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언젠가 네 부모와 상관없이 살라던 저수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너무 내 생각만 하는 건데, 그건.’
‘나는 원래 니 생각만 한다. 몰랐나.’
‘…….’
‘느그 집 생각은 좆도 안 하고.’
너는 너대로 살라고.
‘조금만 슬퍼하고, 더 슬퍼하지 마라. 희야.’
지금은 하나도 슬프지 않아요. 그냥 나중에도 우리가 이러고 있을 게 슬픈 거예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을까 봐 무서운 거예요. 제자리가 무서워요. 결국은 서로 떨어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될까 봐. ‘우리’가 어디에도 남지 않게 될까 봐. 더는 예전처럼…….
나는 네 첫 번째 실패였고 머잖아 두 번째 실패가 될 예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명확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나중에 네가 날 욕할 이름이 있었으면 했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내가 네게 무엇을 숨겼는지도 모른 채로. 내가 널 좋아해서 무슨 짓까지 할 수 있었는지, 너는 영영 알지 못하는 채로.
그리고 나도 언젠가 되새길 단어가 있기를 바랐다.
내가 네 이상한 두 번째 여자 친구였다고.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차차
출간작《쏘 롱, 써머 (so long, summer)》,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 《페레니케》《약탈★마드모아젤》, 《사내에서는 정숙할 것》, 《봄그늘》등 출간
목차
16장. 미조 저수지
17장. 말하지 말아 줘
18장. 회전 초밥집
19장. 네 할머니 집 마당의 배롱나무
20장. 입만 열면 거짓말
21장. 처음부터 끝까지
22장. 열여덟, 8월의 도서관
23장. 손해 보는 장사
24장. 첫 차
25장. 사람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
26장. 첫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