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윤승원 작가의 첫 수필집. 4부의 챕터에 모두 42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소재에 대한 인문학적인 시각과 감성적 표현을 상호 호응시켜 내고, 삶의 난관 앞에서는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 극복해 내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산마루 오솔길에 앉으면 지나온 것들이 다 보인다. 산허리를 휘감고 돌아가는 구불텅한 길이며, 그 아래 흐르는 냇물이며, 지나가는 자동차까지. 바람 소리, 새소리, 작은 들꽃들의 흔들림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수필은 내 안의 오솔길을 걷는 일”이라는 작가의 문장 속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윤승원 작가의 첫 수필집 《바운스바운스》는 4부의 챕터에 모두 42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소재에 대한 인문학적인 시각과 감성적 표현을 상호 호응시켜 내고, 삶의 난관 앞에서는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아 극복해 내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산마루 오솔길에 앉으면 지나온 것들이 다 보인다. 산허리를 휘감고 돌아가는 구불텅한 길이며, 그 아래 흐르는 냇물이며, 지나가는 자동차까지. 바람 소리, 새소리, 작은 들꽃들의 흔들림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수필은 내 안의 오솔길을 걷는 일”이라는 작가의 문장 속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게 된다. 문학적으로 깊고 넓은 사유의 샘물을 끌어올린 작가의 글들이 더없이 감동을 준다.
찻잔의 허리를 가만히 그러모아 쥔다. 손바닥 안에 들어온 백 년이 따뜻하다. 도자에 새겨진 구절초 꽃잎이 화르르 피어난다. 백 년 만에 피어난 꽃이 기지개를 켠다. 백년찻집에선 모든 게 백 년이다. 차도 백 년이고 찻잔도 백 년이다. 사람들 웃음소리도 백 년이고 창밖 개밥바라기별도 백 년이다. 백 년은 깊고, 멀고, 유장하고, 아득하다. 백 년을 영원이라 이름 붙여본다. 영원을 한 모금 마신다. 내가 영원이 된다.
출입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고갤 들어 살펴보지만 아는 얼굴은 없다. 그제야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백 년 전의 나일까? 아니면 백 년 전에 사랑한 그일까? 문득 무영탑의 설화로 알려진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이 생각난다. 왜구倭寇에게 붙들려 간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된 박제상의 아내, 선덕여왕을 향한 지귀의 그칠 줄 모르는 사랑도 떠오른다. 그들도 모두 백 년을 기다리는 아픈 사랑을 했으리라. 어느새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실내는 가득 찬다. 저들도 지금 백 년 전의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백년찻집> 중에서
사십 대 후반이 되자 갑자기 심장이 마구 나대기 시작하면서 무섬증이 일었다. 뜬금없이 무슨 일인가 싶어 한의원이며 병원을 드나들었다. 알고 보니 갱년기 시작을 알리는 징후였다. 그때 이후로 생리주기가 돌아오면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힘차게 뛰는 날엔 등을 말고 누워 가슴을 꼭 끌어안았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고치 속 같은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갱년기를 겪는 동안 힘이 들었지만 다행히 큰일 없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모두들 힘들어하는 갱년기이지만 어쩌면 지금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삶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파도치듯 격정적인 순간도 있었고 완만한 곡선도 있었다. 시든 빨래가 다시 생기를 찾는 것처럼 지나온 삶의 얼룩진 부분들을 씻어내고 싶었다. 곰팡내 나고 칙칙한 시간을 세척하고 바운스 페이퍼를 첨가해 향기로 채운다면 이후의 삶은 #처럼 살짝 반음이 올라가리라.
-<바운스바운스> 중에서
적당히 드러내고 알맞게 감추는 분별심이 오솔길엔 있다. 큰길처럼 제 속의 것까지 다 드러내지 않고 가파른 비탈길처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직선이 아니라 딱딱하지 않고 완만해서 수월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호들갑스러우면 왠지 신뢰가 가지 않고 너무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 다가서기 어렵다.
오솔길은 수필이다. 시처럼 빛나는 비유나 소설의 대하 같은 서사는 없지만 진솔한 삶과 사색이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은근한 맛이 있어 다 읽고 나서도 다시 책장을 펼치고 싶어진다. 화려하거나 값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자꾸 먹고 싶은 쫄면 같기도 하다. 사십 년 단골집 쫄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에 국물 맛이 일품이다. 유부나 어묵이 들어가 맛을 더하는데 살짝 얹은 쑥갓은 금상첨화다.
-<오솔길을 펼치다> 중에서
목차
005 작가의 말
1부
012 백년찻집
017 바운스바운스
022 물수리의 사냥法
028 둠벙
034 베틀
040 시룻번
045 밀개
050 가마솥
056 변산바람꽃
062 서백당書百堂에 앉아
2부
068 걱정인형
073 윤슬
078 언덕밥
083 살구꽃 피고 지고
088 아이피엘(IPL)
094 몽니
099 뻐꾸기 소리
105 누수
110 포수우물
115 깔딱고개
120 옹기
3부
128 배꼽마당
134 자박지
140 오래된 책
145 빈宮
151 따따꾼네
156 꽈리
162 떨켜
167 풍등風燈
172 포도나무의 눈물
178 교자상
4부
186 지네
192 나비질
197 아주심기
202 흠
208 소이까리
214 헛꽃
219 봄, 수목원을 읽다
224 옛 담을 그리다
230 안족雁足
236 처마의 마음
241 오솔길을 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