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이전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일이 가능할까?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단 하루도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한 사람이 사라졌을 뿐인데, 세계가 통째로 뒤집힌다.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난 일상, 너무 가혹해서 진짜라고는 차마 믿기 힘든 현실.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굴러가는데 내가 알던 세상은 끝장난 심정. 영국 시인 리처드 램버트가 쓴 첫 소설 『내가 알던 세상의 끝』은 바로 이 ‘끝’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열다섯 살 소년 루커스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 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가눌 길 없는 슬픔과 운명에 대한 분노를 안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는 모습이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시적 문장 아래 펼쳐진다. 인적 드문 숲속에서 죽음의 그림자와 쫓고 쫓기는 싸움을 하는 한편, 스스로가 실은 죽음을 불러오는 존재는 아니었을지 혼란에 빠지기도 하는 루커스의 내면을 따라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쳐 보이는 몰입감 강한 시적 스릴러로, 2020년 출간된 해 가디언,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출판사 리뷰
◆ 가디언,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2020 최고의 책
◆ 말 핏 상 수상작, 요토 카네기 상 후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적 스릴러
슬픔과 사랑과 용기와 야생에 대한 경이로운 탐구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이전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일이 가능할까?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단 하루도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한 사람이 사라졌을 뿐인데, 세계가 통째로 뒤집힌다.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난 일상, 너무 가혹해서 진짜라고는 차마 믿기 힘든 현실.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굴러가는데 내가 알던 세상은 끝장난 심정. 영국 시인 리처드 램버트가 쓴 첫 소설 『내가 알던 세상의 끝』은 바로 이 ‘끝’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열다섯 살 소년 루커스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 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가눌 길 없는 슬픔과 운명에 대한 분노를 안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는 모습이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시적 문장 아래 펼쳐진다. 인적 드문 숲속에서 죽음의 그림자와 쫓고 쫓기는 싸움을 하는 한편, 스스로가 실은 죽음을 불러오는 존재는 아니었을지 혼란에 빠지기도 하는 루커스의 내면을 따라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쳐 보이는 몰입감 강한 시적 스릴러로, 2020년 출간된 해 가디언,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눈을 뗄 수 없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환상을 슬쩍슬쩍 넘나들며 슬픔을 사실적으로 파고든다. 소설은 마치 늑대처럼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간다. 리처드 램버트는 시인의 눈으로 마법 같은 작품을 완성해냈다. _조너선 스트라우드(작가)
평화로운 삶을 찢는 슬픔의 굉음
창밖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사신
토요일의 평범한 가족 외출, 루커스는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한다. 요동치는 차 안에서 내동댕이쳐지고 떠밀렸다가 다시 들어올려진 뒤 찾아온 완전한 적막. 고요 속에서 루커스는 차 바로 앞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짐승을 본다. 늑대처럼 보이는 그 짐승을 피하려다 사고가 난 것이다. 무겁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깨어나자, 엄마와 아빠는 보이지 않고 살면서 고작 두 번 본 게 다인 할머니가 말한다. “네 부모님은 죽었어.”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루커스는 원래 살던 집을 떠나 외딴 고원지대에 자리한 할머니의 시골집에서 지내게 된다. 이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할 엄마도, 새와 나무의 이름을 자상하게 알려줄 아빠도 없다. 냉기가 감도는 집에는 무뚝뚝한 할머니와 루커스, 두 사람뿐이다. 엄마와 아빠가 삶을 멈춘 세상, 모든 것이 정지된 것만 같은데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없이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루커스는 이해되지 않는다.
초침이 원을 그리며 움직였고, 그게 그렇게 계속 움직인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엄마와 아빠는 삶을 멈추었는데, 그냥 그렇게 멈추어버렸는데. _17~18쪽
다른 사람은 몰라도 루커스는 도저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계속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엄마와 아빠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짐승, 늑대의 그림자가 할머니 집 창가에 어른거린다. 늑대가 루커스를 쫓아온 걸까?
