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와 시조, 동시를 넘나들며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던 최정희 시인의 첫 작품집으로 시조집 『보이저 1호가 보이저 2호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65로 출간되었다. 앞으로 쏟아져 나올 최정희 시인의 많은 작품집 중에 시조집을 먼저 선보이게 되었다. 최정희 시인은 ‘지금, 여기’를 보되, 멀리 우주를 돌아온 시선으로 본다. 말도 하기 전에 먼저 우주를 보고, 우주와 지금 이곳의 현실을 잇는다. 최정희의 시(조)들은 우주와 ‘지금 여기’를 오가는 사이에 별빛처럼 내려온다.
시인에게 우주는 그 자체 별도의 세계가 아니다. 우주는 지금, 여기에 이미 들어와 있고, 그 자체 현실의 일부이다. 우주에 대한 사유가 부재한 현실 속에서 최정희 시인은 지금, 이곳의 현실을 항상 우주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다. 최정희 시인은 최첨단 과학의 우주적 상상력과 시조라는 전통적 예술 형식을 결합하여 시조의 새롭고도 현대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확장한다.
출판사 리뷰
최정희의 우주적 관찰자 시점
시와 시조, 동시를 넘나들며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던 최정희 시인의 첫 작품집으로 시조집 『보이저 1호가 보이저 2호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65로 출간되었다. 앞으로 쏟아져 나올 최정희 시인의 많은 작품집 중에 시조집을 먼저 선보이게 되었다. 최정희 시인은 ‘지금, 여기’를 보되, 멀리 우주를 돌아온 시선으로 본다. 말도 하기 전에 먼저 우주를 보고, 우주와 지금 이곳의 현실을 잇는다. 최정희의 시(조)들은 우주와 ‘지금 여기’를 오가는 사이에 별빛처럼 내려온다. 시인에게 우주는 그 자체 별도의 세계가 아니다. 우주는 지금, 여기에 이미 들어와 있고, 그 자체 현실의 일부이다. 우주에 대한 사유가 부재한 현실 속에서 최정희 시인은 지금, 이곳의 현실을 항상 우주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다. 최정희 시인은 최첨단 과학의 우주적 상상력과 시조라는 전통적 예술 형식을 결합하여 시조의 새롭고도 현대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확장한다.
[해설 엿보기]
“보는 것(seeing)은 선택하는 것”이라는 존 버거의 말처럼 보는 것은 언어에 앞서서 일어나며, 보는 방식(ways of seeing)은 주체의 생각과 신념을 드러낸다. 최정희의 시선은 멀리 우주까지 뻗쳐 있다. 우주를 향한 이 자세에 최정희 시인의 세계가 드러난다. 최정희 시인은 ‘지금, 여기’를 보되, 멀리 우주를 돌아온 시선으로 본다. 시인은 말도 하기 전에 먼저 우주를 보고, 우주와 지금 이곳의 현실을 잇는다. 최정희의 시(조)들은 시인의 시선이 우주와 ‘지금 여기’를 오가는 사이에 별빛처럼 내려온다. 시인에게 우주는 그 자체 별도의 세계가 아니다. 우주는 지금, 여기에 이미 들어와 있고, 그 자체 현실의 일부이다. 우주에 대한 사유가 부재한 현실과 우주에 대한 사유를 거쳐 도달한 현실은 다르다. 최정희 시인은 지금, 이곳의 현실을 항상 우주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다. 최정희 시인은 최첨단 과학의 우주적 상상력과 시조라는 전통적 예술 형식을 결합하여 시조의 새롭고도 현대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확장한다.
