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저 사람 너무 정치적이야”
사람을 평할 때 간혹 쓰는 말이다. 들었을 때,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정치적’이란 말은 계략적일 때, 처세가 뛰어날 때, 기회주의적일 때 사용하기 때문이다. 계략, 처세, 기회주의. 우리에게 정치는 딱 이 정도의 이미지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군주에게는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교활함이 함께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도덕적 이상과 현실은 엄밀히 다르기에, 정치는 도덕적 이상 추구가 아니라, 맞닥뜨린 현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마키아벨리는 선한 군주가 아니라 강한 군주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물론 그렇다고 마키아벨리가 폭력, 잔인함을 무자비하게 사용해야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은 ‘현실정치’라는 이름 아래, 정치의 ‘권모술수’와 ‘타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그런 탓인지 여론조사를 하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 1위는 정치인이다. 여기에 ‘돈봉투’, ‘정쟁국회’ 등의 언짢은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에서 더 멀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 입에서 “그놈이 그놈이다”, “나는 정치 싫어한다.”,“정치에 관심 없으니까, 노조에서는 우리이야기만 했으면 좋겠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 정말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는 않다. 단적인 예가 명절 밥상에서의 모습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각종 뉴스는 명절 밥상에 올라갈 정치 이슈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예측하며, 다투어 보도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혹은 자기 정당이 주도하는 이슈가 명절 밥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정치행보를 강화한다. 그리고 명절이 끝나면 이런 이야기가 들린다. “명절 밥상에서 정치 이야기 하다가 싸웠다.”, “우리 집은 명절 밥상에서 정치 이야기하는 게 금지이다.” 등등. 그만큼 명절 밥상에서 정치 이야기가 많이 오고간다는 방증이다. 그것은 미워도 버릴 수 없는 게 정치임을 사람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귀를 쫑긋 세우며 정치 소식들을 듣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교육원 민플러스
2022년에 설립한 언론협동조합 담쟁이의 교육기관이다.노동조합과 진보운동에 필요한 교재개발과 출판, 강의와 교육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한다. 민플러스 교육원의 강사진은 현장전문가, 진보운동가, 학자 등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김장호 원장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대외협력국장, 교육선전문화실장, 조직실장, 비정규실장, 정책기획실장을 두루 역임하고 최근까지 민플러스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총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