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는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발상, 새로운 형식이 시적 존재의 한 축이다. 그러나 간혹 시인들이 이 새로움에 너무 취해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필요하다 하겠다.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늘 새로움을 추구하되 법고法古의 정신을 잃지 않아 길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시력 40년의 김복근 시인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이 길을 가장 충실히 지켜온 시인이다. 이번 파자(破字) 시조집에서도 이 점은 돌올하다. 파자시破字詩의 전통을 이어받아 시조에 새로움을 더하였지만, 시조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정형성을 하나도 흩트리지 않았음을 눈여겨볼 만하다.
출판사 리뷰
[해설]
감돌아 풀물 든 사람
-김복근 파자(破字) 시조집에 대하여
성선경(시인)
시는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발상, 새로운 형식이 시적 존재의 한 축이다. 그러나 간혹 시인들이 이 새로움에 너무 취해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필요하다 하겠다.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늘 새로움을 추구하되 법고法古의 정신을 잃지 않아 길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력 40년의 김복근 시인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이 길을 가장 충실히 지켜온 시인이다. 이번 파자(破字) 시조집에서도 이 점은 돌올하다. 파자시破字詩의 전통을 이어받아 시조에 새로움을 더하였지만, 시조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정형성을 하나도 흩트리지 않았음을 눈여겨볼 만하다.
물처럼 살아온 날, 내가 나를 돌아본다.
종종걸음 멈추고 중심을 잡아본다.
혼자서 맴을 돌다가 헛발질 돌을 차고
사는 일이 아파서 돌아보지 않으려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내가 나를 돌아보며
어둠을 밝히는 불빛
맑은 쉼표 찾아내어
나를 본 내〔王〕가 머리에 등〔〕을 달고
저만치 빛을 보며 가슴을 쓸어보면
내 속〔主〕에 나를 그리는 바람도 숨죽인다.
- 주인 주主(파자破字 41)
위 시조는 ‘주인 주主’ 자字를 파자한 시조다. ‘주인 주主’ 자字란 본래 의미가 자신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려니와 이 시조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인생관을 담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단일한 파자破字의 설문 유형設問 類型 표현방식에는 첫째 형상形象으로 나타난 것, 둘째 한자漢字의 분합分合으로 나타낸 것, 셋째 음音의 상이相似를 이용利用한 것, 넷째 의미면意味面으로 나타낸 것, 다섯째 대유법代喩法으로 상징적象徵的으로 나타낸 것, 여섯째 기타 파자화破字化 표현 등으로 볼 수 있는 데, 위의 시조는 한자漢字의 분합分合으로 나타낸 것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조는 한자의 분합을 넘어 자신의 삶 전체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삶의 주인에 대하여 성찰하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삶의 주인이 ‘나’ 라고 했을 때 이 주인을 돌아다본다는 것은 곧 나를 되돌아보고 반추하여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이렇게 살았구나 하고 정의한다면 이는 나는 이런 인생관으로 살아왔구나, 하는 성찰로 이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주인主人이란 “내〔王〕가 머리에 등〔〕을” 단 것이란 표현은 얼마나 참신한가? 또 한 편을 보자.
산山은 여름 불러
진초록 덧칠하고
별을 품고 내려오는
피친토드 맑은 공기
감돌아 풀물 든 사람〔人〕
휘갑치듯 사노라네.
-신선 선仙(파자破字 7)
신선神仙은 산에 든 사람이란 의미의 파자시 이다. 이 시를 보면 김삿갓의 탁자시坼字詩를 생각나게 한다. 김삿갓의 다음 탁자시坼字詩를 한 번 보자.
신선은 산 사람이나 부처는 사람 아니요 仙是山人佛弗人 (선시산인불불인)
기러기는 강 새지만 닭이 어찌 새이리오 鴻惟江鳥鷄奚鳥 (홍유강조계해조)
얼음이 한 점 녹자 다시금 물이 되고 氷消一點還爲水 (빙소일점환위수)
두 나무 마주 서니 어느새 숲이 되네 兩木相對便成林 (양목상대편성림)
김삿갓의 탁자시坼字詩를 보면 '선仙'은 '인人'과 '산山'이 합한 글자 파자하면 '산인山人'이다. '불佛'은 '불인弗人' '홍鴻'은 '강江', '조鳥' '계鷄'는 '해奚', '조鳥' 이 네 글자를 파자하여 의미로 쓴 것이 1.2구 '빙氷'이 점 하나 녹으면 '수水' '목木'이 두 개 나란히 하면 '림林'이 되는 문자의 유희이다.
