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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마음의 기도
시와사람 | 부모님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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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서정시는 시인의 시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드러내며 삶과 정신성을 보여준다. 강대실 시인의 시 또한 이러한 면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시의 변방에서 먹물이 들었지만/시를 계속 지어야 진정한 시인”(「시인과 시」)이라 하고, “세월이 절수록 번질번질 윤이 나는” 생명력 있는 시를 꿈꾼다. “향라 치마 저고리에 외씨버선 신은/새악시 같이 아리따운 詩”(「꿈결의 시」)를 지향한다.

은퇴 이후 옥죄던 형식에서 벗어나 둘레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 「태왕봉 일기」 연작이 최근의 삶을 말한다. “어떤 날은 하루가 물먹은 솜뭉치 같지만... 잘 익은 홍시 같이 달보드레한 詩 한 편 꼭, 빚어낼 것 같은” 예감으로 ‘방황의 호사’를 누린다. 시와 삶의 일치를 궁구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하고자 한다.

이번 시집은 자기 성찰과 생명성, 고향·유년·가족애로 확장된다. 「못」과 「숲속에 들어」는 꿀 발린 말을 경멸하고 참말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질의 무게를 그린다. 「진대나무 붓다」와 「해토비」는 자연의 순환과 봄의 경이를 노래하고, 「그림자」 「아내에게」에서는 피붙이의 얼굴에 부모가 살아 계심을 본다. 서정시의 효용을 되새기며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길을 연다.

  출판사 리뷰

▣ 작품론

삶의 방식 모색과 생명성, 그리고 가족애


강 경 호
(시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1.
서정시는 시인의 시에 대한 인식과 이를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며, 더불어 시인의 삶과 정신성을 보여준다. 강대실 시인의 시 또한 이러한 면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강대실 시인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이번 시집에서 말해주는 시편들이 눈에 띤다. “시의 변방에서 먹물이 들었지만/시를 계속 지어야 진정한 시인”(「시인과 시」)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루판에 박힌 옹이처럼/세월에 절수록 번질번질 윤이 나는”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세월이 절수록 번질번질 윤이 나는” 시는 생명력이 있는 시를 말함이다. 이러한 시는 “동문 위 찬란한 빛살보다/더 향기 감칠맛 나는”(「짝사랑」) 시이다.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시를 쓰고 싶음이 “향라 치마 저고리에 외씨버선 신은/새악시 같이 아리따운 詩”(「꿈결의 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렇듯 시에 진정성을 지니고 있는 강대실 시인은 “어떤 날은 하루가 물먹은 솜뭉치 같지만/머잖아 마음의 진창에 더덩실 달 떠올라/잘 익은 홍시 같이 달보드레한 詩 한 편/꼭, 빚어낼 것 같은 예감에/오늘은 방황의 호사, 누리는”(「방황의 호사」) 것이라고 고백한다. 자신이 기다리는 시 한 편을 위해 ‘오늘의 방황’조차 ‘호사’로 인식하고 있으니 그것이 시 쓰는 즐거움인 것이다.
이렇듯 시에 심취해 있는 강대실 시인은 은퇴 이후 그 동안 옥죄던 삶의 형식들에서 자유로워져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태왕봉 일기」 연작은 최근 시인의 삶을 말해준다. “번질번질 걸치고 간다”(「태왕봉 일기 1」). 이때 시인은 “자작시 하나 옴질옴질 읊조리며/가재 뒷걸음 떠올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사회적 규율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서, 시인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시인의 내면 중심에서는 “종심의 아름다운 삶 꽃피”우는 것을 자신의 길이라는 인식이 투사되어 있다.
‘태왕봉’은 강대실 시인의 거처 부근에 있는 뒷산으로 시인은 날마다 둘레길을 산책하며 사색하는 장소이며 공간이다. 이 산책길을 오르내리며 삶을 관조하는 시인은 생의 참된 가치를 시를 통해 형상화 시키므로 후반기 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는 매우 소중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산책길에 ‘젊은 소나무’가 ‘노송’을 부축하는 모습도 살펴보고(「태왕봉 일기 2」), ‘둘레길’을 빗자루로 쓸기도 한다.(「태왕봉 일기 3」) 이러한 행위를 통해 “어느덧 환해지는 지구 한 귀퉁이”(「태왕봉 일기 8」)를 느끼며 보람을 찾는다.
이처럼 은퇴 이후 자신이 원하는 삶을 통해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다분히 생활적인 측면만이 아니다. 시와 삶의 일치를 지향하는 시인은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하여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강대실 시인의 시적 지향이며 노년의 생활이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이번 강대실 시인의 시집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시세계는 자신의 삶을 살피며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하기 위한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산을 오르며 자신이 가는 길이 울퉁불퉁한 것은 “나조차 보듬기에도 부족한 가슴에/꿀 발린 발을 경멸한 탓이”(「숲속에 들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를 「가난한 마음의 기도」, 「못」, 「하심」, 「설산」 등 여러 작품에서 고백하고 있다.
또한 강대실 시인은 생명성을 탐구하는 시편들에서 모든 생명의 등가의 동등함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처럼 어머니 같은 존재로 흙을 인식하고, 매화꽃 핀 모습을 화엄으로 바라보는 의인화법, 봄날 땅을 적시는 봄비와 이로 인해 살아나는 생명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 그리고 죽은 나무가 생명의 터전이 되는 자연의 섭리와 순환을 담담한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강대실 시인의 또다른 시적 관심은 고향과 유년, 그리고 가족애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유년의 고향 이야기를 호명하여 때묻지 않은 시간을 마주하며 인간 내면의 순수를 상기시킨다. 더불어 형제들의 얼굴에서 피붙이들임을 다시금 확인하며 가족애를 되새긴다.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보내는 애틋함에서 뜨거운 가족애와 결속력을 다진다.
이렇듯 강대실 시인의 시는 본질적으로 “왜 시를 쓰는가?”라는 물음에 가장 인간적이고 휴머니즘적인 대답을 구하고 서정시의 효용성을 되새기고 있어 시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에 마음이 든든하다.

