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의 작가
모리스 샌닥이 30년 만에 내놓은 그림책!
“범블아디의 엉뚱하고 비밀스러운 생일 파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20세기 최고의 그림책 작가로 알려진 모리스 샌닥은 어린이들의 삶을 아름답게만 묘사하려는 기존 그림책의 틀을 깨고 아이들의 갈등과 두려움과 고통을 진실되게 묘사하려 애쓴 작가이다. “나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그림책에 흔히 표현되는 것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험난한 세상에 어떻게 맞서서 극복해 나가는지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모리스 샌닥은 진짜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표현한 사람이었다. 어둠과 밝음, 두려움과 유머러스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그의 그림책들은 미국 그림책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현대 그림책의 새 장을 연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다.
늘 마음속에 여덟 살짜리 소년을 품고 살았다는 모리스 샌닥의 마지막 그림책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는 작가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운 가치 있는 작품이자, 샌닥 자신의 인생을 담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 현대 그림책의 거장, 모리스 샌닥이 생애 마지막으로 선보인 그림책!오랫동안 뇌졸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침상에서 생활해 오던 샌닥은 어린이와 그림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고, 죽음을 앞둔 8개월 전, 30년 만에 그림과 글을 함께 작업한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 책은 2011년 미국에서만 초판 50만 부 제작으로 출간 전부터 모리스 샌닥의 신작으로 미국 대륙을 흥분시켰다.
이 책은 1970년대 미국의 유명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방영된 만화의 일부분을 가지고 만든 그림책으로, ‘범블아디’는 짐 헨슨과 함께 작업하며 탄생시킨 캐릭터이다. 방송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사람인데 반해, 책에서는 돼지로 의인화되어 더 익살스러운 느낌을 준다.
모리스 샌닥은 파리 리뷰 지와의 인터뷰에서 돼지가 매우 사랑스럽고 똑똑한 동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블아디’는 작가가 무한 애정을 쏟아 자신과 동일시하여 탄생시킨 캐릭터인 것이다. 더군다나 범블아디의 생일 6월 10일은 바로 모리스 샌닥의 실제 생일이다. 어쩌면 작가는 죽기 전 마지막 생일 파티를 범블아디와 함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범블아디는 웃기면서도 건강하다. 때로는 뱀처럼 교활하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갖춘 캐릭터이다”(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돼지 범블아디는 그림책의 거장의 모습이 투영되어 더욱 매력을 발산한다.
★ 삶과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욕망을 경쾌하게 풀어 낸 작품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삶에 대한 의지와 욕망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이다. 그런데 어른들과 달리 자신의 욕망을 놀이로 만들어 내는 창의성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범블아디도 난생 처음 생일 파티를 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몰래 비밀 파티를 열 계획을 세운다.
사실 범블아디는 가족들의 무심함 속에서 생일 파티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그리고 여덟 살에는 가족들이 모두 죽고 졸지에 고아가 되었다. 그래서 범블아디의 심리 기저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외로움이 깔려 있다. 인자한 애덜라인 고모가 아니었다면, 생일 선물도 생일 파티도 없었을 것이다. 범블아디에게 있어서 생일 파티는 한마디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생일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여느 아이들처럼 범블아디 역시 친구들을 초대해 신 나는 파티를 즐기려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초대받은 친구들이 진짜 친구라기보다는 거리를 오가는 낯선 이웃들이라는 점이다. 어찌 보면 그 모습이 불량스럽기도 하고, 거칠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범블아디한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면과 의상으로 변장하고 오는 가장무도회이니 얼굴이 낯설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방문한 손님들.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흥청망청 마시며 놀면 그것으로 대 만족이다. 범블아디에게 있어서 생일 파티는 단순한 파티가 아니라 900세까지 살기를 바라는 시끌벅적한 축제이다.
★ 어른과 아이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해소를 극적으로 다룬 작품고아인 범블아디는 무심한 가족들과는 달리 다정하고 세심한 고모와 한 가족이 되었다. 애덜라인 고모는 범블아디의 아홉 살 생일 파티를 멋지게 해 주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최고급 카우보이 의상과 케이크를 선물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고모는 자신의 방법으로 범블아디의 엄마 역할을 해 주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런데 범블아디는 엉뚱하게 딴 생각만 하고 있다. 고모가 열어 주고 싶은 생일 파티는 범블아디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직접 생일 초대장을 만들고, 이웃들을 초대해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마음껏 즐기는 축제의 장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범블아디와 애덜라인 고모가 아직은 불안정하고 조금은 어색한 관계임을 느끼게 된다. 입양이라는 형태를 통해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고 갈등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범블아디는 고모가 싫어하는 짠물을 마시고, 음식들을 마구 먹어 대며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든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 몰래 장난을 치며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모습과도 같다. 그러나 비밀스럽게 벌이는 일은 항상 부모에게 들켜 혼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던가. 생일 파티 현장을 목격한 애덜라인 고모 역시 범블아디에게 호통을 친다.
꿈과 같던 파티는 끝나고, 현실 속에서 고모와 단 둘이 마주한 범블아디. 싱글벙글 즐겁던 범블아디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훌쩍거리며 고모에게 용서를 빈다. 결국 마음 착한 고모와 범블아디는 서로를 향해 달려가며 극적으로 화해한다. 이는 아이와 부모(이 책에서는 애덜라인 고모) 사이의 갈등과 해소, 그리고 사랑이 싹터 가는 상황을 잘 보여 준다.
★ 그림책 곳곳에 담긴 재치와 유머이 책의 그림은 어찌 보면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귀엽고 재미나면서도 작가 특유의 뛰어난 회화적 화풍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대가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수채 물감과 연필과 색연필로 역동적인 모습과 실감나는 얼굴 표정을 그려 냈으며, 그림 속에 들어가는 텍스트들을 손수 써서 글자이면서도 그림과 하나가 되는 연출을 이루어 냈다.
다양한 가면과 의상을 입고 나타난 초대받은 손님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격적으로 파티가 열리는 부분에서는 글 없이 화면 가득 흥겨운 파티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들의 가면과 의상을 보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다국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피에로, 보안관, 인디언, 선장, 해적, 곡예사 등 모습도 다양하고, 얼굴 표정은 모두 익살스럽고 기괴한데, 이것이 돼지인지 사람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또 한 가지!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에서는 9라는 숫자가 매우 강조되어 나타난다. 아홉 번째 생일은 범블아디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파티를 열게 된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본문 그림에서도 9라는 숫자가 스페인어(NUEVE), 이탈리아어(NOVE), 프랑스어(NEUF), 고대 그리스어(ENNEA), 네덜란드어(NEGEN), 러시아어(aebrtb) 등 다양한 언어로 표기되어 있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