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길가의 칼부림으로 숨진 고교생 뉴스에서 출발해, 불법 도박과 사채, 코인 투자, 마약으로 이어지는 세 소년의 선택을 따라간다. 도박에 빠진 선우, 사채와 마약 판매에 손을 대는 지석, 투자 실패 끝에 마약 거래에 가담한 준의 서사는 청소년 도박과 마약이 범죄로 확장되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미스터리를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현실의 민낯을 또렷하게 비춘다.
청소년 마약 문제를 주요 사회문제로 정면에서 다루며,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련 프로그램을 계기로 문제의식을 키운 박지숙의 장편으로, 형사 이대우의 추천처럼 허구가 아닌 우리 사회의 현실을 겨냥한다. 네오픽션 ON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작품으로, 범죄의 유혹과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묻는다.
출판사 리뷰
“어떤 것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박지숙 작가의 장편소설 『아이스크림방에 알람이 울리면』이 네오픽션 ON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아이스크림방에 알람이 울리면』은 길가에서 칼부림을 하다 쓰러져 죽은 고교생의 뉴스를 서두에 등장시킨 후 게임처럼 도박을 하다 도박 중독과 빚더미라는 늪에 빠진 선우, 코인으로 날려버린 투자금을 메꾸기 위해 마약 밀매에 손을 대는 준,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채놀이를 하다 더 큰 돈을 원해 준과 손을 잡고 마약을 판매하는 지석 등 세 주인공의 삶을 묘사하며 청소년 도박과 마약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범죄 사냥꾼, 전설의 형사 이대우 강력 추천!
탕후루, 솜사탕, 아이스크림……
마약의 달콤함, 그 처참하고 적나라한 세계
박지숙 작가의 장편소설 『아이스크림방에 알람이 울리면』이 네오픽션 ON 시리즈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청소년 도박과 마약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야기될 만큼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몇몇 기사와 더불어 주로 청소년 문제의 하나로 인문서에 언급되는 정도다. 이 소설은 청소년 마약 문제를 큰 사회문제 중 하나로 보고 깊이 있게 주목하며, 길가에서 칼부림을 하다 갑작스레 쓰러져 죽은 고교생의 뉴스를 서두에 던지는 등 소설 전반을 감싸고 있는 미스터리를 따라 그 실상을 보다 많은 이가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끈다.
고등학교 1학년 양선우는 친구들과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로 진학해 친구 하나 없이 반에 홀로 있는 것이 어색하다. 다른 반에 있는 중학교 동창 진수와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면서도 “땄다! 이번에도 땄어!”라고 환호하며 불법 도박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반 아이들을 보며 자신이 도박에 관심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긴다.
엄지석은 초등학생 때부터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조선지게꾼’이라며 놀림을 당해왔다. 게다가 공부든 노는 것이든 뭐 하나 제대로 잘하는 것이 없어 자존감이 바닥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도박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후 불법 도박으로 짭짤하게 돈을 벌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도박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며 본격적으로 사채놀이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여러모로 자신과 비교되어 속으로 열등감을 품고 있던 선우와 우연히 만나 선우에게 불법 도박 사이트를 소개한다.
독고준은 공부도 잘하고 대외활동도 많이 하며, 학교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완벽한 학생이다. 하지만 사실은 성공만을 지향하는 아버지가 로비로 사업을 키우고 그 돈으로 가족들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보며 자란 탓에 빨리 집에서, 아버지에게서 탈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빵빵한 생기부와 빠른 경제적 독립, 전문투자자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 경제동아리 ‘돈독방’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주식 투자에 재능을 보여 엄마와 선배들의 돈을 받아 대리로 투자해주기까지 한다.
“너도 스포츠 토토 하냐?”
교실로 돌아가기 전, 궁금해서 물었다.
“미쳤냐, 축구는 발로 해야 제맛이지! 손가락으로 왜 하냐.”
진수의 말에 큭큭 웃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든든함을 느꼈다. 진수를 향해 하이 파이브를 했다. 우리의 손이 공중에서 짝! 하고 시원하게 부딪쳤다. (16쪽)
재밌었다. 수학 문제 풀 땐 머리가 아팠는데, 이건 오히려 짜릿했다. 그 후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입성했다. 거기서도 내 승률은 제법 좋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 같은 놈도 딸 수 있는 판이 있다는 걸. (25쪽)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화면 속 황금광의 얼굴이 내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미래의 갑부, 미래의 나. 자기계발서에서 본 말이 떠올랐다.