나는 그 언덕들에 늑대가 있다고, 늑대가 산에서 기어내려와 나를 따라 여기까지 와서 이제 어둠 속에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은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는 것? 엄마와 아빠에 이어 나까지 죽여 한 가족을 몰살시키는 것? _226쪽
숲들을 지나, 강들을 건너
“모든 것의 저편으로. 모든 인간의 저편으로. 야생으로.”
할머니 집이 자리한 잉글랜드 북부 컴브리아주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눈 덮인 산과 얼어붙은 호수, 굽이진 언덕이 이어지는 고원지대와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다.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한겨울의 강추위, 묵직하게 내려앉은 어둠 속 헐벗은 나무들과 차가운 언덕의 형상은 루커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는커녕 한층 더 황량하고 쓸쓸하게 만든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루커스의 세상은 은유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달라진다. 낯선 동네, 할머니와 함께하는 생활, 새로운 학교, 처음 보는 친구들과 선생님…… 루커스는 이제 이 모든 것에 홀로 적응해나가야 한다.
나는 혼자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 없이 모든 게 저 먼 아래에서 흘러가는 걸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_172쪽
부모가 죽던 순간, 그 참혹한 장면을 목격한 루커스는 이전처럼 친구들과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장난칠 수 없다. 숲속에 사는 늑대는 야생의 상징이자 죽음을 불러오는 사신이다. 루커스의 정신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죽이지 않으면 기어코 자신을 죽이고 말 것만 같은 이 무자비한 포식자에게 온통 집중되어 있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심각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상처로 방황하던 루커스는 자신처럼 친구가 없고 늘 혼자 다니는 데브스와 우연히 말을 튼다. 대화 상대라고는 데면데면한 할머니와 무뚝뚝한 데브스가 전부지만, 이들과 함께하며 서서히 누구에게나 살면서 감당해야 할 각자의 고통이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 생의 불가피한 과정이라 할 죽음의 본질까지도.
늑대를 추격하느라 산과 숲을 헤매고 다니던 그는 어느 날, 사람들이 늑대를 사냥하러 나서자 다시 한번 숲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늑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늑대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녀석이 안전하기를 바랐다. 살아남기를 바랐다. 이 세상에는 늑대가 필요하다. _456쪽
칠흑 같은 어둠을 건너 마침내 마주한 빛
암전된 세상에 새어드는 부드러운 빛줄기
가까운 이의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타인과 나누기 어렵고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슬픔이다. 딸을 잃은 할머니의 슬픔과 엄마를 잃은 루커스의 슬픔이 제각기 고유하듯이. 그러니 그 슬픔을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방식 또한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리처드 램버트는 날것 그대로의 거친 슬픔을 오랫동안 전해내려온 늑대에 대한 신화와 엮어 바라봄으로써,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한 존재를 집어삼키는 어마어마한 슬픔 앞에서 쉽게 애도하지 않고, 조심스러운 위로와 함께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끔찍한 비극과 함께 시작된 긴 밤을 통과한 루커스는 저멀리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빛을 바라보며 마침내 한 발 내디딘다. 죽음이 아니라 삶 쪽으로. 그러니까 끝으로부터 시작으로.
어떤 엔딩은 어떤 시작으로 향하는 길을 뚫는다. 엔딩이 없었다면 애초에 있지도 않았을 새로운 시작의 길을. _황유원(시인, 옮긴이)
그 개는 길 한가운데 있었다. 녀석은 연기 색깔, 혹은 세상에서 빛이 빠져나가 밤이 되기 직전의 황혼 같은 색깔이었는데, 눈만은 오렌지빛이 감도는 갈색이었고 작은 눈동자는 검은색이었다. 시선은 똑바로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나를 제대로 쳐다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곧 전투에 나서는 군인이 쳐다볼 법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녀석은 아주 고요히 서 있었다. 발은 권투선수의 주먹만했고 다리는 길었다. 넓은 가슴과 커다란 갈기를 지니고 있었고 어깨는 앙상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계속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어둠이 그렇게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얼굴 앞까지 와서 우리를 만질 수 있다는 것을. 관자놀이를 짓누를 수 있다는 것을. 입을 틀어막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 소개
지은이 : Richard Lambert
목차
1부
2부
옮긴이의 말|어둠 속을 걸어다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