2.
인간은 미완의 존재이다. 그러므로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성찰하며 통찰한다. 그러나 완성에 이르는 일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어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깨달음을 향해 간다. 강대실 시인의 가장 핵심적인 시적 세계 또한 자신의 삶을 살피면서 보다 나은 인간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결국 서정시의 가장 큰 효용성을 위해 삶의 실천과 시적 세계를 갱신하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책무라는 걸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탕! 탕! 못을 박았다
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
어지간히 믿었던 많은 가슴에다

깨소금처럼 고소했다
마음의 탕개 풀려 눈에 뵈는 게 없고
하늘 무서운 줄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해 보면
박힌 못에 붙박여 곁이 허허로웠으나
세상 막사는 개망나니,
질매를 당해도 버릇을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녹슬고, 못 쓴 지 오래
조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
파란 많았던 生 돌아본다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못들,
이제 대침 되어 야윈 가슴골 찔러대고
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 「못」 전문

이 작품에서 ‘못’의 상징적 의미는 사물과 사물을 이어주는, 철물점의 물건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언어나 행위를 말한다.
시적 화자는 “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어지간히 믿었던 많은 가슴에다” “탕! 탕! 못을 박”곤 했다. 이럴 때면 “깨소금처럼 고소했다”고 고백한다. “하늘 무서운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망치도 못도 녹슬고, 못 쓴 지 오래”되어 “조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파란 많았던 生 돌아본다” 그동안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못들”이 “이제 대침 되어 야윈 가슴골 찔러대고/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고 한다. 젊은 시절 누군가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고소해 하였지만, 그동안 시적 화자가 질러댄 못들이 오히려 대침이 되어 자신의 가슴에 못질하고 있다는 깨달음과 후회가 시적 화자에게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음을 잘 묘파하고 있다.
이 작품 속의 이야기는 시적 화자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삶에서 만나는 일상으로 시인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승화하고 있다.
앞의 작품처럼 시인의 구체적 삶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성찰의 태도를 잘 보여준 작품이 「숲속에 들어」이다.

