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곰돌이처럼 뒹굴뒹굴, 게으른 우리 아빠가 멋진 아빠가 되어 나타났다!
‘곰돌이 인형’과 ‘곰돌이 같은 아빠’의 ‘영혼 체인지’!우리 아빠는요,
날이면 날마다 야근에 회식이에요.
아이스크림 사 가지고 일찍 들어온다고 꼭꼭 약속해 놓고선
한밤중에 퇴근하고 새벽같이 출근하니 얼굴도 보기 힘들어요.
우리 아빠는요,
주말만 되면 꼼짝도 않고 집에만 있어요.
엉덩이를 방바닥에 찰싹 붙이고 리모컨을 손에 꼭 쥐고 있다가
코 고는 소리에 슬며시 채널을 돌릴라치면
어김없이 “아빠 보고 있다!” 한 마디가 날아오지요.
요새 이런 ‘곰돌이’ 같은 아빠가 어디 있냐고요?
글쎄, 우리 아빠가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우리 아빠가 달라졌어요!
공원에 가서 같이 축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갈비도 실컷 사 주질 않나,
평일에도 일찍 들어와서 우리랑 데굴데굴 구르며 놀아 주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달라진 모습이 좀 어색하긴 해도, 그런 아빠가 진짜 진짜 좋아요.
그런데 아빠, 진짜 우리 아빠 맞아요?
“여보, 그 사람은 가짜야! 얘들아, 속지 마! 진짜 아빠는 나란 말이야!”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 아빠는 평소처럼 리모컨을 손에 쥐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요. 펑퍼짐한 엉덩이를 방바닥에 붙이고 비스듬히 드러누운 아빠의 뒷모습은 딱 곰돌이 인형 같지요.
그런데 시끌시끌한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뭔가 좀 이상하네요. 식구들은 어딜 간다고 부산을 떨고, 조용히 좀 하라고 호통을 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빠는 거울을 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아빠 몸이 곰돌이 인형으로 변해 있지 뭐예요! 게다가 더 기절초풍할 일도 있어요. 글쎄, 아빠랑 아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나 아빠 노릇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가짜 아빠는 생김새도 목소리도 진짜 아빠랑 똑같아요. 하지만 아주 커다란 차이가 하나 있지요. 바로 가짜 아빠는 진짜 아빠와 달리 아이들이랑 함께 어울려 놀기를 아주 좋아한다는 거예요. 밤이 늦도록, 틈만 나면, 가짜 아빠는 아이들과 신 나게 놀아 주지요.
‘곰돌이 같은 아빠’에서 ‘진짜 곰돌이’가 되어 버린 아빠는 있는 힘껏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리 질러 보아요. ‘그 사람은 가짜야! 속지 마! 진짜 아빠는 나야!’ 하지만 아빠의 절규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아요. 아빠는 곰돌이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나 다시 아빠로 돌아갈래!” 가까이 있는 식구를 멀뚱멀뚱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진짜 아빠. 슬픔을 수용하는 데도 단계가 있듯이, 곰돌이 아빠의 마음도 조금씩 조금씩 변해 갑니다. 처음엔 화가 나고 진짜 아빠도 몰라주는 식구들이 원망스럽기만 하지만, 점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하게 되지요.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가족’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그 마음은 다 어디로 가고 일에 치여 지쳐 버린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곰돌이 아빠는 아이들이 잠시라도 손 내밀어 주길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행복해하는 아이들 모습에 가슴이 따끔따끔 아프고, 외로움이 뼛속 깊이 사무칩니다. 마침내 아빠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지요. ‘다시 아빠가 되고 싶어!’
곰돌이 아빠의 진심 어린 눈물과 외침이 마법의 주문이 되었을까요? 어두운 방구석에 처박혀 눅눅해진 곰돌이 아빠에게 식구들이 다가와 양지 바른 발코니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둘만 남게 되자 드디어 가짜 아빠가 진짜 아빠에게 말을 걸지요. “곰돌이로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죠?” 가짜 아빠가 입고 있는 러닝셔츠에도 적혀 있듯이, 곰돌이가 아빠와 몸을 바꿨던 거예요!
이제 아빠가 된 곰돌이는 곰돌이가 된 아빠의 손을 잡아 주고, 둘은 마침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아빠로 돌아간 아빠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아이들에게 달려가 꼬옥 안아 주는 일이지요.
아빠는 아빠로 돌아왔지만, 옛날 아빠 모습 그대로 돌아온 건 절대 아니에요. 아빠는 다시는 곰돌이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
곰돌이 아빠와 그 가족에게 보내는 화해와 희망의 메시지!아마도 이 책을 보는 독자는 “요즘도 이런 아빠가 있나? 우리 집은 안 그래.” 하는 이들과 “어, 우리 아빠랑 똑같네!” 하는 이들로 나뉠 것입니다. 물론 세상이 많이 달라진 만큼 전자의 경우가 더 많을 것이고,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곰돌이 아빠’를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차적으로는 과중한 업무나 가정생활을 배려하지 않는 직장 문화가 가장 큰 문제겠지요. ‘가정 친화적’인 근로 환경을 만들어 가자는 구호가 등장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으로 살아남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가장 중요한 가족 관계를 방임한 끝에, 결국 가족 간의 감정적 유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 버린 아빠들이 여전히 적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지요.
《아빠는 곰돌이야》는 이런 아빠들을 나무라기보다는, 곰돌이 같은 아빠와 그 가족들이 이 책을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담아 만든 그림책입니다. 바쁜 일은 잠시 접어 두고 지친 몸을 한 번 더 일으켜 가족과 얼굴을 맞대면, 관계에서 소외된 아빠도 온전한 가족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곰돌이와 영혼 교환을 통해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지요. 더불어 곰돌이 아빠의 가족들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처지를 헤아리고, 아빠의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김숙영 작가는 미대를 졸업한 뒤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일러스트 전문학교까지 다녔지만, 결혼 후 연년생 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그 꿈을 잠시 접어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남편이 전형적인 곰돌이 아빠는 아니었지만, 육아와 가사노동의 ‘책임자’로 살아야 하는 만큼 창작 작업에 공을 들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것이지요.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뒤로 얻은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작가는 조금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섬세하고 치밀한 그림에서 드러나듯 꾸준히 성실하게 작업한 끝에, 드디어 직접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떠들썩한 몸놀이가 그리운 아이들, 마음 한 곳에 숨겨 둔 꿈을 되찾고 싶은 엄마들, 그리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아빠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그림책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