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무용가 홍신자, 그의 남편이자 독일 최초의 한국학자이며 함부르크대학 명예교수인 베르너 사세, 그리고 ‘오늘의 작가상’과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젊은 소설가 김혜나.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뤄 온 세 사람이 인도 오로빌에서 만나 삶과 명상, 사랑과 관계에 대해 대화하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 가는 여정을 담은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이 판미동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단순한 대담집을 넘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삶의 의미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여행 에세이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삶에는 반드시 부서졌으면 하는 것과 절대로 부서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공존한다.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진실하지 못한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러한 ‘나’가 제발 부서지기를, 모두 부서져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부서지는 것이, 무너지는 것이, 망가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이제까지 내가 지켜 온 것, 일으켜 세워 온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질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나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면서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는 불안한 삶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오로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집을 사거나 파는지에 대해 묻자 선생님은 오로빌에서는 집을 팔고 사는 개념은 외부 세계와 다르다고 했다. 오로빌은 인도 정부에서 준 땅에 기초하고 있고, 그 땅은 오로빌 재단의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로빌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자(Steward)로 이름한다. 집을 팔고 사는 것을 개인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우징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개입하여 결정한다. 그래서 집을 사는 데 내는 돈을 컨트리뷰션(Contribution, 기여금)이라고 한다. 그래서 살다가 오로빌을 떠나는 경우에 이 집은 오로빌에 귀속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홍신자
아방가르드 무용가. 명상가. 1940년 충남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무용계에 입문, 1973년 「제례」를 발표하여 《뉴욕타임스》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인도로 떠나 수행의 길을 걸었으며, 3년 만에 무용계로 복귀하여 존 케이지, 마가렛 렝 탄, 백남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했다. 2010년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와 결혼했고, 현재까지 자유로운 영혼의 몸짓을 춤으로 표현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자유를 위한 변명』(중국, 일본 번역 출간), 『나도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등이 있다.
지은이 : 김혜나
소설가.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청주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2010년, 꿈 없는 청춘의 자화상을 그린 소설 『제리』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집필 활동과 더불어 요가 강사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청귤』 『깊은숨』, 중편소설 『그랑 주떼』, 장편소설 『제리』 『정크』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에세이 『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 『술 맛 멋』 등이 있다. 수림문학상을 받았다.
지은이 : 베르너 사세
한국학자. 함부르크대학교 명예교수. 194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1966년부터 4년간 전라남도 나주와 서울에 살면서 한국 문화를 접했다. 이후 독일 보훔대학교에 입학, ‘계림유사에 나타난 고려방언’ 연구로 당시 서독 최초로 한국학 박사가 되었다. 독일 보훔대학교와 함부르크대학교에 한국학과를 개설했으며, 은퇴 후에는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쳤다. 『월인천강지곡』을 독일어로, 『동국세시기』를 영어로 옮겼고, 『민낯이 예쁜 코리안』을 썼다. 제13회 이미륵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