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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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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982년 동인지 『시운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40여 년간 생태적 상상력과 관계의 윤리를 탐구해온 이문재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혼자의 넓이』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으로, 관계의 재발견과 생태 보전을 위한 문명 전환을 화두로 한 시 92편을 4부로 묶었다. 꽃 한 송이와 모래 한 알, 칫솔 같은 사물까지 세계 전체를 관계의 대상으로 확장하는 시적 사유가 두드러진다.

시집은 타자와 세계에 가닿기 위한 감각적 실천으로서의 시를 보여준다. 나희덕 시인은 발문에서 이 시집을 “인형 속의 인형처럼 사유가 증식하는 구조”에 비유하며, 반복과 변주 속에서 의미의 층위가 달라진다고 짚는다. 인간과 비인간을 아우르는 생태적 윤리, 다음 세대를 향한 책임의식은 시단의 현재 위치와 출간의 의미를 또렷이 드러낸다.

  출판사 리뷰

“내가 오래 품어온 꿈과
당신이 새로 받아 든 꿈”

지구의 정수리에 시를 심는 가만한 혁명
세상의 맨 앞으로, 미래를 마중하러 나아가기
세계와의 관계를 재감각하는 이문재 일곱번째 시집

1982년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40여 년간 생태적 상상력을 구축하고 관계의 윤리를 숙고해온 이문재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29번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혼자의 넓이』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관계의 재발견과 생태 보전을 위한 문명 전환을 화두로 삼은 시 92편을 총 4부에 나눠 묶었다. 꽃 한 송이와 모래 한 알 앞에서도 숭고해지고, 양치를 하다 문득 칫솔에게 느낀 고마움을 전 우주로 확장하는 시인의 상상력과 포용력이 곳곳에 스며든 시집은 세계와 맺는 관계의 윤리를 섬세하게 탐문하는 시인 고유의 궤적을 보여준다. 시집의 제목인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는 전 지구를 무대로 활동한 일본의 생태주의 시인 나나오 사카키의 말에서 빌려온 것으로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나희덕 시인은 이 제목을 마트료시카 인형에 비유하며 “인형 속의 인형 속의 인형처럼, 이문재의 시에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은 서로를 품거나 낳으며 사유의 어떤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하나의 문장이나 한 편의 시 속에서 같은 단어를 다시 호출할 때마다 그 의미나 층위가 조금씩 달라진다”(─발문, 「생각을 생각하는 시, 꿈을 꾸게 하는 꿈」)고 밝힌 바 있다. 동일성으로의 회귀가 아닌, “앞과 뒤 위아래도 뒤집어”(내 새 이름)가며 증식하는 이 꿈의 시뮬라크르가 우리로 하여금 다시 꿈꾸게 한다.

