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연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펜으로 산 자를 해부한 작가, 에밀 졸라. 그의 뛰어난 단편을 모은 국내 초역 선집 『방앗간 공격』을 빛소굴 세계문학전집으로 선보인다. 차례로 「방앗간 공격」, 「나이스 미쿨랭」,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샤브르 씨의 조개」, 「수르디 부인」 총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이 선집은, 에밀 졸라가 생전에 펴낸 단편집의 대표작들이거나 그의 창작 세계 전체에 비추어 주제가 새로운 작품들을 엄선했고, 공통적으로는 인간 삶의 아이러니와 희비극을 그려내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이다.어리석은 전쟁에 휘말려 연인과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끔찍한 고뇌에 빠진 처녀,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끔찍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비참한 사랑에 몸을 던진 여인, 차가운 흙 속에 생매장당한 채 무기력 속에서 공포를 견뎌야 하는 남자, 어린 아내를 만족시키고 싶지만 타고난 지질함을 숨기지 못하는 중년의 신사,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지만 그 내면의 척박함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화가……. 이야기꾼 졸라가 들려주는 아이러니의 정수가 『방앗간 공격』에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자연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펜으로 산 자를 해부하는 작가, 에밀 졸라
인간 세상의 지리멸렬한 운명을
날것 그대로 그리다19세기 자연주의 문학의 포문을 연 거장 에밀 졸라의 단편 선집 『방앗간 공격』을 빛소굴 세계문학전집으로 선보인다. 차례로 「방앗간 공격」, 「나이스 미쿨랭」,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샤브르 씨의 조개」, 「수르디 부인」 총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이 선집은, 에밀 졸라가 생전에 펴낸 단편집의 대표작들이거나 그의 창작 세계 전체에 비추어 주제가 새로운 작품들을 엄선했고, 공통적으로는 인간 삶의 아이러니와 희비극을 그려내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이다. 이 다섯 소설은 모두 러시아 월간 문예지 『유럽의 메신저』에 먼저 발표되고 나중에 프랑스에 소개되었다. 1866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창간된 『유럽의 메신저』는 서양 문화를 활발하게 소개하면서 제국 전체에서 독자를 확보했는데, 이반 투르게네프, 이반 곤차로프 같은 유명 작가가 참여했다. 에밀 졸라는 파리에서 활동하던 투르게네프의 소개로 『유럽의 메신저』에 1875년부터 1880년까지 64편의 텍스트를 기고했다.
웃을 수 없는 희극과 울 수 없는 비극
“어느 토요일 아침 여섯 시,
병석에 누운 지 사흘 후에 나는 죽었다.” ― 본문에서「방앗간 공격」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시골 마을의 방앗간에서 벌어지는 연인의 처절한 사랑과 고뇌를 그린다. 에밀 졸라는 무조건 프랑스 군대의 용기를 상찬하고 프로이센 군대를 악의 화신으로 만드는 당대 소설을 비판하면서 전쟁의 어리석음을 부각하려 했고, 「방앗간 공격」은 그 날카로운 시각이 맺은 결실이었다. 이런 문제의식에 힘을 모은 모파상, 위스망스 등의 작가들이 함께 모여 「방앗간 공격」이 수록된 단편집 『메당의 야회』를 발표했고, 이 책은 문단에서 자연주의 선언서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1883년 에밀 졸라의 단편집 『나이스 미쿨랭』의 대표작인 「나이스 미쿨랭」은, 졸라가 소설의 배경이 된 레스타크에 실제로 체류하면서 쓴 작품으로 폴 세잔이 여러 번 그림으로 담았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여인 ‘나이스’는 학대 속에서 살아가고, 에밀 졸라의 손끝에서 더없이 격정적인 사랑과 관능에 빠져들며 심지어 연인을 보호하기 위해 친아버지를 죽이려는 결심마저 하게 된다. 벼랑 끝에 몰린 나이스의 앞에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이 흐르고 독자는 시종 그녀의 불안한 시선을 따라간다.
졸라는 늘 죽음에 대한 공포와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내가 깊고 좁은 지하에서 흙에 묻혔고, 거기서 탈출하려고 필사적으로 미로를 기어오르는 악몽을 꾸곤 했다”고 고백했던 졸라는,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이라는 단편을 통해 자신을 사로잡은 생매장의 공포(혹은 매혹)를 써 내려간다. “어느 토요일 아침 여섯 시, 병석에 누운 지 사흘 후에 나는 죽었다.” 독자의 이목을 대번에 사로잡는 첫 문장과 함께 시작된 소설은, 변변찮게 살아온 남자 올리비에가 비로소 행복을 눈앞에 두고 있던 때 갑자기 관 안에 갇히면서 겪는 처참한 심리와 절박한 몸짓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절대다수가 삼인칭 소설이었던 자연주의 문학 중 이 단편은 일인칭을 택하면서 인물의 심리를 보다 세심하게 해부했다.
「샤브르 씨의 조개」는 폭력과 죽음의 분위기가 지배하는 졸라 소설의 일반적 경향과 달리 우스꽝스럽고 외설스러운 이야기를 펼친다. 졸라의 단편소설은 대개 5장으로 구성되지만, 「샤브르 씨의 조개」는 매우 짧은 6장을 추가로 지니고 있다. 바로 이 6장의 마지막 문장, 즉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희극성의 압권이다. 「나이스 미쿨랭」과 마찬가지로 졸라가 실제로 머물렀던 지방을 무대로 한 소설인데, 그 전개와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마지막 「수르디 부인」은 줄곧 졸라의 대표적 단편으로 거론되는 소설로, 미술 비평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던 그가 미술을 모티프로 삼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강렬한 개성과 색감, 활력을 타고난 남자 페르디낭과 세심한 기교와 신중함, 세련미를 타고난 여자 아델이 함께하는 격정적이고도 기이한 예술/결혼 생활을 다루고 있다. 예술과 예술가의 본질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무엇이 어떤 작품을 ‘예술 작품’으로, 어떤 사람을 ‘예술가’로 규정하는가? 졸라는 이 지고한 물음을 한 편의 소설로 흥미롭고 참신하게 재구성하여 독자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끈다.