“꿈꾸는 삶을 구체적 이미지로 그리면, 결국 현실이 된다.”
나는 매일매일 내 미래를 화면 속에 그려넣었다. (50쪽)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실수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시간 속,
녹아내려가는 현실과 희망
어느 날, 선우는 호기심에 지석이 알려준 도박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도박에 빠지고 만다. 세뱃돈 통장에 있는 돈까지 끌어다 쓰다 모두 잃어버린 선우는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지석에게 돈을 빌린다. 하지만 ‘한 방’은 당연히 터지지 않았고, 빚을 메꾸기 위해 진수에게까지 돈을 빌리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선우의 빚은 천만 원대로 불어난다.
그때 준은 자신이 우상으로 여기는 유튜버의 말을 믿고 여기저기에서 받은 투자금을 모두 코인에 투자했다가 싹 날려버리고 만다. 졸지에 ‘벼락 거지’가 된 준은 코인 정보를 얻기 위해 한 텔레그램방에 들어갔다가 그 방이 마약을 거래하는 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어느 순간 준의 머릿속에서 이게 돈이 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떠오른다. 새로운 ‘투자’를 위한 투자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던 준은 같은 반의 조선지게꾼, 지석을 생각해낸다.
지금 나만큼 절박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돈을 밝히는 아이들은 많지만, 목숨 걸고 이 판에 들어올 만큼 절박한 아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돈독방 친구들을 떠올렸다가 곧장 머릿속에서 지웠다. 절대 안 된다.
그러다 딱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84쪽)
준의 열렬한 어필 끝에 준과 지석은 손을 잡고 마케팅 방향을 고민하고, 직구로 마약을 구매하고, 마약 메뉴판을 만들며 본격적으로 마약을 팔 준비를 한다. 그리고 드디어 텔레그램에 마약방, ‘아이스크림방’을 연다.
준과 지석이 새 ‘사업’을 시작했을 때, 선우는 돈을 갚지 않는다며 지석이 고용한 새끼 조폭들에게 구타를 당한다. 어떻게든 빚을 청산하려고 같은 반 천송이의 명품 슬리퍼를 훔쳤다가 걸리기까지 한다. 결국 선우는 두려움에 떨면서 고액 알바를 검색해 ‘드라퍼’라는 마약 운반책 알바에 지원한다.
선우를 드라퍼로 뽑은 사람은, 준과 지석이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마침내 한 명이 지원했다.
“거봐, 모범생은 어디서나 성실한 법이라니까!”
지석이 지원자의 닉네임을 보고 낄낄거리며 말했다. (130쪽)
순식간에 큰돈을 벌어들인 준과 지석은 마약을 파는 것에 점점 재미를 느낀다. 그러던 중 한 큰손이 마약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조건으로 대면거래를 제시하고, 둘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지도 모르는 이 위험한 일에 지원한 유일한 드라퍼, 선우에게 거액을 주기로 약속한다.
드라퍼 일 때문에 도시 곳곳을 쏘다니던 선우는 한 낡은 옥탑방 앞에서 천송이와 마주친다. 송이는 아빠가 사기를 당해 이사한 지 좀 되었다며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선우가 아빠와 같은 눈빛을 보여 슬리퍼를 훔친 것을 용서해줬다고 말한다. 송이와의 만남 이후 선우는 어떤 결심을 하고, 다음 날 단단히 준비를 한 채 대면거래에 나간다.
나는 바닥에서도 밑바닥을 기는 벌레 같았다.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건, 모두 내 탓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남들까지 그 구렁텅이에 빠뜨렸다. 이렇게 살다가는 끝도 없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146쪽)
모든 것이 무너진다
빠르게, 조용하게, 돌이킬 수 없게
도박, 사채, 코인, 마약 등 민감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키워드로 점철되어 있지만, 『아이스크림방에 알람이 울리면』은 단순한 ‘고자극 도파민 파티썰’이 아니다. 도박과 마약에 순식간에 젖어들어가는 세 소년의 모습을 통해 청소년 도박이 수많은 범죄로 넘어가는 통로임을, 또 마약이 청소년과 그 주변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지숙 작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마약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고, 보다 많은 사람이 그 처참한 세계에 문제의식을 가지기를 바라며 소설로 풀어냈다. 소설에 등장하는 도박과 사채, 마약에 대한 날것에 가까운 묘사는 놀랍게도 수위 조절을 위해 ‘순화’한 것이다. 종종, 어떤 현실은 픽션보다 더 잔혹하기도 하다.