괜스레 내가 밉고 울화가 치밀어
마음을 어르며 비비한 세우 길 나선다
삼나무 편백나무 화엄을 이룬 극락
그 향기 자욱한 한재골 트레킹 코스 초입에다
무거운 발길 벗어놓고
나무랑 산이랑 꼼지락꼼지락 걷는다
이러히 내 길이 울퉁불퉁한 것은
나조차 보듬기에도 부족한 가슴에
꿀 발린 말을 경멸한 탓이리
하나 둘 주위와 격을 두고 먼전으로 돌다
어느덧 무인도 첩첩한 가시울타리 속에
꼼짝 못 하게 갇혀 버린 나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
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
울울창창한 숲속의 일행이 된다
스스로 만든 그늘을 깨친 갈맷빛 욕망
야금야금 하늘길 열어가는 나무들의 나랫짓
어디 한 점 게으름도, 서두름도 없다.
- 「숲속에 들어」 전문

살다보면 “괜스레 내가 밉고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시적 화자는 삼나무 숲을 걷는다. 이때 “무거운 발길”을 벗고 맨발로 길을 간다. ‘무거운 발길’을 벗는 것은 단순하게 신발을 벗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길을 간다는 뜻이다. 이때 발바닥이 흙을 밟는 촉감이 ‘울퉁불퉁’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을 시적 화자는 “꿀 발린 말을 경멸”한 그동안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꿀 발린 말을 경멸”하는 것은 성격 탓이긴 하지만, 근원적으로 시적 화자가 진실된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를 유폐시킨 결과에 이른다. 시인은 본디 어떠한 형태든 ‘참말’, 즉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 ”고 한다. 살아가는 일과 시 쓰는 일이 같은 것이어서 시적 화자는 끊임없이 ‘꿀 발린 말’을 멀리 하고 진실의 옷을 입은 참말을 찾기 위해 마치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맑은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맨발로 산을 오르듯 “울울창창한 숲속의 일행이 된다”. 숲은 때묻지 않은 언어의 표상으로 시적 화자는 숲에 스스로 동화되기를 자처한다. 나무들은 야금야금 하늘길을 열어가는 데 게으르지 않는 것이어서 숲의 일행으로서 시적 화자는 마침내 하늘길에서 자신만의 참된 언어를 구하고자 하는 구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는 시인의 미적 경험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특히 자신의 모순되고 결핍된 삶을 성찰하는 시편들은 시와 삶의 일치를 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시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궁구한다. 강대실 시인의 이러한 시적 경향은 위의 작품들 외에도 시집에서도 자주 눈에 띤다.
「가난한 마음의 기도」에서 “그대 샘물 같은 눈망울 마주하는 날이면/어디선가 나도 몰래 숨어든 허욕도/긴긴 일월 못 버려 뿌리 깊은 미움도 그만”이라고 한다. ‘그대’로 지칭되는 존재의 “샘물 같은 눈망울”을 바라보며 허욕에 찌든 마음과 누군가에 대한 “깊은 미움”도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을 정화시킴으로서 “꽁꽁 매인 내 배를 풀어/유유히 꽃노을 강 노 저어” 가겠다고 한다.
「하심下心」은 말 그대로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이다. 유유자적한 노후를 살아가기 위해 “느티나무 푸르른 그늘 멍석에 누워/바람도 흰 구름도 유정하자 손짓 보낸다”고 한다. 마치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가 낙향하여 은일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바람과 흰구름과 내통하며 살아가는 “칠갑의 강에 下心을 던지는 바람 한 줄기”가 상징하는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자연과 함께 “나직한 흙집 지어 무심히 살”고자 하는 시인의 소소한 꿈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설산雪山」에서는 겨울산에서 눈을 짊어진 채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주고” 있는 키 큰 나무들을 바라보며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본 적 있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스스로에게 하는 것으로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렸던 자신의 삶을 아프게 성찰하며 “내 속 깊이 다짐한다, 나를 죽이라”고 다짐한다.
「진언」에서도 성찰하는 태도에서 결기가 보인다. “백골 이백 여섯 조각”으로 은유화된 인간 존재에 대한 허무를 묘파하는데, “부귀영화니/이름 석 자도/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며 “어떻게 사느냐”가 삶의 본질임을 말한다. 그러므로 “꽃 마음으로/함께 산을 넘어 주고/물이라도 건너 꼭, 맞손 잡”겠다고 한다. 누군가의 손을 맞잡는 뜨거운 마음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3.
생명이 있음으로 존재한다. 지상의 살아있는 것들은 생명이 있음으로 하여 존귀하고 존엄하다. 그러나 세상은 이러한 존귀와 존엄이 인간 중심적인 기율에 의해 파괴되고 불평등하여 누군가는, 무엇인가는 억압당하고 무시된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는 늘 수평적 관계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다른 차원에서의 생명성은 생물학적인 목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때 살아있었으나 죽음을 통해 또다른 생명성을 갖기도 한다. 강대실 시인의 생명성 탐구의 시편들은 목숨을 가진 것들은 물론 근원적으로 생명의 본질을 옹호하고 그 소중한 가치를 읽어내고자 한다.

