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서연정 시인의 첫 시집부터 끌고 온 시적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실존과 생명성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길을 가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의 중심에는 근대적 사유가 작동하고 있으며 페미니즘과 광주를 통해 내는 생명성 탐구 ‘꽃’으로 현현시킨 목소리도 결과적으로 ‘생명성 탐구’로 집약된다.『부활의 방식』은 지금까지 시인이 천착해 온 생명성 탐구의 연장선상에서 그것을 보다 구체화시켜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현상을 노래한 시편들에서는 AI와 메타버스가 일상에 마주하며 새로운 문명에 대한 충격에 놀라움과 더불어 과학문명의 발호가 주는 불안의식이 투사되어 있다.무각사 모란놓치고는 울다가 안간힘을 쓰면서어리석은 마음이 밤처럼 캄캄한데무각사* 모란꽃들은 환희의 순간이네자그마한 뜨락이 광장으로 변하네살며시 바람 불어 꽃술이 흔들릴 때온몸에 불 들어오나 보는 눈이 뜨겁네✽무각사無覺寺: 광주광역시 서구 여의산如意山에 있는 사찰. ‘무각’이란 ‘깨닫는 것조차 필요치 않다’라는 의미라고 함.
우포늪목 터져라 토하는 왜가리 붉은 노을원시 늑골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네뉘라서 바닥을 재리 수장되는 그리움장엄한 이 터전은 억년의 눈물받이오롯이 그득해라 지상의 인연이여길마다 홀로 오거늘 우거져서 춤추네
강흘러가서 강이다 그것이면 되었다아파도 쉬지 않고 길을 들고 가는 물오로지 흐르고 흘러 제 이름을 지킨다나무다리 교각에 엎지른 마음처럼희게 엉긴 물거품 부서지는 순간도가문 강 안간힘으로 옅은 숨을 붙든다그곳에 닿기까지 그칠 수가 있으랴생을 다해 지켜서 대물림하는 의지끝까지 오체투지로 흘러가서 강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연정
1997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장원,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등단. 시조집 『먼 길』, 『문과 벽의 시간들』, 『무엇이 들어 있을까』, 『동행』, 『푸른 뒷모습』, 『광주에서 꿈꾸기』, 『인생』, 『투명하게 서글피』 발간. 현재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대산창작기금,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젊은시조시인상, 무등시조문학상, 광주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본상), 한국문인협회 조연현문학상, 2023가람시조문학상, 2023광주시문화예술상(정소파문학상)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