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4년 12월 23일,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퍼센트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1인 가구와 노인 가구 증가, 저출산과 핵가족화로 돌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 돌봄을 자녀 한두 명이 떠맡으면서 돌봄자가 겪는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은 점점 더해만 간다. 바야흐로 돌봄이 화두다.21년 차 특수 교사 김진화는 《나는 듯이 가겠습니다》에서 뇌병변 장애를 입은 엄마를 10년간 돌본 일상을 기록하고 돌봄의 본질을 성찰한다. 단순한 간병 일지에 머물지 않고 전문가 시각을 더해 돌봄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감정적 여정을 솔직하게 전달한다. 파편화돼 사라질 돌봄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고립된 돌봄 당사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면서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까. 대구에서 출발한 구급차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나는 이모가 쏟아붓는 타박을 들으며 서둘러 응급실로 들어섰다. 차갑게 소란한 공기, 유예된 불안이 엄습했다. 엄마가 있으리라 예상되는 곳은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빨려들 듯 눈에 들어와서 잰 걸음으로 그곳을 향했다. 넋이 나간 듯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빠, 굳은 얼굴로 팔을 감싸 쥔 채 엄마를 내려다보는 이모부. 익숙한 사람들의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모습 사이로 엄마가 누워 있었다.
무엇도 엄마를 우선할 수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엄마 곁에 있기로 한 결심은 잘한 결정이었다. 이제는 엄마에게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