존재에 가닿기 위한 간절한 시도
피부 밖으로 나아가는 관계의 감각학


거울 속의 거울

마주 보는 거울은 떼어놓기

눈동자는 다른 눈동자와 마주 보게 하기

눈동자 안에 다른 눈동자 빛나게 하기

반짝이는 눈동자에게

꿈을 꾸게 하는 꿈 말해주기

시를 쓰게 하는 시 서로 읽어주기

─너도 봄날 전문

상대방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말을 건네고, 귀 기울여 듣는 일. 이문재의 시는 이러한 감각적 행위를 통해 타자와 관계를 맺는다. 간절하리만큼 관계 지향적인 태도는 오늘날 만연한 소통의 단절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눈동자를 바라본 적이/언제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다른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언제였는지”(눈동자 2)라는 고백은 “전화 한 통 안 하거나/문자 하나 확인하지 않”(혼자의 혼자―농담 2)을 만큼 각박해진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시집의 1부와 4부에는 시인의 자전적 기억과 더불어 삶의 시간 속에서 만난 존재들과의 관계가 담겨 있다. “죽은 엄마 전화기를 어찌하지 못”한 채로 “엄마한테 문자를 보”(「엄마 전화기」)내곤 하는 시의 화자는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와 “음식은 끝 맛이라시던 외할머니”(「백모란」) “월남에서 돌아온 말 없던 막내 삼촌”(「커피를 꿀꺽」) “통영 바닷가에 사는 시인”(「전화하지 않고 사랑할래요」) 등 삶을 함께해온 얼굴들을 조용히 호출한다. 타자와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시인은 연결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밤중에도 달을 바라보며//반대편에 떠 있는 태양을 생각하는 거야”(직사광선), “보름달 보이지?/그래, 보여!//그렇구나, 우리 눈빛이/지금 저 달에서 만나는 거로구나”(밤이 켜졌다)에서처럼 만남은 거리를 넘어 감각의 공명으로 확장된다.
나아가 시인은 타자에 가닿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경로로서 ‘피부’를 호출한다. “내 생각이 피부 밖으로 나가/다른 몸 안으로 들어가본 적이/과연 몇 번이나 있었는지”(피부 바깥으로), “내가 나의 밖으로 나가야/당신을 만날 수 있을 텐데”(피부 밖으로)라는 사유에서 이문재의 시적 태도는 나와 세계가 동일한 감각의 조직 위에 놓여 있다는 지각의 현상학을 여실히 수행해낸다.

우주가 함께한다는 광활한 연대감,
세계와 다시 맺는 생태적 윤리


우리 안과 밖에 천지자연
천지자연 안에 우리 우리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느니

─모두를 위한 것은 모두가 부분

이문재의 시에서 만남의 대상은 인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만은 아니겠지요 동식물을 비롯해/땅과 하늘 별과 달은 물론 도구와 기계에 이르기까지”(최소량의 원칙―『문학사상』 지령 600호에 부쳐), “인간과 비인간 존재 모두 형제자매입니다”(이것은 칫솔이 아니다)라는 선언은 세계 전체를 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인식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집의 2부와 3부에서는 이러한 대사회적 메시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된다. ‘하늘’ ‘땅’ ‘아침’ ‘밤’ ‘대초원’ ‘사막’ ‘꽃’ ‘뿌리’ 등 자연에 대한 호명은 등단작에서도 이미 명징하게 드러났던 화두다. “우리 살던 옛집 지붕에는/우리가 울면서 이름 붙여준 울음 우는/별로 가득하고/땅에 묻어주고 싶었던 하늘/우리 살던 옛집 지붕 근처까지/올라온 나무들은 바람이 불면/무거워진 나뭇잎을 흔들며 기뻐하고/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그해의 나이테를/아주 둥글게 그렸었다”(우리 살던 옛집 지붕).
삶과 자연을 하나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던 젊은 시인은 이제 시단의 어른이 되어 다음 세대의 삶을 염려하며 “물려받은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게 해서/물려주는 것이 진정 예술이고 정치”(근황)임을 되새기고, “물려받은 것을 그대로 물려주진 못할지언정/물려받은 것보다 더 나쁘게 해서 물려주는/이런 사회, 이런 시대, 이러한 문명”(죄와 벌)을 깊이 반성한다. 시인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시니어 단체 ‘60+기후행동’의 공동대표로 활동해왔으며, 발문을 쓴 나희덕 시인과 함께 ‘오대산지구시민작가포럼’을 꾸려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해왔다. “순결하고 건강하고 웅숭깊은/생명의 품을 우리가 이렇게 더럽혀놓아서/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미안하다)고 고백하며 책임의 언어를 놓지 않는 시인의 윤리 의식이 시집 전반에 흐르고 있다.

