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무튼 시리즈 79번은 예술가이자 독립출판인 김영글의 『아무튼, 야구』이다. 저자 김영글은 피구 공을 두려워하는 어린이, 구기 종목을 달가워하지 않는 청소년을 거쳐 당구공 몇 번 쳐본 것이 전부인 성인이 되었다. 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그에게, 어느 날 야구공이 나타났다. 암 수술을 겪고 남한강을 따라 떠난 어느 겨울밤, TV 속 야구 예능의 한 장면에서 ‘공 하나의 우주’에 매혹된 것이다. 『아무튼, 야구』는 글과 예술 안에 살던 여성이 야구를 만나고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렌즈로 삶을 바라보고 알아가는 이야기다.늦게 불붙은 만학도답게 저녁마다 야구를 공부하고 알아가던 무렵, 저자는 어느덧 ‘한화 이글스’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팬으로서 경기에 몰입할수록 자신이 점점 화가 많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욕설과 비속어가 틈만 나면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사직구장 그물망에 매달려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아저씨들과 어느새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부인할 수 없었다. 야구는 재밌으려고 보는 게 아니라 화내려고 보는 거라는 말이 있다. 곱씹어보면 연령과 성별을 초월해 야구팬의 정서를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김영글은 묻고 답한다. 왜 야구팬은 이토록 자주, 그리고 유난히 화를 내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화낼 기회가 많아서다. 그런데도 야구팬은 매일 경기를 본다. 못하면 못한다고 화를 내고, 잘하면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어제는 왜 못했냐고 화를 낸다. 경기는 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쏟아낸다.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믿었던 선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팀이 아무리 잘해도, 사소한 에러 하나로 경기는 뒤집힌다. 그리고 팬은 온 마음을 쏟아도 경기에 개입할 수 없다.”그럼에도 경기를 꺼버리지 않는 팬의 마음은 뭘까. 한번 마음을 준 이상, 손바닥 뒤집듯 팀을 바꾸지도 않는 그 심경 무엇일까. 야구팬은 절망을 끝까지 지켜보며, 다시 뜰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다만, 화를 내면서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영글
쓰고 만드는 사람. 몇 해 전 우연히 야구팬이 된 뒤, 저녁마다 일희일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독일문학과 프랑스문학, 미술을 공부했고 『사로잡힌 돌』, 『모나미 153 연대기』 등의 책을 썼다. 서울에서 독립출판 ‘돛과닻’과 ‘안녕글방’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