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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앓기, 읽기, 쓰기, 살기
복복서가 | 부모님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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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아픈 몸을 살다』 『고통받는 몸』 등을 번역하며 병을 앓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탐구해온 작가 메이의 첫 단독 에세이로, 몸의 고통과 질병이 던지는 근원적이고 복잡한 질문들에 대한 작가만의 대답이 담겼다. 오랜 시간 동안 만성통증이라는 고통스럽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완치가 어려운 병을 앓아온 ‘병자’-작가로서의 삶과 생각을 담았으나 전통적인 의미의 투병기나 인간 승리의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욥기』와 같이 통증이 유발하는 곤경과 고통을 묘사해온 병자-작가들의 유구한 서사부터 알퐁스 도데나 버지니아 울프, 수전 손택 같은 작가들이 자신의 질병에 관해 쓴 글까지 정확하기에 아름다운 사유와 문장으로 탐색하며 결국엔 ‘몸을 지닌’ 인간의 근본 문제에까지 이르는, 독특하고 유려한 인문학 에세이이다.

  출판사 리뷰

“아름답고 음악적인 책이다. 한 단어 한 단어가 음표처럼 정확하다.”
_김현경(인류학자, 『사람, 장소, 환대』 저자)

“뜻밖에 이 책에서는 웃게 될 순간이 많을 것이다.”
_김명남(번역가)

통증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것에 관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 ‘아픈 몸을 산다는 것’에 관한 섬세하고 깊은 통찰이 담긴 에세이

이 책은 『아픈 몸을 살다』 『고통받는 몸』 등을 번역하며 병을 앓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탐구해온 작가 메이의 첫 단독 에세이로, 몸의 고통과 질병이 던지는 근원적이고 복잡한 질문들에 대한 작가만의 대답이 담겼다. 오랜 시간 동안 만성통증이라는 고통스럽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완치가 어려운 병을 앓아온 ‘병자’-작가로서의 삶과 생각을 담았으나 전통적인 의미의 투병기나 인간 승리의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욥기』와 같이 통증이 유발하는 곤경과 고통을 묘사해온 병자-작가들의 유구한 서사부터 알퐁스 도데나 버지니아 울프, 수전 손택 같은 작가들이 자신의 질병에 관해 쓴 글까지 정확하기에 아름다운 사유와 문장으로 탐색하며 결국엔 ‘몸을 지닌’ 인간의 근본 문제에까지 이르는, 독특하고 유려한 인문학 에세이이다.

이 책은 전통적인 의미의 투병기가 아니다. 진단, 치료, 회복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따라가며 개인적인 병 경험을 상세히 서술한 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병원, 의사, 치료법에 관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실용서도 아니다. 어려움과 극복의 과정을 낱낱이 적은 회고록이 아니다. 내가 만난 모든 파도의 기록이 아니다. 그보다 이 책은 병condition이 삶에서 특정한 조건/상황/한계condition가 되었을 때 그 안에서 살아가며 배우고 생각한 것을 적은 책이다. ‘아프다는 것을 읽고 쓰기’에 관한 책이다. 말과 고통에 관한 책이다. 고통의 교육에 관한 책이다. 우리를 지상으로 잡아끄는 중력에 관한 책이다. 괴물이고 고통이고 기적인 몸을 산다는 것에 관한 책이다.
_본문 19~20쪽 「이야기를 시작하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만큼이나,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타인에게 전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직접 겪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병자들의 이야기, 아픔에 관한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고통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고통스럽다는 감각 자체가, 부정할 수 없이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자-작가들의 이야기로부터 자신의 안정되고 ‘정상적인’ 삶을 다행스럽게 여길 수도 있고, 인간됨의 고단함을 미리 간접 체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재 자신만이 겪고 있는 듯한 아픔이 보편적인 것임을 그들의 이야기-예술로부터 확인하고 안도하고 위안받는다. “나만 이상한 거 아니지? 나만 답 없는 거 아니지?”(36~37쪽)
그러나 자신의 피부 안에서만 일어나는 절대적인 고통을 타인에게 전하고 온전히 이해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고통의 재현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이를 수용해야 하는 타인에게도 의무감을 넘어선 적극적인 연민이나 연대를 요청하기 때문이다.

현재 맺고 있는 인간관계들을 정리하고 싶다면 병에 걸리길 추천한다. 힘들다는 토로에 사람들이 화제를 돌리는 다양한 기법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상대가 받지 않는 전화와 구걸하는 기분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때로는 매몰차게, 때로는 겸연쩍게 문을 닫으면서 내미는 말들에 대해서 알게 될 것이다. 너만 힘든 거 아냐. 나는 그런 얘기하는 거 안 좋아해. 좀 의연하게 마주하는 게 어때. 왜 전화해서 울어?
_본문 87~88쪽 「병자의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하여」