잔가지 맨 끝
늦겨울 이른 봄

처음 눈뜬 새순이
뒤돌아보며 말한다

무서워요
앞에 아무것도 안 보여요

가지가 말한다
앞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여

줄기가 말한다
네가 하늘을 보고 있는 거야

계속 올려줄 테니 앞만 보거라
뿌리가 말한다

하늘이 너를 보고 있는 거야
지금 네가 맨 앞인 거야



―「새봄」 전문

매년 11월이 돌아오면
페루 사람들은 죽은 자의 넋을 기린다

고인이 생전에 즐기던 음식을 장만하고
온 가족이 죽은 자들과 이틀간 함께 살아 있다

산 자들은 아파트형 묘지를 찾아
꽃을 바치고 담배를 피워 악귀를 물리치고
브라스밴드에 맞춰 노래하고 춤춘다

매년 11월 초하루
페루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난다
한날한시에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방문한다

죽은 자의 사진이 없으면
죽은 자가 살아생전 살던 집을 찾지 못한대서
산 자가 죽은 자의 얼굴 사진을 고이 모신다

먼저 떠난 자와 나중에 따라갈 자가
같은 날 흥겨운 잔치를 벌이는 나라
산 자들이 죽은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페루 사람들의 국가 제목은 이러하다

우리는 자유로우며 언제나 그러하리라


―「죽은 자의 날―우리는 자유로우며 언제나 그러하리라」 전문

바람이 없어도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있다

바람이 없으면
달려 나가는 바람개비

바람이 없어서
앞으로 달려 나가는 바람개비

오직 자기 힘으로
없는 바람을 만들어내는
없는 바람에게 바람을 보여주는

천지간 바람이 없어서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개비가 있다


―「바람개비」 전문

  목차

시인의 말

1부 소년이 소년을 벗어놓은 곳
눈동자 | 너도 봄날 | 소년 | 새봄 | 아침 | 밤이 부족하다 2 | 초승달 | 고통이 말해주지 않는 고통 | 김포 | 잘 가라, 내 실수 | 묘비명 | 실족사 | 엄마 전화기 | 죽은 자의 전화번호 | 전화하지 않고 사랑할래요 | 직사광선 | 12시 방향 | 남고비사막 | 대초원 | 피부 바깥으로 | 밤이 켜졌다 | 밤의 사막

2부 이제야 꽃을 드는데
밤이 부족하다 |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 바람개비 2 | 피부 밖으로 | 이제야 꽃을 든다 | 무엇이 더 부족한가 | 이별 고개 | 혼자의 혼자 | 혼자 혼잣말 | 안단테, 안단테 |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 가출 | 선물 | 세상에 참평화 있어라 | 우리 집에 왜 왔니 | 죽은 자의 날 | 지상의 하느님 | 하늘나라 | 활발한 생활 | 연립주택

3부 총구에 꽃을 꽂지 말라
바람개비 | 울지 않으면 죽어야 한다 | 근황 | 전환설계 | 다시 땅끝 | 죄와 벌 | 하늘이 내게 물었다 | 내 새 이름 | 모두를 위한 것은 모두가 | 몬스 사케르 | 천상의 메아리 | 어싱 | 다시 지구 생각 | 천지간 천지인 | 최소량의 원칙 | 식물의 말 | 이것은 칫솔이 아니다 | 총구에 꽃을 꽂지 말라 | 하늘이 들어오신다 | 밤의 각오 | 미안하다

4부 여행자를 위한 기도
눈동자 2 | 첫눈 | 아침의 기도 | 만추 | 후숙 과일 | 낮달맞이꽃 | 새벽 기도 | 메아리 | 딸이 딸을 낳았다 |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 동백섬 | 목백일홍 | 묵호 | 꽃 | 백모란 | 병원이라니 | 부부 | 민간인 | 칠만 삼천삼백예순다섯 | 경전철 | 포장 이사 | 손톱하고 눈싸움 | 커피를 꿀꺽 | 하늘 끝까지 | 먼동 | 피안 감각 | 여행자의 기도 | 하늘 | 화살기도

발문
생각을 생각하는 시, 꿈을 꾸게 하는 꿈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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