뜨락 햇볕 이따금 들러가는 마당귀
기세 어울린 떨기나무 사이 낯선 얼굴 하나,
몸피 또렷하고 훌쩍한 줄기에
채 여물리지 못한 열매 몇 낱 여운 애틋한
대번에 쑤욱 뽑아내려 하자
지지직... 왜, 나예요!
들입다 내지르는 절규
손끝 억척에 자존의 고갱이 버리고
그만, 쏘옥 나신을 드러내는 애초
아무 눈에도 안 띄는 땅속 첫길을 내며
얼마나 많은 일월을 손발이 부르트고
온이 땀바가지 되어 가쁜 숨 몰아쉬었으면
이리도 야무지게 목줄 대고 있을까
오늘도, 감나무 밑에 두고 온 삿갓 미사리
언뜻언뜻 떠오르는 어스름 강변
어디서 돌멩이라도 하나 날아들 것 같아
얼른 그림자를 감춘다.
- 「잡풀을 뽑으며」 전문

강대실 시인은 은퇴 이후 소일거리로 텃밭을 일구기도 하고 가까운 산을 오르며 산책하는 은일한 노후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 친화적인 일상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탐색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당에서 잡초를 뽑는다. 그런데 “낯선 얼굴”을 만난다. “몸피 또렷하고 훌쩍한 줄기에/채 여물리지 못한 열매”를 달고 있다. 시적 화자는 잡초로 생각하고 “대번에 쑤욱 뽑아내려” 한다. 그러자 “왜, 나예요!”라고 소리치는 정체모를 풀이 따지듯 소리친다. 그 풀은 애초艾草로 뽑히고 만다. 애초라는 풀을 의인화시켜 시적 화자의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잡풀 속에서 ‘왜 내가 뽑혀져야 해요?’라고 애초가 말하는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시적 화자의 생명관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디 모든 생명의 등가는 동등하지만 잡초와 화초를 구분지은 인간의 잣대에 대해 시적 화자는 회의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다음의 「진대나무 붓다」는 생물학적인 생명의 개념을 뛰어넘어 생명의 가치를 본질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지리산 화엄사 등반길,
긴 허리 꼿꼿이 못 펴고 살아
대웅전 대들보로 쓰임 받지 못한

해와 달이 먼 일가같이 대해도
그윽한 꽃향내 크고 작은 날벌레 분분히 찾고
나무갓 큰 품 놀란 산짐승 걷어안았을

독야청청 허연 알몸이 절개 지켜 가다
골바람에 그만 힘없이 쓰러져
청설모 산지니 쉴 등 대주고
산객들 땀 밴 옷 받아 뽀송뽀송히 말리는 일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 있다는

