시와 현실이 만나는 길목의 ‘처연함’을 이야기한다.
시론의 붙여 챙겨놓은 「소설 분서」는, 「분서」 연작을 마치고 난 뒤에 그 시들을 모아 다른 형식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더해, 몇 개의 인터뷰도 담았다. 『뱀소년의 외출』과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두 권의 시집 이후, 세 번째 시집을 준비하며 그의 시세계 이야기를 후배들과 나눈 이야기며, 시집 『에게서 에게로』 출간 이후 인터뷰, “20대 때 거리에 나서면 무섭고 외로웠거든요. 우리는 고립되었고 돌아오는 건 국가의 폭력과 비난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시집 제목에서 체언의 자리는 그 무수한 당신들의 색색의 불빛을 위해 비워 놓은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제 시가 그 무수한 연결과 관계들 속으로, 그 아름다운 혼잡 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그의 시가 누군가와 경계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 현장에 대한 중계다. 이제 시인 김근과 김근의 시들과 우리가 이어질 때다.
내가 시를 쓰기로 마음먹은 게 김소월을 만난 그해 여름의 기억 때문만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 기억 덕분에 의미보다는 내 속에서 불러일으켜지는 감각과 울림을 중심으로 시를 읽는 버릇이 생겼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시 쓰기 역시 그렇다. 내 시가 의미 이전에 누군가의 가슴에 강렬한 감각과 울림의 경험을 먼저 불러일으켜 주길 항상 소망한다. 이후 김소월을 읽으면서 김소월의 훨씬 더 많은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이따금 「초혼」을 읽으면 그때 모든 시간의 감각들이 내 몸을 감싸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시는 마지막 애타는 부름이 끝내 사라져간 지평 너머로 나를 이끌고 간다. 아직도 김소월은 내게 그런 시인이다. 언제까지고 그런 시인일 것이다.
나는 우물에게서 말을 배웠고, 이제 우물은 사라져 없고, 이제 우물에 물 길러 오는 여편네도 남정네도 없고, 해서 이제 우물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우물이 있었는지조차 잊었고 없고, 우물을 기억하려는 기억조차 연기처럼 흩어져 버리고, 다만 부옇고 정체를 모르고, 말은 어제의 말이고,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말이고, 어제가 기억하는 기억의 훨씬 더 어제의 말이고, 해서 어제가 오늘 쪽에서 제 몸뚱이를 들이밀지 어떨지 모르고, 또 해서 내일이 어제인지 어제가 내일인지 또 모르고, 해도 사라져 없는 것들에게 배운 말이, 있지만 없는 것들, 오늘의 생살 속에서 펄떡펄떡 살아서 잠시 오늘의 시간을 찢고 오늘이라는 오늘 혹은 내일이라는 오늘 어제라는 내일을 보고 또 보게 할는지 누가 알까 하고, 해서 지금은 없는 우물의 저 아래 단층에 행여 묻혀 있을지 모르는 시체 흩어진 뼈 쪼가리들이나 파고 헤치고, 킬킬킬, 해도 나는 청맹과니나 아닐지 하고, 우물에게 두 눈을 빼앗기었기나 해서 있는 것 앞에서야 오줌이나 질질질 지리고나 있는 것은 아닌지 또 하고, “똥, 땡, 똥, 땡, 찡, 찡, 찡……”, 우물이 말을 하고, 어제의 말을 하고, 나는 우물에게서 말을 배웠고,
나는 더디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재현적 현실에 육박하는 언어로 즉각적으로 현실 문제에 대응하는 일이란 처음부터 내 능력 밖의 일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 들이댄 예민한 촉수를 거둘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먼저 아프고 더 많이 아파도 그것은 불가피하다. 현실은 억압이지만, 한편 나를 시인이게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만 더디 갈 뿐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 길 위 나를 압도했던 현실의 파편과 잔해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적 주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믿음은 있다. 그가 내가 한번도 상상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견인하며 현실을 향해 불가능한 질문을 던질 것이란 믿음 또한.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회의하고 회의할 것이다. 고민하고 고민할 것이다. 현실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언어들에 대해서. 그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 시가 끝나지 않은 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근
고창에서 태어나 높너른 산들강, 바다의 품에서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마쳤다. 이 땅 사람들의 오랜 생각을 길어 올리기 위해 그 깊은 바탕을 헤짚는 물물땅 바람의 시인이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신화적인 상상력과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시켜서하는tv’의 호스트로 시와 대중음악에 대한 영상 콘텐츠를 중계한다.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Beginning the End》, 《에게서 에게로》, 문학선 《반짝과 반짝 사이》가 있다.
목차
펴내는글
나의 첫,
시를 위한 흐물거리는 각주
죽은 나무
두 물 사이
우물이 말을 한다 어제의 말을 한다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보랴?
다른 시간에 관한 몽상
귀신이 온다
시에 대한 10개의 메모
그 여름, 세 편의 몸부림 혹은 창작노트
우연과 즉흥의 역설
<시작노트> 1
<시작노트> 2
<시작노트> 3
망각에서 새로운 기억으로
더디 가는 자를 위한 변명
짧은소설
소설 분서(焚書)
짧은인터뷰
구름극장에서 만났던 뱀소년 이제 어디로 외출하려는가
아름다운 혼잡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