김복근 시인은 김삿갓의 탁자시坼字詩를 뛰어넘어 현대 시조로 재탄생시켰다. 김삿갓의 탁자시坼字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신선神仙을 “감돌아 풀물 든 사람〔人〕”이라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당나라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쓴 ‘누실명陋室銘’에 나오는 내용의 “산부재고 유선즉명(山不在高 有仙則名)” 즉 “산은 높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산에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표현이다. 참 빼어나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시인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를 엿보는 것이다. 나는 이번 파자 시편을 읽으면서 김복근 시인의 삶에 대한 태도의 한 면을 엿보았다. 오랫동안 정형시에 몸담아 왔고 정형시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김복근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감돌아 풀물 든 사람〔人〕/ 휘갑치듯 사노라네 라는 표현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삶의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 산은 그 높이에 있지 않고 신선이 깃들어야만 명산이 된다는 선인의 마음을 설핏 엿보았다. “나비가 꽃을 그리듯 마음이 휘는 시간[참을 인忍(파자破字 23)]”이었다. 나는 김복근 시인이 “감돌아 풀물 든 사람〔人〕[신선 선仙(파자破字 7)]”으로서 앞으로도 “산부재고 유선즉명(山不在高 有仙則名)”이라는 선인仙人의 삶을 계속 이어 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부 내고[起]
살 생生
― 파자破字 1
살 생[生]을 파자하면 소[牛]가 외줄 타기[一] 하는 것
소[牛]가 하나[一]로 힘을 모으면 못 이룰 일 없는 것
지난 삶[生] 되돌아보며 외나무다리 지나가는 것
들을 청聽
― 파자破字 2
사람의 모가지를 칼날로 내리치듯
눈 뜨고 귀를 세워 마음 닦은 임금처럼
아귀를 찍어 누르며 되새기는 돋을무늬
성낼 노怒
― 파자破字 3
님 자에 점 하나를 더하면 남이 되지만
분노에 점 하나를 더하면 분뇨가 된다
배신에 몸을 떨다가 똥이 될까 두려워라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복근
경남 의령에서 태어남. 아호 수하水下.마산고등학교, 진주교육대학교, 국립창원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1985년 『시조문학』 천료.1997년 『월간문학』 『시문학』 문학평론 발표.시조집 『인과율』 『비상을 위하여』 『클릭! 텃새 한 마리』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 『새들의 생존법칙』 『비포리매화』, 논저 『노산시조론』 『생태주의 시조론』, 평론집 『언어의 정수, 그 주술력』 『평화 저 아득한 미로 찾기』, 동시집 『손이 큰 아이』, 괘관문집 『바람을 안고 살다』,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 번역집 『김기호 시 묵묵옹집』, 시조에세이집 『시조의 진경 톺아보기』, 교육도서 『창조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법』 등 펴냄.한국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2015 세종도서문학나눔, 2019 아로코문학나눔 선정. 의령충혼탑 헌시, 헌사 헌정(2013). 경상남도문인협회장, 경남문학관이사장, 한국시조시인협회부이사장, 오늘의시조시인회의부의장, 노산탄신100주년기념사업회장, 『화중련』 주간, 창원대학교, 진주교육대학교 강사, 경남거제교육청교육장 등 지냄. 현재 국립국어사전박물관건추위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문학인신문』 논설위원.
목차
1부 내고[起]
살 생生 ― 파자破字 1·12
들을 청聽 ― 파자破字 2·13
성낼 노怒 ― 파자破字 3·14
틈 1 ― 파자破字 4·15
물을 문問 ― 파자破字 5·16
돈 전錢 ― 파자破字 6·17
신선 선仙 ― 파자破字 7·18
행복 복福 ― 파자破字 8·19
굴 ― 파자破字 9·20
설 ― 파자破字 10·21
허물 죄罪 ― 파자破字 11·22
하늘 천天 ― 파자破字 12·23
약초 약藥 ― 파자破字 13·24
꽃 화花 ― 파자破字 14·25
기운 기氣 ― 파자破字 15·26
말씀 화話 ― 파자破字 16·27
흙 토土 ― 파자破字 17·28
2부 달고[景]
책 책冊 ― 파자破字 18·30
사라질 소消 ― 파자破字 19·31
씨 ― 파자破字 20·32
일 흥興 ― 파자破字 21·33
혀 설舌 ― 파자破字 22·34
참을 인忍 ― 파자破字 23·36
틈 2 ― 파자破字 24·37
베풀 복卜 ― 파자破字 25·38
눈 안眼 ― 파자破字 26·39
술 주酒 ― 파자破字 27·40
어질 인仁 ― 파자破字 28·41
말씀 어語 ― 파자破字 29·42
다닐 행行 ― 파자破字 30·43
어두울 암暗 ― 파자破字 31·44
소리 성聲 ― 파자破字 32·45
믿을 신信 ― 파자破字 33·46
사랑 정情 ― 파자破字 34·47
물 수水 ― 파자破字 35·48
3부 맺고[結]
쉴 휴休 ― 파자破字 36·50
아버지 부父 ― 파자破字 37·51
어머니 모母 ― 파자破字 38·52
답답할 울鬱 ― 파자破字 39·53
말씀 언言 ― 파자破字 40·54
주인 주主 ― 파자破字 41·55
엎드릴 복伏 ― 파자破字 42·56
스승 사師 ― 파자破字 43·57
시내 계溪 ― 파자破字 44·58
창문 창窓 ― 파자破字 45·60
불사를 소燒 ― 파자破字 46·61
칼 도刀 ― 파자破字 47·62
법칙 율律 ― 파자破字 48·63
음률 려呂 ― 파자破字 49·64
희롱할 농弄 ― 파자破字 50·65
먹을 식食 ― 파자破字 51·66
낮 주晝 ― 파자破字 52·67
밤 야夜 ― 파자破字 53·68
4부 풀고[解]
얼굴 안顔 ―파자破字 54·70
마음 허할 탐忐 ― 파자破字 55·71
마음 허할 특忑 ― 파자破字 56·72
잔약할 잔孱 ― 파자破字 57·73
한 일一 ― 파자破字 58·74
나눌 분分 ― 파자破字 59·75
다를 이異 ― 파자破字 60·76
고요할 정靜 ― 파자破字 61·77
이름 명名 ― 파자破字 62·78
숨길 비祕 ― 파자破字 63·79
불꽃 염炎 ― 파자破字 64·80
목숨 수壽 ― 파자破字 65·81
고요할 적寂 ― 파자破字 66·82
꿈 몽夢 ― 파자破字 67·83
길 도道 ― 파자破字 68·84
응 ― 파자破字 69·85
숨 ― 파자破字 70·86
■ 해설
성선경 | 감돌아 풀물 든 사람·87
공영해 | 꽃의 길, 파자破字에서 만난 붉은 피의 얼굴·100
정수자 | 가슴으로 읽는 시조·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