바람의 발톱에 긁힌 흐물흐물한 살은
배고픈 흰개미 땅강아지 지네
옆구리 곪아 터진 음부는 진물 빠는 버섯들
공양할 제물이다는

궁극에 남은 지스러기는 기꺼이
흙으로 썩고 섞이어, 목숨 탄 것들 보금자리로
보시의 공덕 닦아야 한다는

우연히 연이 닿아 상면했지만
아직껏 어디서도 한 번을 뵌 적이 없는
사람이 못할 일을 다 하는 진대나무 붓다.
- 「진대나무 붓다」 전문

시적 화자는 “지리산 화엄사 등반길”에서 죽은 나무를 바라본다. 이 나무는 “긴 허리 못 펴고 살아” 허리를 펴고 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굽은 나무일 것이다. 그러므로 “대웅전 대들보로 쓰임 받지 못”했다. 나무는 죽어서도 대들보로 다시 생명을 얻기도 하지만 등반길에 만난 나무는 그대로 썩어가고 있다. 강대나무로서는 “독야청청 허연 알몸이 절개 지”켰지만 마침내 바람에 쓰러져 생명이 다하고 만 나무이다. 그러나 “청설모 산지니 쉴 등 대주고” 등산객들의 젖은 몸을 말리기도 한다. 더불어 “배고픈 흰개미 땅강아지 지네”들을 키운다. 그리고 “흙으로 썩고 섞이어, 목숨 탄 것들 보금자리로/보시의 공덕 닦”는다. 이처럼 자연의 순환을 통해 죽어서도 여러 생명을 길러내고 마침내 자연으로 돌아가는 진대나무의 일생과 죽음 이후의 과정들은 “사람이 못할 일을 다 하는” “붓다”이다. 죽음으로서 새로운 생명의 터전이 되는 진대나무를 시적 화자는 ‘붓다’라고 한다. 불교의 창시자인 싯다르타에 견주고 있을 정도로 쓰러져 죽은 나무인 진대나무를 성인처럼 고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시인은 자연의 구성원인 죽은 나무에게서 생명의 순환을 발견하며 붓다의 모습을 읽음으로서 생명성 앙양에 천착하고 있다.
강대실 시인의 생명성 모색은 주로 ‘봄’이라는 계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에서 발화한다. 주지하다시피 봄은 생명이 움터오는 계절이며 신생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해토비[解土雨]」에서 시적 배경은 입춘 무렵이다. 봄이 시작되는 이날을 기점으로 만물이 다시 살아난다고 하는데 이때 내리는 비가 해토비[解土雨]이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당에 비가 내리는 모습을, “웬 녀석들이냐!/삼동이 꽁꽁 더께 진 마당에/소곤대는 놈들이”라고 의인화법을 구사하여 땅의 잠을 일깨우는 봄비가 내리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형상화시켰다.
「하늘 맑은 봄날」은 청명한 봄날 매화나무나 감나무 밑에 가는 것을 시적 화자가 “낯 뜨거워라” 하고 주저한다. 청매실과 감꽃 피운 나무들이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다리며 차리는 “올해도 한가득 차리는 맞이 상” 때문인데, “이내 가슴 아”리다고 고백한다. 봄이 되어 살아있는 것들이 풍요롭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풍요롭게 상차림 하는 것에 대해 시적 화자는 멀리 떠나 소식 없는 “우리 님” 생각에 가슴이 저며온다. 봄의 정취와 모두가 살아오는데 소식 없는 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마음이 아파오는 것이다.
「경삿날」은 봄이 되어 삭막한 앞산이 새뜻한 얼굴을 내보이는 날 산새 소리, 춤추는 산들바람, 그윽한 솔향기 풍겨오는 봄날, 어디선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으로 경이롭게 노래하고 있다.
「민들레꽃 4」는 “갖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민들게가 봄의 길목을 꽃등 밝히는 모습에서 봄의 뜨거운 기운을 읽어낸다. 그리고 민들레 씨앗을 세상에 홀홀 흩날리는 모습에서 ‘생의 깨달음’, ‘향기 농농한 법문’을 읽어내며 묵언수행하는 보살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이채롭다.

4.
서정시는 세상의 불화와 갈등, 그리고 절망을 극복하고자 하는데서 발화한다. 생로병사의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견뎌내고 이겨낼 것인가에 골똘한다. 현실의 부조리와 그늘은 하나의 도전으로 시인은 이에 대한 응전으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 이때 시인은 유년과 고향, 그리고 가족을 배경으로 하여 지난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한다. 특히 유년의 고향, 가족은 때 묻지 않은 공간이 되고 가족은 자신 앞에 놓여있는 난제를 극복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세속적 욕망과는 거리가 먼 유년이라는 시간적 공간은 세속적인 삶에 찌든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정화기제 역할을 하고 고향 또한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특히 가족은 힘든 삶을 이끌어가게 하는 용기와 활력이 된다.

