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도대체 번역 과정에서, 아니면 한국어에 무슨 사건이 있었길래, 한국어로 번역만 되면 철학이 종잡을 수 없는 학문이 되고 마는가? 어째서 철학책을 읽을 때마다 독자는 지혜를 구하기는커녕 자신의 문해력을 한탄해야 하는가? 이 책의 초판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며, 고발장이자 보고서였다. 그러나 초판의 단어 토폴로지 모델은 4차원의 행렬 분석으로 철학 용어를 분석한 탓에 그 의미가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인간은 3차원을 넘어서는 공간을 머릿속에서 연상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면 개정판을 통해 단어 토폴로지 모델 자체를 2차원 좌표 평면 분석으로 변경하고, 모든 단어를 재분석했다. 이 책은 단순히 번역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독자에게 철학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 명실공히 칸트의 대표 저작인 <순수이성비판>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전면 개정되었다. 우선 신규 분석을 추가하고 번역에 대한 중요한 입장 변화를 더하면서 내용을 크게 보강했다. 또한 번역 작업 일람을 제공하고, 주요 철학 용어를 평범한 우리말로 해설했다. 그런 다음 <순수이성비판> A판 머리말 전문 번역을 부록으로 추가했다. 이리하여 초판보다 100쪽 이상 분량이 증가했다.

사전에 이런 ‘사건의 알리바이’가 있음을 유의해야 함에도, 번역가들에게 이런 사실이 은폐되어 있다는 점, 이것이 철학 번역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며 슬픔이다. 이런 일들이 한 세기를 거치면서 철학 번역이 지식의 대중화를 가로막는다.
보통어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다시 말하면 소통을 포기해야 하는 난해한 단어를 버리지 못하고 고집하는 태도 자체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건전한 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코디정
에디터, 언어활동가, 변리사, <생각의 기술, 바로 써먹는 논리학 사용법>을 저술했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다. 제2회 정문술 과학저널리즘상(인터넷부문) 수상,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에서 지식재산법을 가르치며(겸임교수), 유튜브 <코디정의 지식채널>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