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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종이 2025.겨울호
청색종이 | 부모님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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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새로움이 낯섦과 익숙함, 낡음으로 순환되는 예술의 역사 속에서 문학은 여전히 새로움을 욕망한다. 그러나 그것은 형식의 혁신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구성하는 태도의 문제다. 이번 겨울호는 ‘우리는 왜 (안)새로운가’라는 질문으로 새로움의 피로와 윤리를 함께 사유한다.

최진석, 박동억, 조대한의 비평은 시가 세계를 배치하는 방식과 주체의 인식 변화를 짚고, 비인간과 행성적 감응의 언어를 탐색한다. 신작시, 산문, 대담, 크로스, 리뷰까지 이어지며 시가 세계의 지속적 생성을 감각하는 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새로움, 낯섦과 익숙함 너머에서

‘새로움’은 늘 낯선 얼굴로 나타난다. 그 낯섦은 금세 익숙함으로 흡수되고, 익숙함은 다시 낡음으로 밀려나며, 예전의 새로움을 망각의 늪에 던져버린다. 물론, 또 다른 새로움이 도래할 것이다. 다만, 그 역시 언젠가 익숙함과 낡음의 방정식 속에 교체될 테지만. 예술의 역사는 이 무한한 교체의 역사를 반복해 온 듯하다. 근대의 예술이 새로움을 자신의 존재 근거로 삼은 순간부터, 새로움은 감각의 갱신을 넘어 생존의 방식이 되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갱신은 곧 ‘낯섦의 자동화’를 초래했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표방된 수많은 새로움은 어느새 또 다른 관습의 문법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움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 피로를 자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전히 새로움을 욕망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 끝없는 갱신의 회로로 몰아넣는가? 근대 예술이 신의 질서 대신 인간의 자유를 택했을 때, 새로움은 자유의 증거이자 불안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예술은 더 이상 외부의 권위에 기댈 수 없게 되었고, 오직 ‘다르게 보기’와 ‘다르게 말하기’의 실험을 통해 자신을 정당화해야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한 지금, ‘다름’은 더 이상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의 어휘로, 트렌드의 수사로, 유통 가능한 감각을 제공하는 언어가 되었다. 예술의 새로움은 자본의 속도와 나란히 움직이며, 새로움의 명령은 저항의 형식이 아니라 생존의 장치가 되었다.
이제 새로움은 단순히 감각의 문제로 다룰 수 없다. 그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즉 존재의 구조를 다시 묻는 일로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한때 ‘형식의 새로움’을 통해 세계를 낯설게 만들고자 했지만, 그 낯섦조차 오래된 감각이 되어버렸다. 시가 새로워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 오랫동안 시를 얽매어 왔다. 새로움이란 ‘이전과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가치의 체계 바깥에서 세계를 다시 구성하려는 움직임일 것이다. 새로움은 형식의 파괴가 아니라, 관계의 재배치이며, 세계의 재구성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시대의 새로움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세계의 언어에서 비롯된다.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감각, 행성과 생명의 리듬이 얽히는 장에서 새로움은 다시 태어난다. 이제 시는 인간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행성적 감응의 회로 속에서 울리는 하나의 진동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전쟁, 기술문명, 인공지능의 언어가 공존하는 이 행성의 시간 속에서, 시는 ‘새로움’의 표식이 아니라 세계의 지속적 생성을 탐색하는 감각 장치가 된다. 새로움은 어떤 목적지가 아니라, 세계가 스스로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떨림에 가깝다.
“우리는 왜 (안)새로운가?” 이 역설적인 제목은 막연한 언어유희가 아니라, 문학이 처한 존재 조건을 드러낸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움을 갈망하지만, 그 욕망은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새로움은 시대의 강박이자, 동시에 문학의 근원적 윤리다. 그것은 세계를 다시 느끼고, 다시 말하고, 다시 사랑하려는 의지의 다른 이름이다. 시는 언제나 ‘이미 늦은 현재’에 쓰이며, 그 지연 속에서 새로운 시간을 발명한다. 시의 새로움은 바로 그 지연의 틈, 아직 완수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새로움은 어떤 정답이나 기법이 아니라, 존재의 태도이다. 낡은 세계를 부정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선취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아직 말해지지 않은 방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믿는 태도. 시는 그 믿음을 가장 오래 견디는 언어 중 하나일 것이다. 언어가 끝나는 자리에서, 인간의 손을 벗어난 세계가 말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움 이후’의 세계를 만난다. 그때 시는 새로워진다. 시는 언제나 세계보다 조금 늦게, 그러나 세계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쪽으로 쓰이는 까닭이다.
이 겨울, 《청색종이》는 새로움의 역설을 통해 다시 묻고자 한다. 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니, 우리는 어떻게 다시 세계를 쓸 수 있을까?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응답하려 한다. 시가 여전히 세계를 감각하게 만드는 언어라면, 그것은 아마도 ‘새로움’이라는 익숙한 이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세계가 우리를 통과하며 남기는 문장의 흔적에 있을지 모른다. 낯섦과 익숙함의 오랜 회로를 넘어, 그것이 어떻게 세계를 구성하는 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세 명의 평론가에게 주문해보았다.
최진석은 ‘새로움’의 문제를 시 자체의 형식이나 감각 변화가 아니라 시가 어떻게 세계를 구성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바라본다. 그는 근대문학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감각 구조와 인식의 틀을 검토하며, 시적 언어가 세계를 다시 배치하고 형성하는 과정을 새로움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나아가 이러한 구성의 방식이 어떻게 주체의 인식 변화와 윤리적 감수성의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분석한다.
박동억은 ‘도래하지 않은 시인’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움을 시대적 조건과 시적 주체의 변화를 통해 재검토한다. 그는 신진용의 ‘우주시’ 연작과 오산하의 근작시를 인용하며, 이 두 시인이 보여주는 감정 구조와 시간 감각, 존재론적 불안을 통해 새로운 시적 인식의 조건을 모색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움은 형식적 혁신이 아니라, 시대와 세계를 증언하는 주체의 인식 구조가 어떻게 갱신되는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조대한은 새로움을 시적 언어의 물질적 전환, 신유물론적 흐름에서 찾으며, 신진용의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와 차현준의 『온몸일으키기』를 분석한다. 그는 비인간적 존재, 감각의 재배열, 발화 방식의 변화가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구성하게 만드는 과정을 추적한다. 새로움은 감각적 신선함이 아니라, 세계가 생성되는 방식을 언어가 다시 조직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인>은 손택수 시인의 신작시와 자선시를 싣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김대현 편집위원의 글을 올렸다. 사물의 미세한 결을 더듬어 존재의 온기를 포착해온 시인의 세계가 이번에도 담백한 숨결로 펼쳐진다. 그의 시적 태도는 일상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으며, 낯선 투명성을 띤 언어의 깊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사물의 기원을 “사랑의 기교”로 기술하는 시인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시대의 시인들>에는 김수우, 김행숙, 박소란, 송승언, 고주희, 김성백, 김보나, 유선혜, 박연 시인의 신작시를 실었다. 해가 바뀌는 이 계절, 시대와 문학의 변위를 체감하는 시간으로 음미해 보길 바란다. 각 시에 흐르는 결이 저마다의 현재를 비추어, 독자에게도 자신의 한 해를 조용히 돌아보게 하는 자리에 이끌어줄 것이다.