별처럼 총총한 까까머리 시절의 추억
바람 따라 산고개 넘어 진외가 찾아 나섰다
고샅고샅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다
마침 감나무 그늘 아래서 한더위 식히던
너와 깜짝 눈이 마주쳤다

첫눈에 어찌나 참하고 어여쁜지
그만 서녘으로 기우는 해를 잃었다
삼촌댁 굽이돌아갈 갈재가 걱정이 되었는지
꼭꼭 다독여서 품에 안겨 주었다

꽃애기야, 네가 씹어 넘긴 설움 이었더냐!
녹두장군 호령에 영마루 후유 올라서자
어스름 하늘 뚝뚝 흘리던 눈물
오늘은 복에 겨워 방실대는 널 보며
연연한 거리낌 말끔히 가셔 낸다

우리 내외 지극한 호강 속에
화원 가득히 꽃피워 길이길이 대를 잇고
서로 눈맞추며 살자.
- 「꽃애기에게」 전문

이 작품의 시간적 공간은 “별처럼 총총한 까까머리 시절”이므로 시적 화자의 유년이다. 산고개를 넘어 진외가를 찾아가는데 고샅을 기웃거리다가 “마침 감나무 그늘 아래서 한더위 식히던/너와 깜짝 눈이 마주쳤다”. 이 순간은 시인의 영혼이 감전되는 때이며 뇌성 같은 정서적 충격이 가해지며 시와 만나는 그 지점이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그 찰나를 잊지 못하고 시로 형상화 시키는 현재에도 어린 시절의 영혼을 감응하게 했던 것을 되새긴다. “첫눈에 어찌나 참하고 어여쁜지/그만 서녘으로 기우는 해를 잃”을 정도로 ‘꽃애기’에 취했다가 “꼭꼭 다독여서 품에 안겨 주”게 된다. 그날 “어스름 하늘 뚝뚝 흘리던 눈물/오늘은 복에 겨워 방실”댄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 내외 지극한 호강 속에/화원 가득히 꽃피워 길이길이 대를 잇고/서로 눈맞추며 살자.”고 한다.
유년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간적 공간을 가득 메꾸며 시적 화자와 함께하는 이 작품의 중심에는 꽃애기의 ‘참하고 어여쁨’이다. 이 순구한 아름다움이 시적 화자의 마음을 정화시켰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동화되어 “화원 가득히 꽃피워 길이길이 대를 잇고/서로 눈맞추며 살”고 싶은 시적 화자에게 꽃애기꽃은 유년의 순수를 그대로 지켜주고 싶은 오래된 미래로 시인을 견인하고 있다.
유년의 인상적인 정서적 사건은 인간에게 평생을 따라다니며 정신세계를 작동하는데 작용한다. 인간의 삶에서 ‘유년’은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감각과 정신을 각인시키는 요람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유년을 어떻게 살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유년에 체험한 에피소드를 시로 형상화한 작품 중 「흰죽」은 보릿고개 시절의 궁핍과 그로 인한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뒤주골댁의 가슴애피 사연에 아들에게 미음을 끓여주라 당부한 대롱양반의 훈훈한 마음이 마른장작과 멥쌀 한 됫박에 투사되어 있다. 시적 화자는 “흰쌀을 보면 선뜻 떠오르는 그 옛날” 흰죽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주골댁 사연에 가슴을 저며온다.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인정이 넘치는 유년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시적 화자는 마음이 훈훈해진다.
「참꽃, 피었어요!」도 유년의 곤궁한 봄날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른 봄 참꽃 필 무렵, 박센의 나뭇짐에 꽂고 온 참꽃과 종만이 엄마가 바구니 한가득 따온 참꽃에 대한 인상을 떠올리고 있다. “두견이 노래 좇으며, 따 먹어도 따 먹어도/허기 가시지 않던 내 유년의 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따 먹어도 배고팠지만 시적 화자의 마음의 배를 오래 풍요롭게 하고 있다.
한편, 강대실 시인의 작품에서 가족애를 노래한 시편 애틋하고 정감이 넘친다.

