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옛날 옛날에 태양의 신이 대지로 보낸 생명의 불꽃은 푸에블로 인디언 마을에 닿아 한 아가씨의 집에 들어갔고, 한 사내애가 태어나게 된다. 아버지가 없다며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는 아버지를 찾겠다며 길을 나선다. 아이는 옥수수 밭 임자와 옹기장이를 만나 아버지에게 데려다 줄 수 있냐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다. 그런데 화살을 만드는 장인인 궁시장을 만난 아이는 그에게서 특별한 화살을 받게 된다. 궁시장은 아이를 활에 메기고 시위를 당겨 하늘로 보내고, 아이는 태양에 다다르게 된다.
아이는 태양신에게 당신의 아들이라고 말하지만 태양신은 스스로 증명해 보이라고 하면서 사자의 키바, 뱀의 키바, 벌의 키바, 번개의 키바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는 두려워하지 않고, 그 시련들을 반드시 이겨 내겠다고 다짐한다. 네 개의 키바를 모두 통과한 아이는 태양의 힘으로 충만해진다.
아버지는 기뻐하며 아들을 다시 대지로 돌려보내고, 세상에 태양의 영혼을 전하라고 한다. 대지에 닿은 아이는 푸에블로 인디언 마을로 가고, 마을 사람들은 생명의 춤을 추며 아이를 반긴다.
출판사 리뷰
뉴멕시코의 푸에블로 인디언 설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기념비적인 작품
서부 영화를 한번 떠올려 보자. 존 웨인 류의 정통적인 서부 개척기의 영화는 아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가까운 것, 그러니까 범죄를 저지르고 기회의 땅인 멕시코를 향하여 필사의 탈출을 하는, 숨이 턱턱 막힐 듯이 태양이 내리쬐고, 붉은 흙먼지가 화면을 온통 뒤덮어 버리는 그런 영화면 꼭 좋다. 거기에서는 언제나 하이라이트를 비껴 간 화면 한 귀퉁이에, 광대뼈 불거지고 쭉쭉 뻗은 까만 머리칼을 늘어뜨리고서 까만 눈동자를 번득이는 사람들이 배경처럼 등장한다. 이 그림책에서는 아이 때 틀림없이 엉덩이에 파란 반점을 가졌을 사람들이 배경 그림이 아닌 주인공으로 내는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푸에블로는 스페인어로 ‘읍’이란 뜻으로 미국 남서부 지역에 사는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부락을 일컫는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진흙으로 벽돌을 빚어 햇볕에 말려 지은 집에서 햇볕을 흠뻑 빨아들이며 사는 옥수수와 목화를 주로 재배하는 푸에블로 인디언들에게 태양은 모든 생명을 주관하는 최고의 신이다. 절대자인 태양신은 생명의 불꽃을 화살로 만들어 땅으로 쏘아 보낸다. 생명의 불꽃은 처음에는 주황색 공 모양이었다가 땅에 닿을 즈음에는 뚜렷한 표징이 된다. 이 표징은 한 아가씨의 몸으로 날아 들어가고, 이후 아이가 태어난다.
제럴드 맥더멋은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주식이며 이들이 의식을 치를 때에 사용하는 옥수수의 황금빛 알갱이를 반으로 쪼갠 모양을 태양신의 표징으로 삼았다.
하늘 아버지와 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태양신의 표징을 몸에 지니고 살게 되는 아이는 영웅 설화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하늘과 땅의 두 세계를 이어 주는 존재이다. 아이는 샤먼으로 보이는 지혜로운 궁시장이 아이의 내면에 숨어 있는 태양신의 흔적으로 꿰뚫어 보기 전까지는 땅에 매여 있다. 샤먼은 아이를 땅에 묶고 있는 사슬을 끊어 태양으로 보낸다. 출생부터 남다른 아이가 실로 비범한 영웅이 되기까지는 혹독한 시련을 겪게 마련이다. 아이는 어렵게 아버지 태양신을 찾아가지만 아버지는 사자와 뱀과 벌과 번개로 가득한 의식의 방을 통과할 것을 요구한다. 태양신이 부과한 통과의례를 치르면서 아이는 당당한 영웅이자 하늘과 땅을 잇는 태양신의 전령이 된다.
내리붓는 햇살 같은 노랑과 주황을 주조로 하고 강렬한 원색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설화와 현대 미술을 교묘하게 접목시킨 제럴드 맥더멋은 칼데콧 상 수상식에서 말한 대로 “외피 아래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을 꿰뚫어보는 샤먼”답게 흙먼지가 벌겋게 날리는 푸에블로에서 검은 머리, 검은 눈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오래도록 간직해 온 설화의 세계를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고스란히 옮겨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