“에밀 졸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나태하고 경박한 사회와 저속하고 유해한 귀족 사회를 매섭게 파헤쳤다.“
― 아나톨 프랑스
이야기꾼 졸라가 들려주는 아이러니의 정수
지금 여기의 삶에서 예술적 가치를 끌어올리다 『방앗간 공격』에 수록된 다섯 편 모두,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심지어 오늘날에도) 인간 군상을 조명한다. 「방앗간 공격」에 등장하는 방앗간 주인 영감은 어느 때엔 엄숙하고 고집스럽다가도 어느 때엔 가장 편견 없이 사랑을 축복할 줄 알고, 또 어느 때엔 냉정하게 감정 대신 이성을 택하다가도 또 끝에 가선 감정에 무릎 꿇고 가슴 아파한다. 사실 우리 모두 이렇듯 대중없는 기분과 때때로 찾아드는 후회, 그럼에도 반복되는 잘못들로 기쁨과 슬픔을 반복하지 않은가? 졸라에게 ‘이상적인 인간’이란 ‘더없이 선하고 고결한 인간’이 아니라 ‘때로 악한 본성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도 계속해서 살아내는 인간’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졸라는 예술을 발견한다. 일출과 일몰의 지겨운 반복, 환멸을 부르는 옆집 사람과 나의 지질한 습관들, 그리고 사회를 절망케 하는 권력의 부조리. 하지만 졸라가 천착한 자연주의는 “한 사람의 상상이나 한 그룹의 광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사물의 영원한 본질에서, 자연을 기반으로 작가가 글을 써야 하는 필요성에서 탄생”했으므로, 그의 말마따나 이 지리멸렬함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이요 창작의 동력일 테다. 이 선집을 통해 독자들이 자기 내면의 모순과 좀 더 친해지기를 바란다.
50세가량으로 키가 크고 깡마른 장교는 도미니크를 간단히 심문했다. 프랑스어를 유려하게 구사함에도 그는 프로이센 사람답게 경직되어 보였다.
“당신은 이 고장 사람이오?”
“아뇨, 벨기에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왜 무기를 들었소?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도미니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장교의 눈에 파랗게 질린 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프랑수아즈가 보였다. 그녀의 새하얀 이마에 한 줄기 핏자국이 있었다. 두 젊은이를 번갈아 쳐다본 장교는 사태를 대강 짐작하고서 이렇게 덧붙였다.
“총을 쏜 걸 인정하오?”
“엉겁결에 무턱대고 쏘았을 뿐입니다.” 도미니크가 조용히 대답했다.
이런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화약으로 까매진 그의 얼굴이 땀에 젖어 있었고, 찰과상으로 어깨에 핏방울이 맺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됐소.” 장교가 되풀이했다. “당신은 두 시간 후에 총살될 거요.”
프랑수아즈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녀의 내면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아버지의 피였다. 그것은 맹목적 열정이었고, 가장 강한 자가 되고 싶은 격렬한 욕망이었다. 아버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며 몸을 떨고 복종하는 어머니를 보았을 때,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오직 경멸뿐이었다. 그녀는 종종 이렇게 되뇌었다. “나한테 저런 남편이 있다면 죽여버릴 거야.”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밀 졸라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내다가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읜 후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1858년 파리로 돌아와 생루이 고등중학교를 다녔다. 졸업 후 대학입학자격시험에 두 차례 낙방하자 학업을 포기하고 아셰트 출판사에 취직했다. 1863년부터는 신문에 콩트와 기사를 기고하며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했다.1865년 자전적 중편소설 『클로드의 고백』을 발표했고, 이듬해 출판사를 그만둔 후 본격적으로 평론가이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테레즈 라캥』(1867), 『마들렌 페라』(1868) 등을 출간했으며, 발자크의 ‘인간극’에 영향을 받아 ‘루공마카르 총서’를 구상했다. ‘제2제정기 한 가문의 자연사와 사회사’라는 부제가 붙은 루공마카르 총서는 5대에 걸친 루공가와 마카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23년간 총 20권의 연작소설로 그려낸 대작이다. 『루공가의 행운』(1871)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한 편씩 발표되어 1893년 『의사 파스칼』을 끝으로 완결되었다. 총서에는 『목로주점』(1877), 『나나』(1880), 『제르미날』(1885), 『대지』(1887), 『인간 짐승』(1890) 등 졸라의 대표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총서를 통해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1894년부터는 3부작 소설 ‘세 도시 이야기’를 집필해나가는 한편, 반유대주의에 기인한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자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나는 고발한다」(1898)를 발표하며 행동하는 지성의 상징이 되었다. 말년에는 4부작으로 계획한 소설 ‘네 복음서’ 중 『풍요』(1899), 『노동』(1901) 등을 출간했다.(세 번째 권 『진실』(1903)은 사후 출간) 1902년 파리에서 가스 중독 사고로 사망했고, 1908년 유해가 국립묘지 팡테옹으로 이장되었다.
목차
방앗간 공격
나이스 미쿨랭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샤브르 씨의 조개
수르디 부인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