우리 부모님 그림자로 남겨진
외씨 같은 흔적들
어느 결에 하나둘
세월 강에 쓸려 가고
그리움 여울여울 타오른다

피붙이 하나
링거줄에 매달아 두고 돌아와
벽을 등지고 앉은 형제들
서로의 눈동자 속에 얼굴을 새기다
소주 잔 돌린다

맏형 수심에 찬 표정 속에
근엄한 아버지 계시다
누이동생 파리한 얼굴 속에
어머니 여실히 살아 계신다.
- 「그림자」 전문

형제는 같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피붙이이다. 피를 나누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이다. 이 혈연관계는 유대감과 결속력을 갖게 한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우리 부모님 그림자로 남겨진/외씨 같은 흔적들/어느 결에 하나둘/세월 강에 쓸려”갔다고 한다. 즉 부모님의 자식들인 형제들이 ‘세월의 강’으로 은유된 ‘세월’의 흐름 속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그런데 “피붙이 하나/링거줄에 매달아 두고 돌아”왔으니 형제들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아린 마음으로 “벽을 등지고 앉은 형제들/서로의 눈동자 속에 얼굴을 새기다/소주 잔 돌린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술잔을 돌리는 것은 마치 같은 콩깍지에서 나온 것처럼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피붙이가 세상을 뜨고, 남은 피붙이 중에 누군가가 병원에 두고 왔으니 수심이 가득했을 것이다. “맏형 수심에 찬 표정”이 마치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 “누이동생 파리한 얼굴 속에/어머니 여실히 살아 계”신 것처럼 보여진다. 생물학적으로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가 같기에 생김새는 물론 성격과 행동거지도 닮는다. 나이 들어가면서 생전의 부모님 모습이 자식들의 얼굴과 표정에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을 목도한 시적 화자는 피붙이들에 대한 연민을 간절하게 갖게 한다. 가족에 대한 유대감 또한 간절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가족애를 형상화시킨 작품으로는 「아내에게」, 「큰애에게 띄우는 메일」, 「그리움 3」 등이 있다. 「아내에게」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눈이 침침해 잘 안 보인다고 하소연 하는 아내의 모습을 대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가 애잔하다. 더욱이 “당신도 말이요/백이요, 이제보니/뒷머리가 희끗희끗”함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세월의 무상함과 무정함을 말하는 시적 화자의 마음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리움 3」은 시인의 유년의 경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개밥바라기 떠올라/끔벅끔벅” 빛날 때는 저녁밥 먹는 시간으로 흔히 배고픈 시절의 허기를 노래할 때 ‘개밥바라기’를 시적 은유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독대 봉숭아 피면/꽃물 들일 때 온다던/큰 누님 생각이 나/가슴이 도근도근”한다고 한다. ‘개밥바라기 별’과 ‘봉숭아꽃 필 무렵’의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시적 화자는 두 정서적 사건을 통해 유년의 가난과 누님을 추억한다.
「큰애에게 띄우는 메일」은 시적 화자가 메일을 통해 큰애에게 당부하며 타이르는 말이다. 요즘에는 편지 대신 메일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으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서간문으로 된 이 글은 시적 화자가 오랜 세월을 끈끈하게 살아온 막역지우를 찾아뵙고 약주 한 잔 올리며 예를 갖추라고 한다. 인간의 근본을 가르치는 시적 화자의 모습에서 아버지 된 사람의 바른 성품이 온화하고 예의범절을 갖춘 것임을 잘 보여준다.

숲속에 들어

괜스레 내가 밉고 울화가 치밀어
마음을 어르며 비비한 세우 길 나선다
삼나무 편백나무 화엄을 이룬 극락
그 향기 자욱한 한재골 트레킹 코스 초입에다
무거운 발길 벗어놓고
나무랑 산이랑 꼼지락꼼지락 걷는다
이러히 내 길이 울퉁불퉁한 것은
나조차 보듬기에도 부족한 가슴에
꿀 발린 말을 경멸한 탓이리
하나 둘 주위와 격을 두고 먼전으로 돌다
어느덧 무인도 첩첩한 가시울타리 속에
꼼짝 못 하게 갇혀 버린 나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
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
울울창창한 숲속의 일행이 된다
스스로 만든 그늘을 깨친 갈맷빛 욕망
야금야금 하늘길 열어가는 나무들의 나랫짓
어디 한 점 게으름도, 서두름도 없다.

