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일상 속 가장 위험하고 절박한 순간, 사고 현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119 소방 구조대원들이다. 그들은 불에 탄 집에서, 깨지고 찌그러진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갑고 어두운 물속에서 사람들을 구한다. 국가적인 재난이나 자연 앞에서도 용감히 맞서 모두의 안전을 지킨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죽음을 목격해야 하는 일. 여러 차례 큰 사건을 통해 소방관들의 처우가 드러났지만, 아직도 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다.
이 책 『당연한 오늘은 없다』는 2021년 리더북스에서 출간된 『레스큐』를 개정한 것이다. 저자가 소방 구조대원으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모두 마음에 자리 잡아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원고를 토대로 세밀하게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근 동시다발로 일어난 산불 등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기도 했다. 또한 삶을 귀하게 대하는 저자의 생각을 더 충실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생이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깨달음이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온기로 전해질 것이다.
출판사 리뷰
예상치 못한 사고가 찾아왔을 때
그 순간에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
일상 속 가장 위험하고 절박한 순간, 사고 현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119 소방 구조대원들이다. 그들은 불에 탄 집에서, 깨지고 찌그러진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갑고 어두운 물속에서, 가파른 산속에서 사람들을 구한다. 국가적인 재난이나 자연 앞에서도 용감히 맞서 모두의 안전을 지킨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죽음을 목격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구조되어 다시 삶을 이어가고, 어떤 사람들은 구급대원에게 인계되어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결국 세상과 이별한다. 저자는 소방관이 되기 전까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사고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별하게 하는지 몰랐다. 구조한 사람이 살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적응되지 않는 감정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때로는 사고가 아닌 사건을 마주해야 했다. 사람 사이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을 보고 들을 때, 해결되지 않는 진지한 고민이 생겨났다.
저자는 특수부대 UDT에서 첫 사회생활을 한 뒤 넘치는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에 뛰어들었다. 구조대원으로 임명된 후에는 강한 체력과 열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스스로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봉사하는 삶을 배우게 됐다. 경험이 쌓일수록 삶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깨달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안전한 일상 이면의 이야기를 본 뒤에는 그럴 것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썼다.
“누군가는 소방관을 영웅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말이 불편하다.”
깊은 우정을 나눈 동료들과의 이별
그 죽음의 현장으로 매일 다시 돌아간다
대한민국 소방 역사에서 가장 슬픈 출동으로 기록되는 홍제동 주택 화재 사고에서는 소방관 여섯 명이 현장에 방수복을 입고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 순직했다. 이 일을 계기로 소방관들에게 방수복이 아닌 방화복을 지급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큰 사건을 여러 차례 겪으며 소방관들의 처우가 세상에 드러났지만, 아직도 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다.
어떤 소방관은 행사 현장에 지원을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서, 어떤 소방관은 주택가 옥상에 올라간 길고양이를 구조하려다 추락해서, 어떤 소방관은 방화로 번진 산불을 투입하다가 순직했다. 그런 동료의 죽음을 본 소방관들은 같은 장소로 다시 출동해야 하거나 비슷한 사고 현장에 투입될 때 공포심을 느낀다. 피할 수 없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지만 강인해야 한다는 소방관의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대부분 마음의 병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 년 평균 열 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데, 그 소식은 동료 소방관들이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듣게 된다.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희생하는 죽음도 있지만 억울하게 피해받거나 업무상 영향으로 질병을 얻기도 한다. 낮과 밤을 오가며 순환근무를 하는 탓에, 가족들도 늘 마음을 졸인다. 우리나라보다 복지 체계가 성장해 있는 국가들의 소방관 영결식을 보면 그 나라의 국민이 사람을 구하는 이들의 죽음에 어떤 경의를 표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우리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구조대원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기록했다.
여전히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
모두를 위한 전면 개정판 출간!
『당연한 오늘은 없다』는 2021년 리더북스에서 출간된 『레스큐』를 개정한 것이다. 저자가 소방 구조대원으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모두 마음에 자리 잡아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의 원고를 토대로 세밀하게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근 동시다발로 일어난 산불 등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기도 했다. 또한 삶을 귀하게 대하는 저자의 생각을 더 충실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물에 휩쓸려 가 죽을 위기에서 구조를 받아 본 경험이 있다. 아픈 어머니를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과 의용소방대였던 아버지가 산불을 끄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 모든 경험이 그를 구조 현장으로 이끌었다.