<문정희의 유랑 언어> 16번째 산문은 망명자 파블로 카잘스의 첼로와 그 흐느낌을 따라 자신의 언어와 감정의 근원을 더듬어가는 산문이다. 쇠락하는 시대의 언어 속에서도 ‘벌거벗은 시’의 가능성을 묻는, 한 시인의 내밀한 고백과 성찰이 담겨 있다. 영원한 유랑 시인 문정희의 조용한 말 건넴을 함께 들어보자.

본지 발행인 김태형 시인이 연재하는 <엣세이 최승희>의 15번째 글은 여러 아카이브를 뒤쫓아 ‘원본을 찾는 일’ 자체가 하나의 춤이 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는 사진 속 뒤바뀐 좌우 이미지와 누락된 기록 너머의 최승희를 다시 불러낸다. 1930년대 촬영회와 필름, 잡지 속 이미지들이 펼쳐 보이는 것은 한 무용가가 자신의 몸과 포즈를 어떻게 대중의 시선 속에서 재구성해 왔는가에 대한 생생한 문화사적 증언이다. 이렇게 흩어진 이미지들 속에서 최승희라는 이름이 어떻게 시대의 욕망과 기술적 감각을 가로지르며 형성되었는지, 시인의 섬세한 추적 작업에 동참해보길 권한다.

시와 사회, 철학과 문명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크로스>를 매호 정기적으로 싣게 되었다. 이번에 청한 글은 사회학자 서동진의 글이다. 그는 ‘전경과 배경’이라는 시각적 비유를 빌려,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구조, 즉 착취와 수탈, 생산과 재생산,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다시 사유하자고 제안한다. 오늘의 다중적 위기는 이 배경들이 더는 감춰지지 않는 순간에 드러나는 하나의 ‘게슈탈트’이며, 그로 인해 세계를 전체적으로 상상할 능력이 무너지는 서사적 위기이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분리와 모순을 함께 바라보려는 시도야말로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리얼리즘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청색지가 선택한 이 계절의 시집>에는 두 분의 글이 실렸다. 배수연 편집위원과 안수현 편집위원의 글이 그것이다. 두 편의 리뷰는 이 계절의 시들이 어떻게 사라진 것들을 붙드는 기억이 되며 동시에 새로운 탄생을 불러오는 우주의 리듬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박다래와 오산하의 시를 통해 우리는 젖은 돌과 불씨,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건너는 조용한 애도의 발걸음을 듣게 되고, 정다연과 강성은의 시에서는 별과 눈의 결정을 따라 존재들이 서로를 깨우는 윤리의 미세한 떨림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두 편의 리뷰는 서로 다른 세계를 건너는 시들이 결국 하나의 빛으로 모여 우리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함을 전한다.

