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버지는 진취적인 사상을 딸에게 교육한 개방적인 신사였다. 하지만 종교는 논외였다. 자신의 딸, 셀바가 유대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을 듣고 분노했다. 아버지는 명예로운 군인의 마지막 선택처럼 자결을 시도했고, 실패했다. 셀바를 제외한 모두가 이 사랑이 광기라는 걸 알았다. 셀바는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거리로 나온 게슈타포들은 유대인을 붙잡아 강제 수용소에 넣어버렸다. 셀바는 유대인 남편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중립국인 튀르키예로 가기 위해, 유대인 표식이 찍힌 여권을 들고 이스탄불행 열차에 올랐다.
사비하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삶을 좌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삶은 빌어먹을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의 나라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이었다. 그런데도 전쟁 때문에 아무것도 살 수 없었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전쟁 말고는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전쟁은 남편마저 포로로 잡고 있었다. 남편이 마치 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낙인찍힌 당나귀처럼 가슴에 노란 별을 달아야 하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다. 낙인찍힌 당나귀! 누가 했던 말이더라? 네즐라의 말이 분명했다. 그런 천박한 비유를 할 사람은 네즐라밖에 없었다. 사비하가 기억하기로 이 주 전 브리지 파티에서였다. 네즐라는 평소처럼 횡설수설하며 둔감하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불쌍한 유대인들, 옷깃에 낙인찍힌 당나귀처럼 노란 별을 달도록 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