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우련 소설가가 『팔팔 끓고나서 4분간』 이후 선보이는 신작 『정말 외로운 그 말』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정직과 정의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숨겨진 부조리를 드러내고 상처 입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다.
표제작 「정말 외로운 그 말」은 위선과 비리로 점철된 미술계를 무대로 정직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운지를 보여준다. 고향 친구이자 미술계 유력 인사인 천대표의 이중성을 알고 있는 곽 교수는 그를 초빙교수로 영입하려는 학내 분위기에 맞서 꿋꿋하게 반대 의견을 펼친다. 빌리 조엘의 노래 <Honesty>를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정직성(Honesty)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라는 가사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고독한 저항을 그려낸다.
출판사 리뷰
외로운 정직의 길을 걷는 사람들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정의를 묻다
▶ 정직함을 상실한 시대에 뱉는 외로운 그 말
정우련 소설가가 『팔팔 끓고나서 4분간』 이후 선보이는 신작 『정말 외로운 그 말』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정직과 정의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숨겨진 부조리를 드러내고 상처 입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다.
표제작 「정말 외로운 그 말」은 위선과 비리로 점철된 미술계를 무대로 정직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운지를 보여준다. 고향 친구이자 미술계 유력 인사인 천대표의 이중성을 알고 있는 곽 교수는 그를 초빙교수로 영입하려는 학내 분위기에 맞서 꿋꿋하게 반대 의견을 펼친다. 빌리 조엘의 노래 <Honesty>를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정직성(Honesty) 정말 외로운 그 말 더러운 세상에서”라는 가사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고독한 저항을 그려낸다.
▶ 국가가 지우고 덮은 이름들
소설가는 개인의 정직에서 가지를 뻗어 역사와 공권력이 왜곡한 삶을 더듬으며 무엇이 진정 옳은 일인지 묻는다. 「재심」은 15년간 간첩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주인공이 뉴욕에서 아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분단 조국이 씌운 억울한 죄명과 고문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그는 과거의 기억이 사라져 가는 아들을 보며 비로소 재심을 결심한다.
이러한 저항은 「클레멘타인」에서도 이어진다. 이 소설은 1980년대 베트남 난민(보트피플) 96명을 구조하고도 정부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전작 『팔팔 끓고나서 4분간』의 「만선」에서 선장의 시점을 다루었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조리장 박동호의 이야기를 펼친다. 가난한 생활에 지친 박동호에게 어느 날 방송작가가 찾아온다. 난민 구조로 역적 취급을 받았던 그는 선장이 국회 인권상을 받았다는 소식과 그날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다시는 바다로 나가지 않겠다던 자신의 결심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은어가 사는 강물」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를 다룬다. 다수취수장 말단 직원 은명수는 옥계천 낚시터에서 구산전사의 폐수 방류 현장을 목격한다. 이로 인해 명수의 아내 은옥은 아이를 잃고, 명수는 업무과실로 구속되지만 정작 가해 기업의 고의적 만행은 은폐된다.
소설가는 세 이야기를 통해 국가가 지운 이름을 되살린다. 법은 당시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가렸지만 진실은 시대를 초월한다. 소설가는 그 진실에 집중하며 판결에 반영되지 못한 망설임, 두려움 그래도 해야 한다고 믿었던 순간들에 집중한다. 역사에서 삭제된 이름을 불러내고 누군가의 선택이 왜 중요했는지를 증언한다. 정우련은 글쓰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기억해야 하는지 묻는다.
▶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 올곧은 마음
이번 소설집은 현대사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도 올곧은 마음을 발굴한다. 「여왕의 향기」는 신라 시대 선덕 여왕 폐위를 내세운 비담과 염종의 반란 속에서 여왕과 신하 사이의 깊은 신뢰, 그 밑바탕이 되는 애민 정신을 그린다. 죽음을 앞둔 여왕은 자장에게 백성들의 가슴속에 오래 잊히지 않는 향기로 남고 싶다는 소망과 자신이 떠난 후에도 백성을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남긴다.
이어지는 「물계자의 노래」에서 물계자는 전쟁의 공을 세우고도 포상을 받지 못했지만 응당 할 일을 했다며 더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세속이 말하는 보상 대신 은둔을 선택한 물계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세상의 소란함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내면의 진실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삶의 태도임을 보여준다.
▶ 그릇됨을 부정하며 나아가는 정의의 힘
정우련의 소설 속 인물들은 깊은 어둠 속에서도 늘 빛을 향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에 맞서 자신만의 정직한 삶을 완성해 나간다. 소설가는 결국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실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와 결심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든다고 말한다. 소설가가 건네는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각자의 삶에 묻어두었던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정의는 어디 있는지를 반추하게 한다.
그는 아들의 이야기가 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자신은 열아홉 살 때의 기억, 그러니까 50여 년 전에 철순이와 광호에게 포섭되어 문산 가는 기차 안에서 검문당하던 기억까지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그때 권총이 들었던 보스턴백 손잡이의 촉감까지도 생각나는데 아들은 이제 스물아홉 살이 아닌가. 스물아홉 살이 불과 10여 년 전의 일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니 그로서는 믿지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_「재심」
곽 교수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학과장인 염 교수의 방에 모여 앉은 교수들의 눈이 일제히 그에게 꽂혔다. 의혹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곽 교수가 어떻게 천 대표를 반대한다는 거지 천 대표 때문에 교수가 됐다던데 고향 친구라면서 혹시 천 대표가 자기보다 훨씬 잘나가니까 질투하는 거 아냐? 그에게 꽂힌 눈들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는 그 물음에 어떻게든 대답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곤혹스러웠다._「정말 외로운 그 말」
명수와 병국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자리에 붙박인 듯이 서 있었다. 남생이와 물고기 떼의 죽음이 그제야 연결되는 것 같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옥계천 물이 다사취수원으로 모여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쯤은 명수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기업일까.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소가 든 폐수를 흘려보낸 곳이. 그 순간, 실험실장 김원이 떠올랐다. 빨리 출근해서 김원에게 보고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_「은어가 사는 강물」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우련
1958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서른네 살의 다비장」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빈집』, 『팔팔 끓고나서 4분간』, 산문집 『구텐탁, 동백아가씨』 등이 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재심
정말 외로운 그 말
은어가 사는 강물
클레멘타인
여왕의 향기
물계자의 노래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