태양계 제일 바깥 조금 다른 공전 궤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갔다
자격을 박탈당했다
행성에서 퇴출됐다
지배적 권위 따윈 일찌감치 내려놓고
위성과 발을 맞춰 춤을 추며 걸었다
낭만적 사상을 지닌 독보적 이단아
내면이 단단한 왜소행성 명왕성
중심의 흔들림 없이 공전을 계속한다
독자적 노선을 걷는
영원한 아웃사이더
― 「134340」 전문
제목의 “134340”은 행성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명왕성의 소행성체(행성도 혜성도 아닌 천체) 번호이다. 태양계의 다른 8개 행성의 궤도는 비교적 원형에 가깝다. 그러나 명왕성의 궤도는 매우 찌그러진 타원형이고, 이 때문에 공전 중에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근일점)와 가장 멀 때(원일점)의 거리가 크게 차이가 난다. 공전 중엔 해왕성의 궤도 안쪽으로 들어와 해왕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워지는 때도 있다. 또한 8개 행성의 궤도가 거의 같은 평면, 즉 태양계의 주요 궤도면(황도면)에 놓여 있어서 궤도 경사각이 작은 반면에 명왕성의 궤도는 약 17도 정도 크게 기울어져 있다. 최정희 시인은 명왕성의 이런 특징을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으로 읽는다. 명왕성은 이렇게 탈체제적인 경향 때문에 우주에서 행성 자격을 박탈당한 이단아이다. 시인이 볼 때 명왕성은 “지배적 권위”보다 “낭만적 사상을 지닌 독보적”인 존재이다. 우주의 한 소행성체를 이렇게 의인화하면서 최정희가 노리는 것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과 유사한 일들이 저 먼 우주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의 환기이다. 체제 이탈적이며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가는 시인들처럼 명왕성은 태양계 안에서 가장 도발적이어서 퇴출당한 이단아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서로의 안부 인사는 여기쯤에서 끝내요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를 벗어던지자
내 안의 끝없는 역마살
등대처럼 반짝여요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두려움 혹은 설렘
미지의 지평선 우주의 끝을 향해
새로운 여정의 시작
내 피는 요동쳐요
고독은 방랑자의 숙명일까요 낭만일까요
태양은 가슴속 추억으로 남겨두고
오르트 저 구름 너머
내 별을 찾아 떠나요
― 「보이저 1호」 전문
차가운 얼음의 체온을 지녔지만
한 방울 눈물이 없어 썩지 못한 미라
오래된 문명 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룩소르 신전에 바쳐진 사막의 눈물
태양은 남김없이 잔을 들어 마시고
한낮의 하늘 위에서 하얗게 타들어 갔다
눈물은 구름 되어 마른 대지 적신다
돌아가지 못한 것은 돌아올 수 없는 법
계곡엔 떠도는 영혼만 허공에 가득하고
꿈의 파편이 모래 먼지로 일어서는 사막의 밤
죽은 자의 입술은 얼음처럼 차갑다
그러나 가슴을 적실 눈물은 없었다
― 「드라이아이스」 전문
떠돌이 유랑극단 밤하늘에 천막을 치면
상상의 나래 펴는 반짝이는 눈빛들
황홀한 꿈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네
공중에서 펼쳐지는 전설의 우주쇼
불을 품은 얼음 마차 하늘을 내달리면
장중은 열광의 도가니
환호가 난무하죠
빛나는 추억 하나 가슴에 남겨두고
광활한 저 우주로 또다시 길 떠나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 아스라이 사라지네
― 「핼리혜성」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정희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2013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같은 해 제5회 《창비어린이》 동시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한라일보》, 202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제33회 신라문학대상 시조 부문을 수상했다. 시조집으로 『보이저 1호가 보이저 2호에게』가 있다.
목차
제1부
보이저 1호13/플라멩코14/드라이아이스15/데칼코마니16/크레바스에서17/사막18/스파이더맨20/롤러코스터21/마네킹22/뫼비우스 띠23/삼족오24/검은 사막26/수박, 적도를 품다27/축제28
제2부
핼리혜성31/평행우주32/테라포밍33/13434034/혜성35/전국(戰國) 시대36/골든 레코드38/별의 아이39/23.540/갤러리 반지하41/물의 자궁42/몸속의 사원44/달항아리45/나의 도서관46
제3부
꽃이 피는 이유49/어둠에 들다50/소리를 들이다51/꽃무늬 몸빼바지52/바람의 지문53/나비 화석54/낡은 구두를 생각하는 저녁56/e 편한 치과57/저녁의 포구58/월명(月明)59/사막의 바깥60/사진을 찍다62/빙점63/내일의 날씨64
제4부
고래좌의 눈물67/민달팽이68/청색 시대69/선인장70/사막을 건너다71/갈대는 새의 가슴을 베지 않았다72/파미르74/나이테를 읽다75/봄날에 읽는 시76/그늘의 배후77/세화리 가는 길78/봄의 내력80/보름81/파시82
제5부
비의 전각85/박주가리86/다빈치 글로87/GPS를 켜다88/증언89/판화를 새기다90/신라의 달밤92/대왕암93‘새벽이라는 종교94/새벽이라는 종교 295/푸른 서책을 읽다96/나무 도마98/외계인을 추억하며99/보이저 2호100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