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치적 화해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화해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 도약의 순간이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화해의 수준이 도약하는 단계적 시점에 주목한다. 이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발휘되는 정치 리더십이다. 정치 지도자는 시대적 사명(요청, 과제)과 현실적 제약의 긴장 관계 속에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역사 화해를 이루어낸다.민관협의회에 참석했던 나는 이 안이 최선의 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야 협치가 부재한 적대적 정치의 한복판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안이라고 판단한 나는 에두르지 않고 단호하게 발언했던 것이다.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냉정하게 외교적 현실을 인식한 위에서 지적인 용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판단에 대한 나의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1945년 일본의 패전과 한국의 해방 이후, 한일 관계는 정치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역사 화해라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단계적으로 발전해왔고, 지금은 새로운 역사 화해가 진행되는 시점에 진입해 있다.
정치적 화해의 주체는 정부다. 그러나 3자일치 프레임에 갇힌 정부는 자신의 독자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구현한 ‘사법적 정의’가 초래한 ‘외교의 실종’은 행정부의 주요한 권능을 제한하는 것이며 이는 오히려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측면이 존재하여, 논리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국가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사법적 정의는 절대적 원리가 될 수 없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홍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 분야는 한국 및 동양 정치사상이고 저서로는 《山崎闇齋の政治理念》, 《삼봉 정도전: 생애와 사상》, 《태종처럼 승부하라》가, 역서로는 《일본 정치사상사: 17~19세기》, 《마루야마 마사오: 리버럴리스트의 초상》 등이 있다. 근년에 한일 역사 화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한국과 일본, 역사 화해는 가능한가》(공저), 《한중일 역사 인식 무엇이 문제인가》(공역)를 출간했고, <한일 역사 화해의 전개 과정: ‘책임론적 화해’에서 ‘포용론적 화해’로>, <‘책임론적 화해’를 넘어서: ‘한일 화해 3.0’을 위한 철학적 토대>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