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봄은 아픈가
가끔씩 문인화文人畵 속에
여백을 생각해 본다
내 인생의 여백이 좁아져
항상 무거워진 마음
사랑과 희망을 벌기 위한 일은
삶에 큰 행복인데
무시로 사방에서 파고드는 바람 때문에
육신은 소리 없이
상처의 부피만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온전히
내가 사랑하는 시간을 풀고 있다
여기餘技로 붓을 들어 묵화를 쳐본다
붓끝을 시간에 푹 담가 놓고
몸은 화선지 속에 맡겨두고
빠져나온 마음
복숭아나무 서너 가지에
아기 꽃잎들을 깨우고 있다
옆에, 옆에
가지에서도 꽃들이 기지개를 켠다
투명한 향기가 여기에 있다고
나비 떼 찾아들어 꽃들을 어우른다
꾼들이 지나가고 나면 씨방에
생살이 부풀 텐데
저들의 봄도 참 아프겠다
나는 붓끝에서 시간을 빨기 전에
잠시 고단한 기억을 터놓고
복숭아나무 그늘에
한 줄의 화제를 또박또박 못질했다
봄은 아픈 거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전호균
동국대학교 미술과 대학원 졸업 월간『한국시』신인상 시 당선 등단전주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시집 : 『봄은 아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