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필로소피아(philosophia)가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듯, 필로소포스(philosophos)는 지혜에 끌려 지혜를 찾는 자를 뜻한다. 지혜를 찾아가는 길은 많지만, 철학의 숲으로 난 길이야말로 지혜를 찾는 자에게 가장 친숙한 길이다. 《필로소포스의 책 읽기》는 동서양 철학의 기둥이 된 고전부터 21세기 사유의 최전선에 선 사상가들의 저서까지 76권을 통해 철학의 숲을 답사한다. 그 숲길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홉스, 마르크스, 베버, 아렌트, 푸코, 베유, 에스포지토, 그리고 붓다와 수운과 만해 같은 정신의 모험가들과 조우한다.“철학의 숲에서 만나는 이들은 다 사유의 친구다.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궁금해 못 견딜 것 같으면 조심스레 물어본다. 거기서 들은 이야기를 서둘러 기록한 것들의 모음, 이것도 작은 사유의 숲일지 모른다. 숲은 숲을 키운다. 숲은 잠들지 않는다.”이졸데 카림은 《나와 타자들》이라는 저서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오스트리아의 여성 철학자다. 철학 저술과 언론 활동을 병행하는 카림은 오스트리아의 극우화에 맞서 정치적 저항 운동을 벌이는 실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르시시즘의 고통》(2022)은 우리 시대의 현실을 분석하는 카림의 철학적 사유가 번득이는 저작이다. 이 책에서 카림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가 개인의 나르시시즘적 욕망을 통해 작동함을 밝혀 보인다.
서양의 사유 특성으로 흔히 수학적 사유가 거론된다. 수학의 엄격한 논리적 사유가 서양의 전통 철학을 낳았고 이 철학에 기초해 근대 물리학이 탄생했으며 물리학의 수리적 사유가 모델이 돼 다른 분과 학문들의 과학적 사유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수학과 논리학의 사유 형식이 근대 유럽의 세계 지배를 떠받친 정신적 힘이었다. 이 수리 논리적 사유를 ‘동일성 사유’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지식의 기초》는 이 동일성 사유의 역사를 드넓게 조망하는 책이다.
레비나스는 전쟁이 끝나고서야 (리투아니아의 가족이 모두 홀로코스트 희생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레비나스는 전체주의 폭력의 근원을 살핌으로써 그 폭력을 넘어설 길을 찾는 데 철학적 사유를 바쳤는데, 그 사유가 응집된 저작이 주저 《전체성과 무한》(1961)이다. 이 책에서 레비나스는 서구 철학의 존재론을 전체주의의 근원으로 지목한다. … 서구 존재론은 내가 만든 전체 체계 안으로 모든 타자를 포획하는 전체성의 철학이다. 전체성의 철학은 타자의 타자성을 인멸하는 동일성의 철학이다. 이 동일성의 존재론이 전체주의 폭력을 산출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고명섭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했다. 하이데거의 깊고 어두운 사유 세계를 탐사한 《하이데거 극장: 존재의 비밀과 진리의 심연》(전 2권)으로 2023년 제38회 ‘만해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 이밖에 니체라는 희귀한 철학자의 정신을 답사한 《니체 극장: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광기와 천재: 루소에서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생각의 요새: 사유의 미로를 통과하는 읽기의 모험》, 《만남의 철학: 김상봉과 고명섭의 철학 대담》(공저), 《즐거운 지식: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187편의 지식 오디세이》, 《담론의 발견: 상상력과 마주보는 150편의 책읽기》, 《지식의 발견: 한국 지식인들의 문제적 담론 읽기》를 썼으며, 시집 《숲의 상형문자》, 《황혼녘 햇살에 빛나는 구렁이알을 삼키다》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