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명성아파트는 멋진 집이야.
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다 멋진 것 같지는 않아.”
영화 촬영 중 살해된 아파트 입주민
소문과 결백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
★김홍·박서련·송시우 추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작가 신작★2023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2024년 제18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무경의 신작 장편소설 《1939년 명성아파트》가 출간되었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기 넘치는 소설들을 발표해온 무경이, 이번에는 경성의 한 독신자아파트를 무대로 새로운 역사미스터리를 선보인다.
1939년 여름, 경성의 ‘명성아파트’에서 영화 촬영이 진행된다. 낯설고 신기한 구경거리에 식모로 일하는 열두 살 ‘입분’을 포함해 여러 입주민이 관심을 보이고, 입주민들 또한 촬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아파트에는 모처럼 활력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단역을 맡았던 입주민이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다. 시체가 있던 방에선 누가 쓴지 알 수 없는 새빨간 글씨가 나타나고, 그날 아파트에 있던 입주민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수사를 할수록 입주민들이 감추고 있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며 아파트는 더 큰 혼란에 빠져든다.
“갖은 사람의 욕망을 밟고 서 있”(김홍 소설가)는 명성아파트에는 들끓는 악의와 께름칙한 음모가 활개 친다. 《1939년 명성아파트》는 독보적인 흡인력과 정교한 트릭, 결말에 이르러 밝혀지는 비밀까지 정통 미스터리의 매력을 숨 쉴 틈 없이 펼치며 우리를 격동의 시대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역사미스터리는 낯설고 신기한 과거를 그리지만 현재의 고민 또한 담고 있는 장르”(작가의 말)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1939년 당대 도시 서민의 생활 풍속사를 현장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이들의 욕망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뒤엉킨 욕망과 암약하는 비밀
거짓과 죽음이 활개 치는 역사미스터리손에 잡힐 듯한 일제강점기의 생활상 속에 입분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경성의 산책자가 된 당신을 발견하게 된다._김홍(소설가)
‘과연, 그 시절 경성에도 없는 것 빼고 다 있었군.’ ‘현대와 비교해도 빠질 것 없겠군.’ 명성아파트 입주민들의 면면을 보노라면 이런 감탄이 절로 나온다._박서련(소설가)
납작한 반일 감정이나 애국주의로 일변하지 않고, 저 시대 우리가 살았더라면 정말 저랬을 것 같다는 공감을 하게끔 만든다._송시우(소설가)
2024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당시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과거와 현재 사이의 투쟁적인 해석적 이야기라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환기한다”(문학평론가 박인성)라는 평을 받은 무경의 신작 《1939년 명성아파트》(래빗홀, 2026)가 출간됐다. 그는 데뷔작인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전 2권)부터 장편소설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부디 당신이 무사히 타락하기를》에 이르기까지 올곧게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생동감 넘치게 구현하며 2022년 데뷔 후 단시간에 한국 역사미스터리의 새로운 계보를 써 내려가고 있다.
《1939년 명성아파트》에선 엄혹한 일제강점기, 경성의 명성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선과 악, 욕망과 비밀이 뒤얽히며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통해 또 한 편의 웰메이드 미스터리를 탄생시킨다. 아파트 입주민이 살해된 채 발견되자, 한순간 이웃에서 살인 용의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서로를 향한 의심을 키워간다. 범인을 찾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섬뜩한 단서들이 드러나고, 입주민들이 감추고 있던 속내가 밝혀지면서 아파트는 거대한 혼돈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던 1939년 여름은 언제든 평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과 흉흉함이 만연한 때였다. 전작에서 주로 근대 부산의 특별한 정취가 돋보이는 미스터리를 발표했던 무경은, 이번 작품에선 1939년 경성으로 무대를 옮겨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한층 더 높이는 탁월한 방식을 선택한다. 여기에 당시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독신자아파트의 공간적 특징을 디테일하게 활용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설정은 색다른 재미를 더하며 잔혹함이 서린 아파트 곳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기존 미스터리 독자들에겐 완성도 높은 한국형 미스터리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미스터리가 생소한 독자들에겐 짜릿한 지적 쾌감을 선사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세계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공포를 자아내는 광폭한 시대상
죽음의 장소로 탈바꿈한 일상의 공간“소련의 지령을 받고 중국 공산당과 결탁한 공산주의자들, 영국과 미국을 추종하는 제국주의자들이 우리 대일본제국을 노리고 있다! (…) 비열한 겁쟁이들이 이런 흉악한 짓을 벌여 질서를 어지럽히려 한 거다!” (p. 160, 〈2장. 1939년 8월〉)
“그게 우리 명성아파트의 몇 안 되는 좋은 점이야. 문이 두꺼워서 안에서 뭘 해도 바깥에는 소리가 잘 새어 나가지 않거든? 안에서 누가 칼에 찔려 비명을 질러도 밖에서는 못 들을걸?” (pp. 33~34, 〈1장. 1939년 7월〉)
깊이 있는 조사와 풍부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역사의 한 시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는 무경의 장기는 《1939년 명성아파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사건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광폭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영화 출연을 위해 순사 복장을 한 관리인 우에다 씨가 살해되자, 경찰은 범인이 “대일본제국에 해를 끼치려는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밝히며 이 사건이 일본에 대한 반역으로 벌어진 일이라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사건이 발생한 집에서 ‘大韓獨立(대한독립)’이라는 한자가 발견되자 경찰은 “가정부의 추종자거나 소련의 지령을 받는 공산주의자 따위”가 일으킨 소행이라며 사건의 동기를 가볍게 일축해버리기까지 한다. 사건이 “불온한 자들의 소행”으로 결론 내려진 후, 수사 도중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린 전적이 드러난 입주민은 단숨에 ‘음흉한 본성’을 품고 사람을 죽인 강력한 용의자로 몰린다.
