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종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비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금강 순례』(심지, 2018)가 금강의 천리 물길을 두 발로 걸으며 강물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삶과 역사와 수많은 생명의 이야기를 담아낸 금강의 보고서였다면, 이번 시집은 건설노동자의 현실과 애환을 담은 노동 현장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건설 노동’을 중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시집은 충분히 돋보인다.
임비호 시인은 시를 쓰는 노동자, 노동하는 시인이다. 따라서 그는 몸소 체험하고 겪은 건설 노동의 현장성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한낮 불화살을 온몸으로”(「창살 그늘」) 받아내는 여름철의 노동부터 “살을 에는 바람에/손끝 발끝 시려서 깊어진 이 주름”(「주름 훈장」)이라는 겨울철 노동에 이르기까지 위험하면서도 뭉클한 현장 서사들이 생생하다. 더불어 목수(건설노동자)의 삶이 갖는 크고 작은 슬픔과 비애, 설움을 바탕으로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인 건설 노동에 대해 질문하고 회의하고 사유하며 진실한 삶에 대한 성찰의 서정을 빚어낸다.
출판사 리뷰
세종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비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목수 일기』를 냈다. 첫 시집 『금강 순례』(심지, 2018)가 금강의 천리 물길을 두 발로 걸으며 강물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삶과 역사와 수많은 생명의 이야기를 담아낸 금강의 보고서였다면, 이번 시집은 건설노동자의 현실과 애환을 담은 노동 현장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건설 노동’을 중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시집은 충분히 돋보인다.
임비호 시인은 시를 쓰는 노동자, 노동하는 시인이다. 따라서 그는 몸소 체험하고 겪은 건설 노동의 현장성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한낮 불화살을 온몸으로”(「창살 그늘」) 받아내는 여름철의 노동부터 “살을 에는 바람에/손끝 발끝 시려서 깊어진 이 주름”(「주름 훈장」)이라는 겨울철 노동에 이르기까지 위험하면서도 뭉클한 현장 서사들이 생생하다. 더불어 목수(건설노동자)의 삶이 갖는 크고 작은 슬픔과 비애, 설움을 바탕으로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인 건설 노동에 대해 질문하고 회의하고 사유하며 진실한 삶에 대한 성찰의 서정을 빚어낸다.
가령 “세상의 모든 집을 짓는 목수”(「세상이 우리를 부른다」)로서의 자부심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재입대」 같은 시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노동하는 것을 “가장이란 이름을 지키기 위해” “가설재 밀림 전쟁터에 매일 자원”하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의 다른 시에 따르면 건설 노동의 현장에서 가장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은 “오늘 일거리가 없으니, 집에 가!/오늘 비가 오니, 집에 가!/너는 일을 못 하니, 집에 가!”(「눈칫밥」)라는 말이다. “예수를 다시/목수의 아들로 돌려 달라”는 바람을 그린 시 「반환 소송」에서는 “예수는/가장 낮은 삶을 중심으로/이 세상이 돌아간다고” 알려준 분이기 때문이라고 진술한다.
임비호 시집_ 목수 일기
그리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큰 목수 되리라”(사발통문) 는 구절 등으로 건설노동자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그려내는가 하면 봄의 정기와 활기, 여름의 풍물들, 가을의 쓸쓸함 등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서정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는 평소 ‘지속가능개발’이라는 시대정신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열어온 그답게 이번 시집에서도 정직하고 순수한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해설을 쓴 이은봉(광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대전문학관장) 시인은 “노동하는 삶의 진실과 지혜”라는 제목 하에 “건설 노동의 서정적 진실”,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아”에 주목한다. “건설노동자로서의 그의 자아는 근본적으로 반문하고 회의하는 위치를 택하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연유로 건설 노동을 다룬 그의 시가 예술이 된다”고 말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김명환 지부장은 추천사를 통해 “이 시집에는 짙은 소금기 뚝뚝 떨어지는 노동자의 땀방울이 살아있어 좋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외쳤던 치열한 함성과 더불어 살고 싶은 사회의 염원이 건설노동자 언어로 잘 그려져 있어 더 공감이 간다.”고 말한다.
정용기 시인은 임비호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노동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삶의 뿌듯함이 되는” 세상,…“안전사고로 슬퍼하지 않는” 세상, “잘난 사람 더 많이 갖고, 못난 사람 더 뺏기는 세상이 아니라 가진 사람은 돈의 욕심에서 벗어나고, 일하는 사람은 돈의 구속에서 해방되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세상”이라고 말한다.
어스름 새벽 출근길
동쪽 하늘 조각달 아래
얼굴을 내민 별 하나
하늘나라 올라가신
울 엄마가
아들 쳐다보는 눈빛 같다.
