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작은곰자리 시리즈 17권. 석탄을 캐며 살아가는 검은 마을과 밀가루를 만들며 살아가는 하얀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적대시하며 살아간다. 서로의 색깔이 싫어서 서로가 싫어진 건지, 서로가 싫어서 서로의 색깔까지 싫어진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야기를 통해 숱한 편견이 실은 서로를 알려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 서로 한 발짝만 다가서면 편견의 벽 너머로 ‘사람’이 보인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글과 아름다운 그림에 담아 보여 준다.
출판사 리뷰
어느 산꼭대기에 두 사원이 있습니다. 검은 얼굴을 한 신을 섬기는 검은 사원과 하얀 옷을 입은 신을 섬기는 하얀 사원입니다. 두 사원 앞에는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길이 하나씩 나 있습니다. 하나는 검은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하얀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지요. 두 마을은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의 거리는 아득히 멀기만 합니다. 두 마을 사람들은 북극과 남극만큼이나 먼 마음의 거리를 좁혀 갈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벽, 편견여기 서로를 적대시하는 두 마을이 있습니다. 석탄을 캐며 살아가는 검은 마을과 밀가루를 만들며 살아가는 하얀 마을이 그곳이지요. 검은색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검은 마을 사람들은 하얀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얀색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하얀 마을 사람들도 검은색을 좋아하지 않지요.
두 마을 사람들은 종교도 서로 다릅니다. 검은 마을 사람들은 검은 얼굴을 한 신을 섬기고 하얀 마을 사람들은 하얀 옷을 입은 신을 섬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신을 모신 사원이 같은 산꼭대기에 있습니다. 야트막한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검은 마을은 저쪽 산자락에, 하얀 마을은 이쪽 산자락에 있는 까닭입니다. 그런데도 두 마을은 서로 발길조차 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색깔이 싫어서 서로가 싫어진 건지, 서로가 싫어서 서로의 색깔까지 싫어진 것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편견은 무지에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유랑 극단이 두 사원이 있는 산꼭대기에서 공연을 펼칩니다. 이 공연장에서 두 마을 사람들이 지닌 마음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여실히 드러나게 되지요. 하얀 옷을 입은 곡예사가 하얀 말을 타고 곡예를 펼칠 때는 하얀 마을 사람들만 열심히 박수를 칩니다. 검은 표범이 불꽃이 이글대는 둥근 테를 뛰어넘을 때는 검은 마을 사람들만 열심히 박수를 칩니다. 검은색이나 하얀색이 아닌 다른 색 옷을 입은 출연자가 나올 때는 어느 쪽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이 관심 있는 색깔은 오로지 검은색과 하얀색뿐이니까요.
이윽고 팬더와 얼룩말이 등장하자 사람들의 무관심은 두려움으로 바뀝니다. ‘두 마을 사람이 결혼이라도 하면 저렇게 얼룩덜룩한 아이가 나올 테지.’ 하는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두 마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검은 마을 사람들이 검은 것은 탄가루를 뒤집어쓴 탓이고, 하얀 마을 사람들이 하얀 것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탓인데 말입니다. 사람은 이렇듯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나 미움을 품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어른들보다 명민한 아이들은 어렴풋이나마 진실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하얀 마을 사람들도 머리는 새까맣고 검은 마을 사람들도 이는 새하야니까요. 그러고는 어른들을 떠 보듯 묻습니다. “왜 우리는 하얀 석탄을 때지 않아요?”라거나 “왜 우리는 검은 쌀밥을 먹지 않아요?”라고 말입니다. 이런 아이들도 자라면서 서로를 싫어하게 될 게 틀림없습니다. 편견이란 애써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는 한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고스란히 대물림되게 마련이니까요. ‘나는 바담 풍 할 테니 너는 바람 풍 해라’가 통하지 않는 것이지요.
한 걸음만 다가서면 ‘사람’이 보인다두 마을 사람들의 눈에 들씌웠던 콩깍지는 끔찍한 가뭄을 겪고서야 비로소 떨어져 나갑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검은 것은 더 검게 타들어 가고 하얀 것은 더 하얗게 바래어 가던 때였지요. 누군가 용감하게 두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치자고 제안합니다. 검은 마을 사람들은 검은 신에게 먹구름을 보내 달라고 빌고, 하얀 마을 사람들은 하얀 신에게 먹구름을 비로 바꾸어 달라고 빌자는 것이었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요. 드디어 비가 내리고 두 마을 사람들의 몸을 뒤덮고 있던 탄가루와 밀가루가 세찬 빗줄기에 씻겨 내려갑니다. 그리고 모두들 알게 되지요. 두 마을 사람들 모두 똑같은 색 눈에 똑같은 색 머리, 똑같은 색 피부를 지녔다는 것을요.
검은 마을과 하얀 마을의 갈등은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희극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희극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비극이지요. 종교에 대한 편견, 피부색에 대한 편견, 성에 대한 편견, 출신 지역에 대한 편견……. 《검은 마을 하얀 마을》은 이런 숱한 편견이 실은 서로를 알려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 서로 한 발짝만 다가서면 편견의 벽 너머로 ‘사람’이 보인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글과 아름다운 그림에 담아 보여 줍니다.
작가 소개
저자 : 류보러
1952년 타이완 푸리에서 태어나 중국문화대학에서 서양 미술을 공부한 뒤, 타이완 교육청 어린이 잡지 편집부에서 미술 담당으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일하는 틈틈이 새를 관찰하며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고 자연에 관한 글을 씁니다. 지은 책으로 《진흙 선생》, 《하늘을 나는 물고기》 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