“나는 얼마나 운 좋은 사람인가.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 어떻게 고통을 타자화하지 않으면서 재현할 것인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속 주인공의 고난과 생존에 관한 성찰을 담은 「파이의 이야기」에서 작가는 얄팍한 고통의 재현이 필연적으로 일으키는 고통받는 주체의 소외 문제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얻은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통을 겪은 자는 거기로부터 얻은 삶과 죽음에 관한 비밀스러운 지혜에 청자가 감응하길 바란다. 그러나 대체로 청자의 기대와 반응은 기적의 경험을 나누는 간증이나 충격 실화를 통한 카타르시스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고통에 관한 ‘좋은’ 이야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범상한 정상성의 세계가 외면하고 놓쳐버린 진실은 어떻게 감지될 수 있을까. “당신과 나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야기”(107쪽)이자 고통받은 자가 이야기의 저자인 이야기로서의 ‘파이의 이야기’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 모든 환호와 박수와 칭송 속에서 소년이 감지한 건 자신의 의도와 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나의 삶 전체를 뒤흔든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에게 나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나의 실제 삶도 중요하지 않다. 끔찍한 일을 겪고 생존한 소년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나는 불운, 운명의 우연한 희생자, 당신이 피하고 싶은 모든 것이며, 당신의 정상성을 공고히 해주고 그 정상성에 감사하게 하는 타자다.
_본문 102~103쪽 「파이의 이야기」

앓기의 기술과 쓰기의 기술,
작가-여성-병자 버지니아 울프의 초상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한 「버지니아 울프, 작가-여성-병자의 초상」은 병자로서의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버지니아 울프를 반복해서 여리고 병약하고 불우했던 여성 작가로 소환하는 오래 지속되어온 상투적인 언어들에 대해 논한다. 영화 <디 아워스> 속 끊임없이 죽음 충동에 시달리는 우울한 버지니아 울프나 창백한 여인의 옆얼굴로 각인된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 지식인에 대한 놀랄 것 없는 전형적인 훼손이다. 작가는 이 글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작품을 그의 지병과 연결해 세세하게 펼쳐내며 병자-여성-지식인에 대한 단순하기에 폭력적인 시선들을 조용히, 유쾌하게 전복한다.
어린 시절의 불운과 평생 시달린 조울병, 자살이라는 키워드로 버지니아 울프를 집요하게 고정하려는 시도는 작가로서의 뛰어난 역량과 분투, 냉철한 지성과 수다스러운 유머, 출판업자로서의 집요한 성실성 같은, 울프의 첨단을 걷는 지식인다운 면모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러나 취약하고 불안정한 여성 지식인이 불러일으키는 도착적인 여성혐오의 오래된 역사와는 무관하게, 작가-여성-병자 버지니아 울프는 그의 지복과 불운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닫힌 사고 회로의 바깥에, “아픈 여자들의 수호성인”(204쪽)으로서 우뚝 서 있다.

아프며 산다는 건 행복의 반대말이다, 병자의 인생은 고난과 동의어다, 아픈 삶은 덜한 삶이며 욕망, 성취, 성공, 쾌락, 즐거움 같은 단어들과는 상관이 없다…… 인간의 삶의 역동과 모순과 다면성을 방기하는 이런 관념에서 병자 버지니아 울프는 병자이므로 불행한 인물일 수밖에 없다. 거기엔 괴롭지만 행복하기도 한 나날, 곤경이 많지만 충만한 삶처럼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공존하는 진실들을 사고할 공간이 없다.
_본문 190~200쪽

의심의 화살표는 바깥도 향한다. 그러면 병자는 종교인보다는 혁명가가 된다. 병의 원인은 외부에, 사회에, 국가에, 체제에 있다. 가장 빈번히 눈총을 받는 건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 독성물질을 내뿜는 주거 환경,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 장시간 노동, 대기업의 탐욕, 빈곤을 지목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이 모두가 건강을 위협한다.

성서에서 ‘죄’로 번역되는 그리스어 ‘하마르티아’에는 원래 ‘과녁에서 빗나가다’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내 이전의 삶에 없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과녁, 포인트, 요점, 핵심, 중심. 거기서 빗나간 채로 불안해하며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기만 한 게 내가 한 일의 전부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죄인이었다.

병자로서 고통을 전하되 끝없이 하소연하지 않는 작가로서의 자의식, 할 수 있는 말을 통해 할 수 없는 말까지 전하는 능란함, 쉬운 승리로도 쉬운 절망으로도 가벼이 기울지 않는 평정심, 아프다는 것을 시시한 글의 변명으로 삼지 않는 자존, 자기가 보는 어둠을 부러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것으로 자신을 장식하지 않는 윤리, 오랜 시간 매일 공들여 노력하는 자기 규율, 나의 고통은 유일하고 절대적이나 그와 동시에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고통을 인식하는 균형감, 고립시키는 고통을 접면을 넓히는 기회로 전환하는 놀라운 도약.

  작가 소개

지은이 : 메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질병을 겪으며 읽고 쓰는 일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에세이라는 (무)형식의 자유로움과 가능성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지식과 사랑이 담긴 글을 쓰고 싶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공저)를 썼고, 『아픈 몸을 살다』, 『고통받는 몸』,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프롤로그: 돌아온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몸: 무덤, 표지, 구원의 장소
기원
앓기의 기술과 쓰기의 기술
거의 보이지 않도록 작게
고통의 그림
병자의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하여
파이의 이야기
통증의 역사 쓰기: 알퐁스 도데의 「라 둘루」
병이 준 것
무에서 나오는 건
버지니아 울프, 작가-여성-병자의 초상
젊은 투병인에게 전하는 책과 문장들
중력
우리는 나무들처럼 잎을 떨어뜨렸다

에필로그: 쪽지들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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