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1년 『단명소녀 투쟁기』로 “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는 필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선언으로 등장한 현호정 작가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과 평단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꾸준히 자기만의 색깔을 선보이고 있다. 2023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연필 샌드위치」를 포함해 4년 동안 발표한 단편 가운데 여덟 편을 추려 이번 소설집으로 엮었다. 소설집 안에서 단편들은 각각의 마지막 문장이 다음 단편의 첫 문장을 꼭 움켜쥐는 식으로 다정히 연결되어, 하나의 물줄기로 흐른다. 작가가 만들어낸 그 사랑의 물줄기는 책이라는 물관을 지나 독자에게 다양한 소리로 가닿을 것이다. 그 외에도 작년 5월 연극으로 올린 「한 방울의 내가」 희곡을 실어, 독자들에게 원작과 희곡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다. 현호정이 아니면 결코 탄생할 수 없는 이야기들, ‘한 방울의 마음속’에 가득 찬 ‘한 방울의 그리움과 몸짓 그리고 시선’을 벅찬 마음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너와 개체로서 만날 수 없다면 차라리 나를 세상 전체로 흩어뜨려 너에게 가닿겠다는 결단이 여기에 있다. (…) 그 고통의 크기야말로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랑의 크기다. _「기생奇生의 사랑-현호정론」, 강지희(문학평론가)
너는 무얼 먹으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돼?음…… 마음.마음? 「라즈베리 부루」
나는 속옷을 벗어 부루에게 집어 던졌다. 봐라, 봐. 이게 뭐 귀한 거라고 내가 감추겠어?귀하지도 않은 걸 감추니까 더 치사한 거지. 뭐라고?내가 다시 작아지기를, 화분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거야?「라즈베리 부루」
작가 소개
지은이 : 현호정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2020년 제1회 박지리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쓴 책으로 『단명소녀 투쟁기』 『고고의 구멍』 『삼색도』 등이 있다. 극단 ‘안티무민클럽AMC’의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