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말하지 않고 견뎌온 시간이 있다면, 그 침묵이 어떻게 삶의 언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1958년 개띠 해에 태어나 신문을 팔며 유년을 보낸 그는 거제조선소에서 33년간 용접 노동자로 살아오며 말보다 먼저 몸에 새겨진 생존의 시간을 기록한다. 산업화의 현장을 통과한 한 노동자의 삶은 영웅담이 아닌, 그래서 더욱 한국 사회의 진실한 초상으로 남는다.
불꽃 튀는 현장과 가정의 침묵 사이에서 이어 붙인 하루하루는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은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 된다. 위험하게 달아났던 아이에서 자신의 삶을 인정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이 기록은 개인의 회고를 넘어 한 세대 아버지들의 보편적 시간을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는가를 조용히 되돌아보게 한다.
출판사 리뷰
말하지 않고 살아온 시간이 있다면,버텨야만 했던 순간들이 있다면,이 책은 그 모든 삶이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다1958년 개띠 해에 태어난 한 아이는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신문을 팔며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과 맞닥뜨린다. 몸으로 부딪히며 버텨야 했던 유년의 시간은 그에게 말보다 먼저 ‘견딤’이라는 생존의 언어를 가르쳤다.
청년이 되어 거제조선소에 들어간 그는 이후 33년 동안 용접 노동자로 살아간다. 불꽃이 튀는 현장 속에서 말하지 않아도 쌓여가는 말들, 표현하지 않아도 몸에 새겨지는 상처들을 안고 그는 하루하루를 이어 붙인다. 산업재해의 위험과 가정의 침묵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걸어온 길은 결코 영웅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하다.
“살다 보니 알게 된다”는 그의 고백처럼, 이 책은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은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위험하게 달아났던 아이에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한 개인의 회고를 넘어 삶의 본질을 묻는다.
어둠이 삶을 덮쳤던 시간들을 지나, 그는 이제 ‘나로 살아낸 인생’을 다행으로 여기며 조용히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의 산업화 과정과 그 이면을 온몸으로 통과해 온 한 노동자의 기록이자, 말없이 버텨온 한 세대 아버지들의 보편적인 초상이다. 그리고 끝내 묻는다. 우리는 어떤 시간을 견디며, 무엇이 되어 여기까지 왔는가.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그 시절 누구나 등에 지고 다니던 짐이었다. 그 짐이 무겁지 않다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가난을 이겨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서도 ‘함께’라면 버틸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신발을 신고 있었고, 누군가는 맨발로 흙을 밟았다. 나는 그 흙의 냉기를 기억한다. 그 냉기가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에서 식지 않은 채 남아있다. 그 차가움이 나를 더 단단하게 했고, 그 속에서 피어오르던 따뜻한 온기가 결국 나를 지켜냈다.
유치장 벽의 곰팡내, 경찰의 무표정한 손, 피가 고인 철맛, 그리고 ‘너 같은 놈’이라는 말. 그 말이 가장 오래 남았다. 주먹보다 더 깊숙하게. 세상이 약자를 의심하는 방식, 가난한 아이에게 무죄를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방식—나는 그것을 너무 일찍 배웠다. 그날 이후 나는 혼자 다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겠다고. 누가 나를 끌어내리려 하면, 그 손을 반드시 뿌리치겠다고. 세상이 나를 함부로 판단하도록 그냥 두지 않겠다고. 그리고 훗날, 용접봉 끝에서 튀는 불꽃을 바라보던 어느 밤, 그 다짐은 더 단단해졌다. 그 불꽃은 짧게 튀고 사라지지만, 사라지기 직전 가장 밝다.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도 그렇다고.
목차
들어가며 5
1화 빈자리마다 바람이 불었다
1958년, 개띠 14
그 아이는 아직도 내 안에 있다 27
긴 결핍의 시간 끝에서 39
2화 발붙일 곳 없는 삶의 기울기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54
그 바다의 끝에서 65
감춰진 진실 75
3화 어둠 끝에서 다시 한 걸음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90
어둠 속의 작은 불빛 102
사라지는 마음의 자리 115
4화 기울어진 몸으로 버티는 삶의 자리
억지로 맞물린 하루들 130
몸에 남은 노동의 기록 143
따뜻했지만, 짧았던 인연 156
5화 떠도는 마음의 무게
무너진 몸으로 다시 서다 170
닿지 않는 마음들의 집 181
머물지 못해 떠돌던 시간 191
6화 싸움으로 버티고, 상처로 살아가다
머물 자리 없는 곳에서 산다는 것 206
끝내 삼키지 못한 말 221
폭발하는 마음, 부서지는 몸 231
7화 내가 잃은 것의 값
말하지 않은 말들 246
사고를 막고, 사고를 치다 258
버티는 삶의 값 272
8화 끝내 나로 서기까지
죽음이 삶을 덮어 들어온 날 286
나로 살아 다행이다 296
부서지고도, 남은 것 308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