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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한시
흔들리는 삶에 건네는 서른여덟 편의 한시 이야기
유노라이프 | 부모님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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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중년에 사람들은 미뤄 두었던 자신의 희망과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좌절과 난관을 하나하나 해결하거나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온 세월이 어디 헛되기만 하던가, 이들은 경륜과 이해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겸손과 생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 한시를 읽기에 더없이 좋은 자질을 갖춘다. 《당시삼백수》를 번역한 중문학자이자 고전 시 연구자인 저자는, 이십여 년 동안 한시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1천 년 전 옛 시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한시가 막상 읽어 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시들이 오늘날 우리 삶과 감정에 여전히 연결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꼭 말하고 싶었다.나는 오랫동안 일로써 한시를 읽었다. 시험 치고 논문 쓰고 번역하며 읽었던 한시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나의 삶에 직접 간여하지는 않았다. 일은 일이고 나의 삶은 다른 얘기였다. 그러다 덜컥 중병에 걸렸고 오랜 치료를 받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인 한시에 손이 갔다. 사실 두꺼운 책을 읽기엔 체력이 달렸고 무엇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으로 머리도 무거웠으므로 겨우 짧은 한시나 읽을 수 있었던 현실적 이유가 컸다. 별 기대 없이 펼치자 덤덤한 연구 텍스트였던 한시가 돌연 생생하게 숨 쉬더니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보여 주었다. 시인이 낡은 책에서 걸어 나와 때론 따스한 시선을, 때론 고요한 평안함을, 때론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혹은 다정한 충고를 전해 주기 시작했다. - ‘프롤로그’에서
한시를 나의 삶에 들이는 것은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문을 잠시 닫고 시인이 보여 주는 장면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이 보여 주는 사랑스러운 풍경에 몰입하거나 그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나는 세상과는 무관한, 시적인 공간과 시간 속에 있게 된다. 이 순간만큼은 나 자신에 집중하여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내고 싶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며 지금 처한 상황에서 한걸음 떨어져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 시를 한 편 읽는 것만으로 들뜨고 불안한 나로부터 고요하고 차분한, 나다운 나를 만날 수가 있는 것이다.- ‘1장 한시의 초대에 응하며’에서
얼마 전에 주차장에서 들은 나이 지긋한 두 어르신의 대화가 생각난다. 한 분이 다짜고짜 “저게 뭐여?” 하고 물으니 상대는 듣지 않고 본인 말만 하고 있다. 재차 “저게 뭐냐고?”라 몇 번이나 물으니 그제야 “뭐가?”라 대답한다. “저 환하고 이쁜 꽃이 뭐냐고?”라 물으니 큰 소리로 “뭐긴 뭐야 목련이지. 처음 봐?”라고 하자 “난 처음 봐… 이렇게 이쁜 거.”라는 말씀에 내가 멈칫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대화인가. 아름다운 것이 눈에 들어오는 때를 이제야 맞으셨다. 그러고 보니 난 어제도 꽃밭에서 홀로 꽃 사진을 공들여 찍던 중년 남성을 보았다. 두보가 요즘 태어났으면 이들 대열에 반드시 끼었으리라.- ‘2장 강변에 꽃이 흐드러지니 이를 어쩌나’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지운
중문학자, 고전 시 연구자.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중국 고전시가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강의했고 지금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덕경》, 《채근담》, 한시를 가르쳤으며 현재는 《논어》와 한시 강독을 가르치는 중이다.저서로 《글쓰는 여자는 잊히지 않는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이청조사선(李淸照詞選)》, 《온정균사선(溫庭筠詞選)》, 《이 상은(李商隱)》,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공역), 《송시화고(宋 詩話考)》(공역), 《이의산시집(李義山詩集)》(공역) 등이 있다.이십여 년 동안 한시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한시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한시가 막상 읽어 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시들이 오늘날 우리 삶과 감정에 여전히 연결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꼭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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