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처음에는 수줍었지만, 이제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하게 된 국내 첫 공개적으로, 오늘날까지 최장수로 활동 중인 누드모델 하영은의 고백이기도 한 에세이집. 일에 대한 신념, 태도, 능력을 기반으로한 당당함이야말로 그녀를 지키는 동시에 누드모델 일을 하는 모든 모델들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한 보호막이었다. 우직하면서도 단호하게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그 분야를 고수해온 그녀의 이야기는, 누드모델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게 함은 물론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몸이 주는 감동에 대해 독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출판사 리뷰
국내 첫 공개 누드모델 하영은의 에세이
“지난 30여 년간 가장 순수한 형태로 영감을 제공하며,
수준 높은 작품의 탄생을 이끈 뮤즈였다.
_ 변종필 제주현대미술관 관장
누드모델 하영은은 매일 아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전신거울 앞에 선다. 어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살핀다. 30여 년간 몸을 갈고닦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어쩌다 누드모델이 됐어요?” 하영은이 잊힐 만하면 받는 질문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고 본능이다. 그 아름다움을 가장 직접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피사체가 바로 우리의 몸이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통해 아름다움의 본질에 가닿는다.
누드모델의 몸은 때론 예술가의 손을 거쳐 회화 작품이 되기도 하고, 조각품이 되어 미술관에 전시된다. 때로는 패션 분야에서 의상 제작을 위한 기초 작업에 동원되며, 움직임을 따서 게임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의료용 인체모형이 되어 누군가의 삶에 어우러지기도 한다. 이 책은 처음에는 수줍었지만, 이제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하게 된 국내 첫 공개적으로, 오늘날까지 최장수로 활동 중인 누드모델 하영은의 고백이다.
몸에는 그 사람의 나이, 성격, 욕망, 습관이 베어 있다.
목, 팔, 종아리로 이어지는 굴곡에서부터 둔부에 붙은 정교한 근육 하나까지,
누드모델을 하며 알게 된 ‘우리 몸이 이야기하는 것들’
몸은 한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다. 몸에는 그 사람의 나이, 성격, 욕망, 습관이 베어 있다. 그 사람의 몸을 보면 스스로 얼마나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이가 들어도 자기 몸을 사랑하고 아낀 몸은 그렇지 않은 젊은이의 몸보다 훨씬 아름답다.
1996년 국내 최초로 공개 누드모델을 시작하며 한국누드모델협회를 설립한 하영은. 수많은 모델들이 누드모델을 하겠다며 그녀를 찾는다. 더 이상 쪼개질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발달한 근육이 온몸을 덮고 있던 발레리노도 있었고, 이른 나이에 출산과 이혼을 겪으며 풍만한 살집을 가진 여성도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60대 남자도 누드모델을 하겠다며 협회 문을 두드렸다. 그들을 만나고 함께 일하며 확신을 가지게 된 건 몸은 거짓을 말할 수 없으며,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월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얼굴보다는 몸이다. 몸에는 그 사람의 나이, 평소 성격과 습관은 물론 은밀한 욕망까지도 배어있다.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런 몸을 얼마나 잘 살피며, 돌봐주고 있는가? 하영은은 한 번쯤은 자신의 몸을 정면으로 인식해보라고, 그러면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중견기업 CEO에서 교회 목사까지 그들은 왜 누드모델이 되었나.
세상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누드모델을 하는 사람들
거침없이 벗고 적당히 포즈만 잘 취하는 것을 누드모델의 전부로 여겼다면 오늘날의 하영은은 없었을 것이다. 하영은은 강도 높은 자기 관리와 직업의식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해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진짜 제대로 하는 ‘누드모델’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사명감으로 일에 매진했다.
누드모델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이 일을 하려는 이유를 묻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은퇴한 중견기업의 CEO가 찾아왔을 때도, 어느 교회의 목사가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은퇴한 CEO는 자신의 인생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의 경험을 얻고자했고 그는 여든의 나이에 6년 차 베테랑 누드모델이 되었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게 된 목사는 누드모델을 하며 극복하고자 했고, 비로소 먼저 자신의 이야기도 꺼낼 줄 알고 적극적으로 봉사 활동도 나가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누드모델을 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책임감을 느낀 저자는 누드모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도 꾸준히 싸워 나갔다. 인류 최초의 누드모델로 알려진 기원전 4세기경 실존했던 프리네의 이야기와 누드의 역사 등을 찾아보며 공부했고, 대학이나 문화센터 등 출강하는 모델들을 따라가 그림을 그리기 앞서 누드모델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예술은 물론 의학, 패션, 게임의 영역까지 넓어진 누드의 쓸모를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일에 대한 신념, 태도, 능력을 기반으로한 당당함이야말로 그녀를 지키는 동시에 누드모델 일을 하는 모든 모델들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한 보호막이었다. 우직하면서도 단호하게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그 분야를 고수해온 그녀의 이야기는, 누드모델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게 함은 물론 꾸밈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몸이 주는 감동에 대해 독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누드모델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과 편견에 대한 항변, 의외로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있는 누드모델들의 역할, 그리고 내 육체를 마주보는 것이 나 자신에게 얼마나 실체적인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몸 구석구석을 뚫어져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자각하는 일을 누구나 꼭 한 번은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이 책은 나와 ‘누드모델 하영은’이 겪은 모든 여정의 기록이다.
벗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옷과 화장, 표정으로 애써 숨기고 한껏 꾸민 내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나의 벗은 몸을 봐야 한다. 그래서 ‘발가벗는 것’에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민망함과 수치심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다. 진짜 어려운 건 꾸밈없이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하영은
이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한 우리나라의 첫 누드모델이자 오늘날까지 활동하는 최장수 누드모델. 1988년에 한 사진작가의 권유로 누드모델을 시작했다. 예술계부터 의학, 패션, 게임산업까지 폭넓게 누드모델들이 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드모델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미비하다고 생각해 1996년 한국누드모델협회를 설립했다. 어느덧 협회 회원 수는 500여 명이 넘었다. 그녀는 이번 첫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일과 삶, 그리고 날것 그대로 내 몸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해 들려준다.
목차
프롤로그 누드모델을 처음 만나는 당신에게
Ⅰ. “당신의 몸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있나요?” : 날것 그대로의 몸
벗으면 보인다
아름다움의 증거를 발견하고자
어느 발레리노의 몸
모든 아름다운 것은 무죄
옷을 입지 않은 내 몸은 처음이라서
세상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누드
몸에 새겨진 나이테를 똑바로 바라보라
“모델을 정면으로 볼 자신이 없어요”
Ⅱ. “누드모델 일을 한다는 것” : 누군가에게 읽히는 몸
숨소리까지 맞추는 일
이것만은 지켜주십시오
누군가의 뮤즈가 된다는 것
평범함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직 기업 CEO의 도전
무표정의 배려
때로는 말이 먼저이기에
“오래 고민한 만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어려운 고백
Ⅲ. “부끄러움이 자부심이 되기까지” : 나를 지켜주는 몸
운명은 사소한 순간에 불쑥 찾아온다
“누드모델 다시 해볼래?”
몸이 곧 작품으로
“이번 작업은 영은 씨가 꼭 해주세요”
매일의 다짐이 어느새 현실이 되다
나는, 아니 우리는 누드모델이다
종로 한복판의 공개 누드 크로키
잡지 <플레이보이>를 추억하며
여성의 시선으로 보는 여성
품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