엄마의 눈빛에는
어릴 적
바지 속 올라간 내의를 내려주던
따스한 손길이 들어 있다.
내일도 엄마 눈빛 같은 샛별을
다시 보면
어제는 나도 엄마처럼
하루를 또 살았노라 말해야지.
- 「출근길」 전문
노가다 달력에는 요일이 없다.
일할 수 있는 날과 일할 수 없는 날만 있다.
폭염경보 울리지만
오늘은 일할 수 있어 출근하니
시멘트 바닥 펼쳐진
허허벌판 아파트 1층 주차장으로 가란다.
철근 기둥 거푸집 만들라는 작업 종이 울리고
망치질을 시작한다.
하루 일당 벌 수 있어 안도하던 얼굴에선
시골집 마당에 갓 걸린 빨래처럼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고장 난 땀샘은 어느새 속옷을 점령하여
사타구니는 아리고 고추마저 퉁퉁 불어간다.
망치질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철근 기둥들이
한낮 불화살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창살 그늘을 흘리며 서 있다.
땡볕 하늘의 신기루인지
한낮의 저주를 풀어줄 오아시스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먼저
지친 몸이 창살 그늘 속으로 파고든다.
바비큐 통돼지 마냥
창살 그늘 무늬 따라 이리저리 돌아간다.
힘든 하루를 끌고 가던 일당의 수레도
창살 그늘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고른다.
일당 무지개 잡으려면
저 멀리 석양 노을까지 가야 한다.
나는 오늘도 긴 하루의 터널을
창살 그늘에 부축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 「창살 그늘」 전문
일 나가는 새벽
밤하늘 지키던 작은 별 하나
무거운 몸을 깨우고 시린 공기 가르며
현장 시멘 먼지 속으로 숨어버린다.
먼동에 맞춰 낡은 망치 주머니 움켜 차고
입에 단내나게 정신없이 야기리 두 판 짜고
가와*에 못질하고 나니 점심시간 호각이 울린다.
뻐근한 허리 펴고 함바*로 향하여
허기진 배 채우고 나서
칠성판 크기 합판 쪼가리 밑에 깔고
힘든 몸 달래며 쪽잠을 청한다.
일자리 갉아 먹는 짱깨들처럼
살 뜨건 햇살은 그늘을 잡아먹어
지친 육신 편히 쉬지 못하지만
잠시 잠깐 쪽잠 속 꿈결에 나타난
딸내미 함박웃음이
나를 또 다른 꿈길로 인도한다.
우리들의 노동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들의 망치질이 아무리 무거워도
우리들의 쪽잠 속에 피어나는 꿈은
우리더러 행복 정원의 지킴이가 되라고 하고
우리더러 험한 인생의 창살도 넘어가라 한다.
* 가와: 일본어(がわ)로 목재로 짠 거푸집을 말한다.
* 함바: 일본어 ‘飯場(はんば)’에서 유래한 말로 현장 식당을 의미.
- 「쪽잠이 부르는 꿈」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임비호
1964년 세종시 조치원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금강순례』, 산문집 『세종시 산내들 산책』 등을 냈다.가톨릭 신부가 되고 싶었지만 진로를 바꾸어 고향에서 〈한겨레신문〉 지국을 운영하며 연기사랑청년회 활동을 했다. 지속가능개발이란 시대정신을 접하면서 〈금강유역청지킴이〉,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을 했다. 현재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형틀12분회’총무로 일하며 《세종문학》 부회장, 《세종마루시낭독회》, 《세종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목차
제1부 일터
출근길/ 질경이/ 새벽 기도/ 인생 환승역/ 재입대/ 비 오는 날/ 창살 그늘/ 7월의 노가다/ 국제인력시장/ 반환 소송/ 겨울 방학/ 눈칫밥/ 쪽잠이 부르는 꿈/ 사발통문沙鉢通文/ 일 나가는 하루/ 꿈/ 전생/ 문신/ 호적 갱신/ 우리의 일터는/ 소금꽃/ 복권/ 사과/ 흙먼지 화장/ 달력/ 졸면서 쓰는 시/ 주름 훈장
제2부 삶터
강아지풀/ 퇴근길/ 자연시계/ 봄의 기원/ 4월의 갑천/ 합강 놀/ 고향의 시계/ 현도교 너머/ 연가시/ 가을바람을 만지며/ 가을 사진/ 가을 단상/ 은행나무/ 십자가꽃/ 환갑 선물/ 코스모스
제3부 쌈터
세상이 우리를 부른다/ 유목노동자/ 초대장/ 노가다 특별법/ 함성의 기원/ 성장통/ 나도 김용균이다/ 우리도 국민이다/ 병정丙丁들의 노래/ 건설노동자 이력서/ 민중의 바다/ 하늘도 울어버린 거룩한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