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점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출판사 리뷰

희망이 없기에, 아름다운 꽃

이점선에게, 그것뿐이라는 그 순해지는 생이, 그의 순한 눈빛으로 행해질 때 그가 처음의 밀실에서 꿈꾸던 비밀스럽고도 어두운 삶을 세계의 광장으로 넓고 밝게 펼칠 것이란 희망을, 희망 없이 가져본다. 희망 없기에, 아름다운 꽃인 고양이가 부드럽게 슬며시 지나간 순간 바로 생의 기미를 눈치챘다고 뒤돌아보았을 때, 고양이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으니 말이다.
―정남식(시인)

어둠의 안쪽에서 나 아직 한마디도 그
말을 듣지 못하여 늘 그곳을 기다리네
기다림은 미치게 하고 미친 힘으로 벽을
긁어대고 헉헉거리는 숨 지하의 밀실은
늘 축축하고 고독한 나머지 휘어진 등뼈로
천 년 전의 기호로 주술문을 뜯는다네
-〈나의 밀실에게〉 일부

아버지, 전깃불도 안 들어오던 어릴 때
잘 찢어지는 갱지에 줄을 그어 한글을 가르쳐 주셨지요
가갸거겨 평상에 앉아 달맞이꽃이 팽그르르 핑 소리 내며
국수 먹으라 부를 때까지 큰 키 허리를 구부리고
글자를 가르쳤어요 나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아버지 글자 공장〉중에서

폐암 말기의 발가락
멀리도 달려왔으나
능소화처럼 주렁주렁
늘 관에 눕는 자세로 잔다
―〈숨은 그림〉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점선
2004년 《시와 세계》 겨울호 등단시집 《안개기법》(2016)한국문인협회 회원한국아동문인협회 회원 경남문인협회 회원 진주문인협회 회원

  목차

시인의 말 3

제1부

눈 내리는 습관 10
가자 수요일로 12
건널목 15
나의 밀실에게 16
졸업 18
이파리 19
모르는 사람의 슬픔에 대하여 20
근황 22
딴짓 23
도마와 이 24
고양이의 꿈 26
무덤에서 썩지 않는 편지가 있었네 27
가득한 공복 28
티벳 종소리를 듣는 밤 30
환상의 책 32
자정에는 고요를 듣는다 34

제2부

고양이와 나 사이 36
숨은 그림 37
나의 성분性分 40
바이칼에서 43
삼색 볼펜 44
나무에 대한 사색 45
섬 46
언니와 언니는 정반대입니다 48
가장 가까운 사람 49
일어나는 방식 50
괜히 꿈 이야기를 하고 있다 52
사방연속무늬 놀이 54
사라진 마을 55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를 반복하는 증상 56
밤의 기록 58
바느질을 해 보다 61
닥터 지바고와의 한 철 62
쓰다가 말다가 66
호적 68
홍범도는 아직 손톱으로 갈대밭을 파고 70
〈닥터 지바고〉 감상문 72
하지 말란 말인가 하란 말인가에 대한 고민 73
무게를 견디는 자세 74
못 치는 자리 76

제3부

위험한 한철 78
각 행마다 고양이가 있네 80
하현달 81
잠 82
빨강 84
여수 85
연蓮 분갈이 86
수양 무궁화 88
아침잠 89
장마 90
아버지 글자 공장 92
오늘 나는 네가 살지 못한
만 구백오십 번째 밤 94
진달래 95
유등 96
부드러운 존재들 98
남해 가는 길 100
퐁네프 다리 아래 흐린 강물은 흐르고 101
데이지를 키우는 창가에서 102
한 겨울이었다 105
여차 해변 106
다림질을 한다 108

해설│희망이 없기에, 아름다운 꽃정남식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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