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전미도서상 최종후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
워싱턴포스트 선정 2014년 최우수 소설 50선, 커커스 선정 2014년 최우수 도서, 아마존 선정 2014년 최우수 도서 100선2025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라비 알라메딘의 대표작“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간절히 바라야만 한 개의 점이라도 된다. 내가 문학과 시를 귀중하게 여기고 예술에 휘황한 금을 입혀 번쩍이게 하는 이유는 온 인류에게 명백한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늘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_ 407p
무엇이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가를 묻는 소설레바논계 미국 작가인 라비 알라메딘은 2025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이어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며 오랜 시간 축적해온 문학적 성취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작가다. 《불필요한 여자》는 알라메딘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이전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이미 그의 문학적 특징이 완성도 높게 구현되어 있다. 파편화된 기억을 엮는 서사 방식, 세계 문학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 유머와 비애가 공존하는 문체는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을 매우 인상적으로 예고한다.
《불필요한 여자》는 ‘여성의 이야기’를 넘어, 무엇이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가를 묻는 소설이다. 사회가 정한 성공과 효율의 기준에서 비켜선 한 여성의 고독한 삶을 따라가며, 이 작품은 ‘필요함’이라는 잣대가 얼마나 쉽게 인간을 배제하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알라메딘의 초기 대표작인 이 소설은, 아무도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의 기준으로 충만해질 수 있는 삶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빠르게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 《불필요한 여자》는 삶의 속도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침묵 속에서도 사유하고 저항하는 또 하나의 여성 서사주인공 알리야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서 한 발 비켜선 인물이다. 베이루트의 오래된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며 독서와 번역, 기억과 사유라는 조용한 행위들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 그녀는 스물두 살 이후로 거의 매년 1월 1일에 새 번역을 시작한다. 50년 동안 37권을 번역했다. 연말이 되면, 작업이 끝난 책을, 묶이지 않은 상태의 번역본을 상자에 넣는다. 그것이 그녀의 삶이다. 출간한 적이 없고, 그것으로 뭔가를 더 해보겠다는 야망도 없다. 그저 번역이 주는 기쁨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더 솔직하게는, 번역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훨씬 덜 힘들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신도 없고 남편도 없는 여자에게 세월의 무게는 아주 가혹하기에.
알리야는 상처를 피해온 인물이 아니다. 전쟁의 기억, 불우한 가족사, 반복된 배제와 침묵을 몸에 지닌 채 살아간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녀를 결핍의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이 소설이 주목하는 것은 그녀가 무엇을 잃었는지가 아니라, 그 모든 조건 속에서도 무엇을 끝까지 놓지 않았는가이다. 알리야는 고독을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고독을 하나의 삶의 형식으로 선택한 인물이며, 타인의 승인 없이도 자신의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주체이다. 알리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고독은 실패가 아니라 선택이며, 사유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세계와 관계 맺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알게 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그 힘이 독자에게 오래 남는 여운을 선사한다.
‘불필요함’이라는 낙인에 대한 가장 조용하고 지적인 반박 《불필요한 여자》의 주인공은 세상이 정한 기준에서는 주변부에 머무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독서와 번역을 통해 세계를 자기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침묵 속에서도 사유와 선택을 멈추지 않는다. 이 소설은 고독한 여성을 연약한 존재로 소비하지 않고, 자기 삶의 밀도를 스스로 구축한 인물로 그려낸다.
알리야는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지만, 자신의 삶과 취향, 사고를 스스로 선택한 여성이다. 알리야를 지탱해온 것은 세상이 인정하는 성취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의미 있다고 믿는 것들을 지속하는 힘이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번역을 계속하는 일,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문장을 자기 언어로 옮기는 일은 즉각적인 보상이나 효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무용해 보이는 행위들을 통해 묻는다. 누군가에게 필요하다고 불리지 않아도, 한 인간의 삶은 스스로의 기준으로 충만해질 수 있는가.
그런 면에서 《불필요한 여자》는 ‘불필요함’이라는 낙인을 뒤집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매 순간 존엄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을 놓치지 않고 추적하는 연구보고서다. 인간 존엄성의 의미는 아마도 문학의 가장 위대한 주제일 것이며, 알라메딘은 이 특별한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서로를 ‘필요하다’ 혹은 ‘불필요하다’고 부르는가《불필요한 여자》의 중심 서사 주위로, 알리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지류처럼 흘러든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으며 그녀에게는 책이 전부임을 알아주었던 사람 한나, 서점에서 책 읽는 청소년으로 만나 아라파트의 추종자로 떠나간 아마드, 그리고 한 건물에서 수십 년을 무언의 관계로 살았으나 갑작스러운 물난리로부터 그녀의 전 재산인 번역 원고를 함께 구해내는 이웃들. 베이루트라는 도시 그 자체도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알리야의 신랄한 기지에 의해 빛을 발한다.
《불필요한 여자》는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파란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에 관한 이야기이자, 나이 듦과 함께 찾아오는 소모전에 관한 이야기이며, 저마다의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무엇보다 회복력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살아남고, 제정신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기 위해 필요한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특정한 정체성의 이야기로 읽히기보다, 모든 독자에게 열려 있는 질문으로 남는다. 무엇이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서로를 ‘필요하다’ 혹은 ‘불필요하다’고 부르는가. 이 조용한 질문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독자의 삶 곁에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