<청색지가 선택한 이 계절의 시>에는 진기환 평론가의 비평적 시선을 담았다. 이 글은 내란 이후의 한국 현대사가 안고 있는 ‘원죄’를 응시하며, 제도적 해결을 넘어 스스로의 마음을 점검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 묻는다. 그는 여러 시들이 드러내는 상처와 책임의 감각 속에서, 서로의 죄를 봉합하며 공동체를 다시 세우려는 가능성을 찾아낸다. 구원이란 결국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타인의 고통 앞에 손을 내미는 그 미세한 순간에 깃든다는 것이다.

지난 호부터 연재된 <대담 ― 오직 나는 시인이다>는 독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장기 항해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재훈 시인이 송재학 시인과 나눈 대담을 실었는데, 작업실의 어둠과 음악, 그리고 유년의 강가까지 이어지는 기억의 결들을 따라 한 시인이 어떻게 자신의 감각과 세계를 단단히 세워왔는지를 잔잔한 호흡으로 들려준다. 어둠과 음향, 풍경과 언어가 서로를 비추는 그의 말들은 오래 닦인 수석처럼 빛과 그림자를 머금고, 읽는 이에게도 자신만의 감각을 다시 일으키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모두가 함께 나누었으면 싶은 대화이다.

제4회 신인상에 관한 아쉬운 말씀을 드린다. 올해도 많은 투고작이 몰려와 하나하나 읽고 살펴보기 위해 심사위원 모두가 정성을 다해 검토했다. 하지만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당선작을 찾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수작이라 할 작품들은 여러 편이 눈에 띄었으나, 심사위원 모두의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기에 올해를 빈자리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청색지신인상’에 응모해준 모든 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글쓰기의 의지와 열정을 다시 한번 불태워보기를 당부한다. 자세한 심사 경위에 대해서는 이은규 심사위원의 글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겨울호와 함께 독자분들께 전할 소식이 있다. 2021년 창간호부터 수고해 준 김대현 평론가가 주간에서 물러나고 최진석 평론가가 그 뒤를 잇게 되었다. 공사다망함에도 《청색종이》가 문예지로서 제 자리를 찾는 데 진력해주었던 김대현 평론가에게 큰 고마움을 전한다. 이후 편집위원으로서도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줄 것이다. 뒤를 이은 최진석 평론가 역시 주간의 책무에 전심하도록 독자 모두의 성원을 요청드린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청색종이 편집부

  목차

청색지신인상 공모
정기구독 안내

기획의 말 새로움, 낯섦과 익숙함 너머에서


소설가 하창수의 시인들
윤성근 - 하창수

특집 새로움과 실험: 우리는 왜 (안) 새로운가?
새로움 이후, 혹은 세계의 창안 최진석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인에 관하여 박동억
시적 물질화의 최근 사례들 조대한

시:인 손택수
신작시 달의 트랙을 따라 런닝
단칸
자선시 밀애
에어컨 실외기 옆에서 울던 그 여름 풀벌레 소리
작가론 기원의 시학 김대현

오직 나는 시인이다 2
풍경의 연대와 비의의 아름다움 송재학 × 이재훈

신작시 우리 시대의 시인들
후둑후둑 김수우
술래의 잠 김행숙
가을장마 박소란
곰국 송승언
한밤의 토끼 고주희
구경하는 집 김성백
날 찢고 태어나려는 말에게 김보나
당신이 등장하는 꿈이 등장하는 시 유선혜
환대의 규칙 박연

문정희의 유랑 언어 16
이제 옷을 벗어도 돼 문정희

엣세이 최승희 15
단 한 사람을 향해서 김태형

2025 청색지신인상
심사평 196

비평 CROSS
전부를 셈할 수는 없지만, 전체를 그릴 수 있다:
위기 시대를 사유하기 서동진

리뷰 청색지가 선택한 이 계절의 시집
별/눈의 존재론과 기다림의 윤리
― 정다연, 『여름 대삼각형』(민음사, 2025)
― 강성은, 『슬로우 슬로우』(봄날의책, 2025) 배수연
발 닿는 곳마다 애도하며 나아가기
― 박다래,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민음사, 2025)
― 오산하, 『첨벙 다음은 파도』(창비, 2025) 안수현

시선 청색지가 선택한 이 계절의 시
민주주의의 원죄와 구원의 공동체
― 2025년 가을의 시들 진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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