잡풀을 뽑으며 2

뜨락 햇볕 이따금 들러가는 마당귀
기세 어울린 떨기나무 사이 낯선 얼굴 하나,
몸피 또렷하고 훌쩍한 줄기에
채 여물리지 못한 열매 몇 낱 여운 애틋한
대번에 쑤욱 뽑아내려 하자
지지직... 왜, 나예요!
들입다 내지르는 절규
손끝 억척에 자존의 고갱이 버리고
그만, 쏘옥 나신을 드러내는 애초
아무 눈에도 안 띄는 땅속 첫길을 내며
얼마나 많은 일월을 손발이 부르트고
온이 땀바가지 되어 가쁜 숨 몰아쉬었으면
이리도 야무지게 목줄 대고 있을까
오늘도, 감나무 밑에 두고 온 삿갓 미사리
언뜻언뜻 떠오르는 어스름 강변
어디서 돌멩이라도 하나 날아들 것 같아
얼른 그림자를 감춘다.

노점상

모처럼 만난 손님 이라
분위기 찾아 메뉴 골라 알려진 맛집에 가서
면을 다해 점심 대접하고 오는 길목

일찍이 혈육 하나에 청상이 된 할머니
오늘도 올빼미 눈 같은 감시 카메라 피해
정류소 옆 길바닥에 좌판을 펼친다

금방 기어나갈 듯한 푸성귀 몇 가지
검은 비닐봉지 채 벌려 놓고
멎는 발걸음 기다리는 눈길 짠하다

한 중년 미부 주섬주섬 챙겨 들고는
겸연스레 내미는 배춧잎 한 장
나를 쏘아보며 자존을 접고 접더니
시린 허리춤에 따스운 정으로 파고든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강대실
·전남 담양 출생·월간 《韓國詩》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광주광역시문인협회 이사·무등문학회 회원 및 회장 역임·서은문학연구소, 충장문학회 회원·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먼 산자락 바람꽃』『숲 속을 거닐다』『바람의 미아들』『가난한 마음의 기도』

  목차

시인의 변

제1부 숲속에 들어

숲속에 들어
잡풀을 뽑으며 2
노점상
가난한 마음의 기도

하심下心
십팔공十八公
오십보백보다
귀동 어르신

다시 길을 찾다
낮달
설산雪山
저물녘의 비애
풀 뽑는 노인장
연동사 백구
진언
공空은 생生이다 2
감사한 도선생께
들꽃

제2부 봄의 길처에서

봄의 길처에서
탐매
꽃불
해토비解土雨
꽃과 이별
하늘 맑은 봄날
진대나무 붓다
경삿날
겨울바람
꽃잎
나목裸木
알밤
덤불 속 호박덩이
이웃사촌
새봄을 위하여
자작골의 새날
민들레꽃 4
계절 속 독백
가을을 두고 간 여자
꿈결의 시詩

제3부 꽃애기에게

꽃애기에게
머리통 그림자
고향의 가을
그림자
아내에게
동네 경사가 났다!
고향에 띄운 편지
큰애에게 보내는 메일
아픈 그 겨울날
흰죽
상골 당산할아범
내림
어머니 산
물통골 약수터
부춘정에서
한봉 명가名家
용면골 노래
그리움 3
참꽃 피었어요!
땀의 여백

제4부 태왕봉 일기

태왕봉 일기 1
태왕봉 일기 2
태왕봉 일기 3
태왕봉 일기 8
그림자 찾는 노인장
추억의 도양읍 정리
고묘
망각
나눔의 행복
비방方
산사山寺에서
산촌의 여름밤
겨울 편지
그날 밤의 총성
감언이설甘言利說
시인과 시
짝사랑
한 우물을 파다
째마리
방황의 호사

작품론
삶의 방식 모색과 생명성, 그리고 가족애 /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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