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신지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닮았다』는 첫 시집 이후 지금까지 천착해 온 ‘바다와 섬’에 관한 시인의 체험과 기억을 떠올리며 상상력을 펼친 시편들을 이번 시집에서는 보다 심화시키고 있다. 바다와 섬에 관한 그의 상상력은 자신을 키운 그곳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 그리고 안타까운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러는 한편 다리가 이어져 본래 섬이 지닌 ‘갇혀있는 공간’으로써의 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과 사람들이 떠난 장소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다.그대에게 들어서다어디쯤에서 시작된 것일까헝클어진 머리카락을열 손가락으로 넘기고 있다하늘이 내려와 푸르러진 호숫가병풍처럼 수생식물로 살다가젖은 낙엽이 된 것을결국 말하지 못했다숲으로 들어가짝 하나 만나면날 닮은 그에게 말해볼까하늘로부터 시작된 호흡이등고선을 그으며 번질 때 쯤살그머니 그 사이를 비집고그대에게 들어선 나를 보았노라고
핑계넌 괜찮아 그대로 있어!태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일기예보에화분 몇 개를 안으로 옮기면서독하게 내뱉은 말이다바람이 곁을 휘젓고 지나간 후궁금해서 마당으로 나갔더니뭔 일 있었냐는 듯 구부정하게 섰다넌 괜찮아 그대로 있어!매정하게 던져버린 그 한마디가되레 응원이라도 되었을까독한 말 한마디 쏟았으니흔들리는 잎 보면서입이 쓰다독하게 살아야 할 핑계만 하나 더 늘었다
구멍가게낡고 녹슨 시간이눌어붙어 있다늙고 쉰 냄새가스멀스멀 올라온다구석에 박힌 박하사탕도수 없이 밟힌 문턱을비스듬히 기댄 지친 간판도속 보이는 구멍을 가리고 있다잡동사니들이앞 다퉈 되돌아온 골목마다숭숭 뚫린 세월만 보인다열어두어도닫힌 것 같은 문틈으로세상이 어두워질 때까지골 깊은 손으로주섬주섬 모았다가 펴기를색이 닳도록 반복했다왜 구멍가게였을까죄다 막혔는데막을 수 없도록 뚫린내 마음 말고는
작가 소개
지은이 : 신지영
전남 여수에서 출생하여 광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1998년 《문학춘추》와 《문학21》로 등단하였고,현충일추모헌시 현상공모에 당선되었다.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재정위원, 전남문인협회 이사, 전남시인협회 부회장, 시로 읽는 여수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한국문인협회문인탄생기념위원, 한국예총전남연합회이사, 여수문화예술위원, 여수축제운영위원, 민속전시관운영위원,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시민준비위원, 여수문화예술체육진흥기금 심의위원,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여수지회장이다.대한예수교장로회 여광교회를 목사로 섬기고 있다.전남시문학상, 한려문학상, 지역예술문화상, 녹조근정훈장,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하였다.시집으로 『바람 부는 날』, 『당신의 바다』, 『바다 꽃으로 피다』, 『닮았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