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서툰 길의 여정길이 있었어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서툰 길이었어요. 우물쭈물하던 길은 아무렇게나 구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큰 나무에 부딪쳤어요.
“아야야! 뭐하는 거니? 내가 뿌리 내리고 있는 거 안 보여?”
겁먹은 길은 아무 말 없이 멈춰 섰어요. 그리고 몸을 구부려 숲을 빙 돌아갔어요.
이번에는 줄지어 가는 개미 떼를 만났어요. 어쩌다 보니 개미 떼 사이로 들어가 버렸지요. 개미들은 크게 놀라 우왕좌왕했어요.
“우앗, 깜짝이야! 우리한테 너무하잖아.”
길은 생각했어요. 자기는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길일 뿐이지만 개미 떼는 수가 많고 갈 길이 정해져 있으니 비켜 줘야겠다고요.
오르막에 들어섰어요. 오르느라 지친 길은 점점 좁아졌어요. 돌멩이와 부딪칠 때마다 길은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갔고, 이제는 그저 작은 오솔길이 됐어요. 길은 뒤로 돌아 자신의 모습을 봤어요. 좁고 울퉁불퉁했지만 정말 아름다웠어요. 구불구불 휘어진 길이 신부의 면사포 자락처럼 산을 장식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솔길은 너무 좁았어요. 수레조차 지나갈 수 없었지요.
“길이 너무 좁잖아!” 수레를 끌던 사람이 투덜거렸어요.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길은 수레가 지나갈 수 있게 넓어졌어요. 이제 길은 탁 트인 포장 도로가 되었어요. 자동차들이 쏟아지듯 길로 들어왔어요. 차들은 길을 마구 긁어 대며 달렸어요.
“이쪽으로 데려다 줘! 아니, 저쪽으로 데려다 줘! 저 아래로! 이제 저 위로! 빨리, 빨리, 더 빨리 달려!”
차들이 사납게 부르릉거렸어요. 길은 이제 지쳐 버렸어요…….
우리 모두는 ‘서툰 길’이다이 책 속 ‘서툰 길’은 바로 우리들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고, 자신도 없고, 주위 사람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우리의 모습, 우리의 삶 그 자체이지요.
처음으로 어린이집이라는, 학교라는, 직장이라는 사회에 발을 들일 때, 아니, ‘인생’이라는 여정을 처음으로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서툰 길’이에요.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어딘가로 가야 하고, 어딘가로 가고 있어요.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나 처음에는 서툴지요. 그래서 이게 맞나 계속 머뭇거리고, 혹시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계속 걱정하고 조심해요. 때로는 옆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아서 그 말대로 움직이기도 해요. 내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말이에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다 맞는 것 같고, 나 스스로 내리는 결정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으니까요.
자기가 가려던 방향으로 쭉 나가려다가 나무에 부딪치면 겁먹고 빙 돌아가기도 하고, 개미 떼를 만나면 그들에 비해 서툴고 방황하는 자기는 중요치 않은 것 같아서 비켜 주고, 길이 좁다고 누군가 투덜대면 거기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바꿔요. 그러다가 힘든 오르막을 오르느라 이리저리 치이고 깎여서 구불구불 좁고 울퉁불퉁해져요. 하지만 쭉 뻗지 않았어도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요. 처음과 달라졌다고 해서 길이 아닌 건 아니에요. 여전히 그건 길이에요.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가려던 방향으로 망설임없이, 아무런 걸림돌 없이, 처음과 똑같은 모습으로 쭉 뻗어나갈 수는 없어요.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빙 돌아가기도 하고, 남에게 길을 내주기도 하고, 남들이 바라는 모습에 나를 맞추기도 해요. 힘든 인생의 오르막을 만나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구불구불 좁아지기도 해요.
그럴 때면 우리는 문득 생각해요. “이게 맞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돼요.
그럴 땐, 이 책을 펼치고 ‘길’을 ‘나’로 바꿔서 읽어 보세요. 왈칵 눈물이 날지도 몰라요. 내가 그동안 겪어 온 힘든 일들이 떠오를 테니까요.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책을 덮게 될 거예요.
이 책은 대답하거든요. “괜찮아. 너는 잘 살아 왔어.”라고요.
세계적 영화감독의 첫 번째 그림책이 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영화감독인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첫 번째 그림책이에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심사위원 대상과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고, 그 외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 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꼽히고 있어요.
감독은 이 책을 통해 지친 우리에게 깊은 성찰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요. 거침없이 곧게 뻗으려고만 하는 길은 좋은 길이 아니라고, 곧게 뻗기만 한 길은 좋은 길이 아니라고요. 거칠고, 구불구불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길이 좋은 길이라고요. 특별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대단히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아니지만, 책을 읽어 가며 점점 울컥울컥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감독이 타고난 이야깃꾼이기 때문일 거예요.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맨 마지막에 만날 수 있어요. 이야기 속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화자인 ‘우리’가 책의 맨 마지막 줄이 되어서야 나오거든요.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뜬금없지 않답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차렸을 텐데,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이미 ‘우리’를 만났거든요. 바로 매 페이지 그림마다 나오는 한 쌍의 여우가 바로 ‘우리’예요. 이 한 쌍의 여우는 서툰 길의 여정을 계속 옆에서 지켜 보며 함께 해요. 그리고 마지막에 길과 그의 특별한 동행인 꼬마를 바라보며 웃어요.
아마 이 여우들은, 우리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옆에서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누군가를 의미하는 걸 거예요. 부모님일 수도 있고, 형제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어요. 누군가 내 옆에서 묵묵히 내가 가는 길을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 그보다 더 큰 힘이 되는 게 있을까요?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면, 한없이 서툴고 미숙한 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길을 잃었어》를 읽어 보세요. 당신은 길을 잃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