이 책은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장면들의 기록이다. 그 순간에는 모두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온 마음을 다해 하늘에 빌어보기도 한다. 세상에는 더 치열하고 잔혹한 현장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대원은 한층 섬세한 삶의 민낯을 본다. 연고가 없어 고독사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노인들, 불법체류자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숨어 살아야 하는 노동자,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자살 시위를 하는 사업자, 삶의 희망과 의미를 잃고 배회하는 청년들이 그 민낯의 주인이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라는 저자의 통찰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자기 삶의 마지막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세상에 있는 다양한 죽음을 보면서도 나에게 다가올 미래가 무엇인지 다 알 수는 없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말한다. 살아있다는 것에 경탄할 수 있다면,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개의치 않고 소중함을 느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은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읽는 동안 삶에 대한 소중함과 기쁨이 독자들에게도 따뜻하게 전해질 것이다.
어쩌면 대단한 것 없이 평범한 소방관의 기억일 수도 있겠다. 굳이 비교해 보자면 병원 응급실이나 수술실은 삶과 죽음이 더욱 치열하게 교차할 것이다. 쇳물이 들끓는 제철소의 산업 현장은 나의 일터보다 더 위험한 곳일 수도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을 나와 비교하고자 함이 결코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소방 동료가 가슴속에 담아둔 채 말하지 못한 우리의 일이, 결코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불에 탄 집에서, 깨지고 찌그러진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갑고 어두운 물속에서 죽어간 이름 모를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 역시 글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다.
“로프 꺼내라!”
구조반장님이 두말없이 구조용 로프를 승강기 문 앞 벽기둥에 설치했다. 나는 배운 대로 구조용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3층에서 차량이 추락해 있는 1층 바닥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8자 하강기에 로프를 걸고, 엉덩이에 무게를 실은 다음 한 발씩 벽을 디디며 시커먼 주차타워 아래로 내려갔다. 팀장님이 랜턴을 비춰주셨지만 어둠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벽면 중간중간 징그럽게 튀어나와 있는 주차 기계의 속살이 소름 끼쳤다. 체인과 큼직한 기계장치를 피하며 천천히 1층 바닥에 착지했다.
그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은 조용했다. 모두 말없이 창밖을 응시했다. 동료를 잃는 슬픔은 소방관들에게 가장 큰 충격이다. 함께 먹고, 자고, 씻으며 지낸 형제와 다름이 없는 이가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창 밖의 세상은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해 보였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세상의 모습이 얄밉게 보였다. 나는 그때 동료의 죽음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아침저녁으로 이어지는 교대 시간의 인사가 어쩌면 생의 마지막 인사가 될 수 있는 소방관의 운명을 직접 경험한 것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도 당분간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가 떠난 빈자리는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강윤
경북 김천에서 농사일과 작은 구멍가게를 하는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지만 운동을 좋아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 소방관이 되었고 부산진 소방서, 특수구조단, 기장 소방서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부산 소방학교에서 동료 소방관과 새내기 소방관들을 가르치는 구조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다.스쿠버다이빙과 여행을 좋아한다. 살아온 이야기를 글과 말로 남기는 것도 좋아한다. 먹고살기 위해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고 글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불길을 걷는 소방관』, 『거묵골 구조대 사람들』, 『조금만 버텨, 지금 구하러 갈게!』가 있다.인스타그램 @fire_writer119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 소방관 임명
전역
먹고 사는 일
합격자 발표
첫 근무지
옷의 무게
부산의 밤
Chapter 2. 잊을 수 없는 기억
동료와의 인사
당신이 잠든 사이
해양도시, 이안류
살아있는 모든 것들
죽을 고비
산악 추격전
불 속의 어린아이
소방학교
Chapter 3. 절규가 시작되는 곳
자살 소동
죽으려는 자, 살리려는 자
부부의 연
의용소방대 아버지
산불과 자연재해
닫힌 문
끼임 사고
사랑을 버리다
고독사, 외로운 죽음
Chapter 4. 지탱하는 힘
소방관의 아내
엄마와 구급차
동료들을 믿고
리더의 자리
식당 주임님
최고의 구조대원
헌신과 봉사
별이 된 동료들
여자, 엄마, 구급대원
Chapter 5. 당신의 마지막
인생의 끝날
장애를 얻은 뒤
이별하지 않기 위해
낮은 곳 바라보기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
에필로그
더 전하고 싶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