이처럼 이 소설은 그저 르포 같은 실제상황의 나열로써만 해당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청소년들이 최악의 상황에 스스로 발을 내딛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안온한 현실로 돌아오려고 하는 모습을 비추어 또 다른 성장의 방향, 인지만 정확히 하면 언제든 삶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는 인간의 회복탄력성 또한 이야기한다. 이것이 작중 형사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강력계의 전설’ 이대우 형사가 추천사를 통해 이 작품이 “허구가 아닌 우리 사회의 섬뜩한 현실”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든든한 보호막”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지금도 청소년들, 더 나아가 성인들 또한 불법 도박과 마약을 쉽게 마주하고, 또 시작하고 있다. 이 책, 『아이스크림방에 알람이 울리면』이 수많은 선우, 지석, 준을 유혹하던 아이스크림방, 마약방의 알림음을 현실을 자각하고 지옥으로 향하는 길에서 벗어나는 알람으로 바꾸어주기를 바란다.
네오픽션 ‘ON 시리즈’는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SF 등 ‘읽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다채로운 소설을 소개합니다.
허구 속 재미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 사회의 빛과 어둠을 담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복기합니다.
이 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먼저 깨달은 건, 남자애들 대부분이 토토를 한다는 것. 누군가는 꿈이 토사장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한 달 용돈을 몽땅 털어 넣었다며 으쓱거렸다. 나는 그런 소리를 들으며 교실 한구석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척했다. 이 학교에 아는 친구라곤 진수 하나뿐이지만, 진수는 5반이다. 3월이 다 지나도록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은 담임선생님뿐이다. 나는 계속 얌전히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첫날처럼.
나는 도박으로 번 돈으로 중2 때부터 대부업을 시작했다. 백만 원이 생기자마자 생각했다. 어떻게 굴릴까? 고민 끝에 떠올린 게 소액 대출이었다. 친구들에게 20퍼센트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는데 소문이 퍼져 같은 학년뿐 아니라 선배들까지 찾아왔다.
돈이 생기니까 권력도 따라왔다. 이름도 몰랐던 애들이 친한 척하고, 예전에 날 놀리던 놈들이 “일주일만 더 기다려줘” 하며 빈다. 그 통쾌함은 진짜 말로 다 못 한다.
오 초 뒤, 결과가 나온다.
로딩 막대가 밀려올 때마다 입술이 바짝바짝 탔다.
“제발, 오른쪽! 가자, 가자!”
타조가 고개를 돌렸다. 오른쪽. 정확히 내가 외친 쪽으로.
눈앞에서 숫자가 깜빡이며 올라갔다.
+5,000원
‘이렇게 쉽게 딴다고? 이거 뭐야, 왜 이렇게 쉬워?’
가슴 깊은 곳에서 이상한 흥분이 피어올랐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지숙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제2회 KB창작동화제 최우수상과 제22회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너에게서 온 봄』 『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 『우리들의 히든스토리』 『이웃에 괴물이 산다』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 등이 있다.
목차
고교생, 조직원 앞에서 쓰러져 사망…… 체내 마약 검출
학교에서 영업 중_지석
3월의 교실_선우
동아리, 돈독방_준
배움엔 여러 종류가 있다_지석
지석과의 재회_선우
내가 찾은 1등 자리_지석
돈독방 환영회_준
새로운 놀이에 빠지다_선우
갓생을 살겠어_준
긴 하루_선우
악몽 같은 날_준
마지막 경고_선우
텔레그램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_준
위험한 투자설명회_준과 지석
진수가 사라지다_선우
축 개업, 아이스크림방_준과 지석
희망과 절망이 도착했습니다_선우
마왕의 삶이 시작되다_준과 지석
드라퍼의 세계_선우
마왕이란 이름을 얻다_준과 지석
지름길에서 길을 잃다_선우
특별한 배달_선우
위대한 독고준
선택_선우
부메랑_준
아이스크림이 녹는 시간_준과 지석
불청객이 찾아오다_준과 지석
오징어 잡는 법_선우
다시 봄, 재활센터에서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