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느 때보다 텍스트로 많은 메시지가 오가는 시대이지만 미디어가 다변화되며 사람들은 점점 글자와 멀어지고 있다. 점점 글쓰는 방법을 잊어가는 이들에게, 그리고 마음의 치유를 찾는 독자들에게 꼭 맞춤한 선물과도 같은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를 선보인다. 이 책의 본문은 지난 50여년간 한국시단을 이끌어온 창비시선의 명구절들을 시인들이 직접 엄선해 구성되었다. 썸네일, 카피라이트 등 짧은 문장 안에 핵심을 담아내는 것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지금, 시는 더없이 좋은 글쓰기 연습 교재가 될 수 있다. 함축과 은유로 이뤄진 표현과 리듬감을 살린 문장이 시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는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도 자기 마음을 바라보는 데도 유용하다. 시를 흔히 감수성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마음과 맞닿아 있는 시의 특성을 잘 표현한 말이다. 시를 따라 쓰다보면 자신의 마음과 한층 친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좋은 문장을 따라 써보는 귀중한 경험은 물론 마음의 치유와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놀라운 성취감까지 제공한다.에서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문태준, 「꽃 진 자리에」 전문
손이 시려서 너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눈이 펄펄 날리고 있어서나의 한 손을 거기 넣었다그 캄캄한 곳에 너의 손이 있어서나의 한 손을 거기 넣었다그날 우리는 걸어서 어디로 갔나두근거리는 손 때문에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흰 눈이 내리는데 햇빛이 환한데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는데심장이 된 손에 이끌려우리는 쉬지 않고 걸어서 어디로 갔나―강성은,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 부분
지난여름에는 해변에 흩어져 있는 발자국들을 보며 지난밤의 즐거웠던 춤과 사랑의 기억 따위를 떠올렸습니다만 지금은 좁은 침대에 누워 어깨를 움츠린 채잠들어 있는 옆 사람을 살짝 밀어볼 뿐입니다밀리지는 않는군요 이대로 잠들 수는 없겠군요그러거나말거나새소리가 들려옵니다아침이군요창밖에서는 또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황인찬,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인찬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그림책 『내가 예쁘다고?』 『백살이 되면』, 산문집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