사람들이 거주하며 일상을 보내던 아파트가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둔갑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보다 위험하고 현실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사건은 특이한 곳에서 일어나야 하나요? 길거리나 평범한 집에서도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잖아요”라는 주인공 입분의 말처럼, 이 소설은 사건 현장은 특별해야 한다는 통념을 비틀며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을 위협적이고 끔찍한 곳으로 탈바꿈시킨다. 더욱이 “2층부터 4층까지의 모든 집이 똑같이” 생겼고 “문이 두꺼워서 안에서 뭘 해도 바깥에는 소리가 잘 새어 나가지” 않는 명성아파트의 특성은 은밀한 사건이 벌어지기에 손색없는 장소다. 이처럼 아파트라는 웅장한 ‘회색 성채’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예측 불가능한 두려움을 더하며 사건 해결에 중요한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다.
정의를 바로 세우는 평범한 이들의 분투
21세기에도 살아 움직이는 20세기의 이야기인간의 선하고도 악한 양면성 또한 예나 지금이나 비슷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일들을 보고 듣고 겪으며 거기서 느낀 감정을 역사미스터리의 형식으로 녹였습니다. 역사미스터리는 낯설고 신기한 과거를 그리지만 현재의 고민 또한 담고 있는 장르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같은 아파트에 거주함에도 직업과 성별, 연령에 따라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입주민들 사이에는 어느새 서늘한 불신이 자리 잡지만, 결국 소설에서 죽음의 실상을 밝히는 건 공권력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끈질긴 분투다. “흉악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악당이 되어야” 했던 인물들의 내밀한 꿈과 열망을 파고드는 이 소설은 마침내 인물들에게 강렬히 이입하도록 만들며 그들의 삶 한가운데로 우리를 초대한다. 20세기를 배경으로 한 《1939년 명성아파트》는 “과연, 그 시절 경성에도 없는 것 빼고 다 있었군”(박서련 소설가)이라는 감탄을 자아내며 21세기의 현대인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로 선명히 각인될 것이다.

명성아파트는 2층부터 4층까지의 모든 집이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실로 쓰이는 곳 옆에 방이 하나 있었고 그 옆 가장 구석에 화장실이 덧붙어 있었습니다. 부엌 안쪽에는 작은 창고도 있었습니다. 집의 모양만이 아니라 들여놓은 가구들도, 심지어 거울까지 똑같은 걸로 넣어두었습니다. 작가님의 말로는 명성아파트가 경성 변두리에 지어진 것치고 고급이라고 했습니다.
(〈1장. 1939년 7월〉)“추리소설가들이 쓴 작품을 보면 오래된 저택이나 전설이 깃든 여관 따위의 이상한 곳에서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경성에 그럴 만한 곳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으니…….”
어려운 소리가 섞여 있어 잘 알지는 못해도 작가님이 무척 고민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습니다. 입분은 무심코 중얼거렸습니다.
“사건이 꼭 이상한 곳에서 일어나야 하나요? 평범한 집에서도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잖아요. 도둑이 물건을 훔친다거나, 강도가 칼을 휘두르며 겁준다거나요. 명성아파트 같은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도 될 거 같은데요…….”
(〈1장. 1939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