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비굴한 바퀴
비틀걸음이 끌고 가는 수레
수북이 쌓인 빈 상자 위로
가느다란 노을빛이 쌓인다
신호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폭주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 은행잎이
가끔 수레를 멈춰 세운다
힐끗거리는 도로 녹색 신호등으로 바뀌자
벤츠 아우디 비엠더블유 제네시스
곁눈질하며 급출발한다
경쟁의 질주인가 삶의 경쟁인가
여러 차례 넘어지며 갈고 닦고
힘들게 목을 세웠는데
살 빠진 수레바퀴만 굴러간다
차곡차곡 쌓인 폐지의 무게가
많을수록 다리에 힘이 솟지만
도로에 달라붙는 바퀴의 비굴
산다는 건 높낮이가 없는 것인가
겨울밤 이야기
목련이 푸른 눈물 진하게 뚝- 뚝-
바람에 떨어뜨리며 지고 난 후
무성한 잎이 푸름을 자랑하다가
순백의 고운 자태 뽐내고 바람 타고 떠나간 지금
꽃이 아름다웠다는 것은
밤하늘 별과 목련만 아는 옛이야기
사립문 열린 마당 한쪽
흙덩이 뒤집어쓴 경운기가 졸고
힘들었던 여름을 되새김질하며
곤하게 황소가 잠드는 밤
연시 매단 외로운 감나무
빈 가지 흔들리는 설한풍 맞으며
세상에 나갈 길을 찾는 산골 집
흰 머리칼 날리는 소꿉친구들 모여
빛바랜 봄 사연들을 빈 잔에 채우고
어둠이 모아들어 외치는 소리
빈 가지로 남은 목련의 잠을 깨운다
살며 사랑하며
처마 밑에 한생을 만든다
거꾸로 사는 세상은
한겨울 덕장에 걸린 명태일까
매달려 보는 세상이 아름답기도 할까
서로의 모습에 웃다가 원망도 하다가
이런 사랑도 삶일까
바닥이 우리에겐 하늘이다
아래로 자라며 우리의 꿈은 똑같은 바닥
꽁꽁 얼어서 더 아름다운 삶
한겨울에도 우리에게 추위는 없다
거꾸로 사는 생의 특권
겨울의 아름다움을 찾았다고
떠드는 아이들 앞에서 노래가 만들어지고
메마른 마음을 흔들고
-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봉창에 달아 놓아요 -
네가 가도 나는 남는다
나의 하늘을 보며 산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경구
2004년 월간 문학세계 시 등단 2005년 중랑 사이버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수료 서울중랑문인협회 8대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중랑지부 회원 시마을3050 동인회장 문학신문사 시 창작지원금 수혜 중랑문학 대상 수상시집: 『꽃을 키우는 남자』 『딱, 그만큼만』동인집: 『옆으로 걷는 시간』외 다수
목차
한마디 ‥‥ 3
제1부 겨울밤 이야기
비굴한 바퀴 ‥‥ 10
겨울밤 이야기 ‥‥ 11
살며 사랑하며 ‥‥ 12
그때는 ‥‥ 13
빛의 굴절 ‥‥ 14
봄날의 상념 ‥‥ 15
간이역 ‥‥ 16
낙화 ‥‥ 17
동행 ‥‥ 18
지하철의 말 ‥‥ 19
사랑이 걷는다 ‥‥ 20
달맞이꽃 ‥‥ 21
고요를 쌓을 때 빛이다 ‥‥ 22
꽃이 꽃으로 피어날 때 ‥‥ 24
노을이 창가에 어우러질 때 ‥‥ 25
시간 따라가는 열차 ‥‥ 26
제2부 따뜻한 말
윤이월 ‥‥ 28
베틀 ‥‥ 29
엄마 손 ‥‥ 30
가족 묘원 ‥‥ 31
따뜻한 말 ‥‥ 32
민달팽이 ‥‥ 33
갱시기 ‥‥ 34
사랑관리기 ‥‥ 36
허망 속 희망 ‥‥ 38
배려 ‥‥ 39
어떤 귀향 ‥‥ 40
겨울을 배웅하다 ‥‥ 41
이대로 살고 싶네 ‥‥ 42
서운한 달 ‥‥ 43
피맛골 ‥‥ 44
바닥에서 ‥‥ 46
요런, 요놈이 또 ‥‥ 48
제3부 기차가 그리는 수묵화
기차가 그리는 수묵화 ‥‥ 50
철교 타고 넘은 세월 ‥‥ 51
딱, 그만큼만 ‥‥ 52
10월의 마지막 날 ‥‥ 53
바지랑대 높이 세우고 ‥‥ 54
힐링의 맛 ‥‥ 55
때가 되면 ‥‥ 56
무궁화호 열차에서 ‥‥ 57
새벽 강 ‥‥ 58
겨울 아침 ‥‥ 59
첫눈 오는 밤 ‥‥ 60
강가에 서서 ‥‥ 61
풍경 속으로 ‥‥ 62
설화(雪花) ‥‥ 64
쥐불놀이 ‥‥ 65
추령저수지 ‥‥ 66
골목에서 ‥‥ 68
제4부 봄이 오네요
봄이 오네요 ‥‥ 70
우수 ‥‥ 71
감꽃이 피었다 ‥‥ 72
중랑천 그 겨울 ‥‥ 73
첫 손님 ‥‥ 74
포도밭 아이들 ‥‥ 75
창경궁의 오후 ‥‥ 76
초강천의 하루 ‥‥ 78
상강 ‥‥ 79
선자령 ‥‥ 80
묵호 바닷가에서 ‥‥ 81
공룡을 딛다 ‥‥ 82
타지마할 ‥‥ 83
규칙 없는 규칙을 보며 ‥‥ 84
검은 비에 젖다 ‥‥ 86
제5부 꽃의 꿈
능소화의 꿈 ‥‥ 88
늦은 꽃 ‥‥ 90
홍매 ‥‥ 91
호박의 시간 ‥‥ 92
송홧가루 ‥‥ 93
배추의 고뇌 ‥‥ 94
억새 그 꽃다운 ‥‥ 96
처서 즈음 ‥‥ 97
소녀의 장미 ‥‥ 98
천왕봉 아래에서 ‥‥ 100
새벽, 화진포 ‥‥ 101
연화천 대피소 가는 길 ‥‥ 102
물안개 ‥‥ 104
<해설>
살아 있음을 느끼고 존재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기록 ‥‥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