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이누족은 가라후토 지역(사할린)부터 홋카이도에 분포하던 민족으로 고유의 문자가 없었다. 그들의 신화와 전설은 전승시인들을 통해 구전되었다. 아이누족의 언어와 문학 연구자들 중 이 책의 저자 구보데라는 아이누족의 서사시를 채록 정리하는 데 있어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린 학자이다. 7명의 전승시인들로부터 19년에 걸쳐 서사시를 채록했고, 그 전승시인들은 이제 모두 고인이 되었다. 아이누족은 일본 내지인과 동화되어 빠르게 그들의 문자와 문화를 잃었고 오늘날 언어와 전통은 거의 멸실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에 수록된 아이누 서사시는 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유일의 아이누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신요 106편, 성전 18편을 수록했다. 구보데라의 연구 논문을 곁텍스트화해 뒤에 수록했다. 구비전승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전략)나의 지아비받들어 모셔 온 나의 남편은은으로 만든 빗여섯 개나무로 만든 빗여섯 개를움켜쥐고 나가서돌아오지 않았다오랫동안아주 오랫동안나 생각하기를‘나는 그저 평범한 신이 아니거늘’그러고는 또언제나처럼곁눈질 않고오로지 바느질로일상을 보내고 있었지그렇게 한참이 지나도록내가 받들어 모셔 왔던 남편은돌아오지 않아괴이하게 여긴 나는지금까지 써 왔던 바늘을 꺼내점을 쳐 보니나의 지아비 신을 탐한물의 여신이남편을 유혹해자신의 집에 숨겨 놓았던 것이었더라(후략)
(전략)“지금까지이곳에 거미 신이 살고 있으리라 여겨찾아왔다만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라고 말하며불을 지피려는 순간화덕 안에서‘파밧’ 소리를 내며밤 소년이대마 신의 한쪽 눈을 파고들었지“아이고, 내 눈이야!”대마 신이 소리 지르며뒤로 넘어질 때바늘 소년이 엉덩이 살을 찌르니“아이고 내 눈!아이고 내 엉덩이!”대마 신은 소리 지르며일어나 창으로 향했지이번에는호박벌 소년이 눈에 침을 꽂으니“아이구야!내 눈! 내 엉덩이!”소리 지르며물통을 향하자독사 소년이 손을 물어“맙소사!내 손! 내 눈! 내 엉덩이!”외마디와 함께밖으로 달려 나갈 때머리 위에 있던 절구 소년이대마 신의 머리를 내리치니대마 신은 고통 속에 버둥대며“아이구!내 눈! 내 손! 내 엉덩이! 내 머리!”이렇게 소리 지르며밖으로 나가려바깥문에 이르렀을 때이번에는 절굿공이 소년이 위에서 떨어지니그 순간,대마 신 죽어 가는 소리가굉음과 함께 퍼져 나갔고끝내는잠잠해졌지(후략)
(전략)큰 솥을 걸고불을 지펴뜯어 온 풀을 삶을 때솥 절반에는 핏물이 끓고절반은 보통의 국이었으니이것을 보고나의 아비나의 어미가 크게 노하며 말하기를“이런 몹쓸 년!설마 했더니기어이 일을 저질렀더냐!이 솥에 붉은 피는 무엇이란 말이냐?”(후략)
작가 소개
지은이 : 구보데라 이쓰히코
1902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1925년 국학원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도경부립7중, 도쿄제2사범을 거쳐 도쿄학예대학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하였다. 1966년 정년퇴임 후(동 대학 명예교수), 고마자와(駒澤)대학으로 옮겼다. 그러는 동안 1960년에 문학 박사를 취득하고, 일본민족학회 평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다.언어학자 긴다이치 교스케(金田一京助) 박사와는 1922년 처음으로 사제 관계를 맺은 이래, 평생 경모의 마음을 품게 된다. 구보데라가 처음으로 홋카이도(北海道) 도카치(十勝) 오비히로시(帶?) 시내, 후시코(伏古, 현재 오비히로시에 편입) 부락을 방문한 것은 1922년 국학원대학(國學院大學) 재학 중 여름방학 때였다. 이듬해 1923년 8월에도 10여 일, 은사 긴다이치 교스케(金田一京助) 박사의 유카라 탐방 여행에 동반을 허락받아, 아이누 고유문화를 최고조로 발달시켜 펼쳐 가는 생활 속에서 더욱 옛 관습을 짙게 남기고 있던 도난(道南) 히다카(日高) 사루강(沙流川) 유역 마을을 방문했다. 이 사루(沙流) 여행이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기가 되어 학문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로써 홋카이도 혹은 가라후토(樺太)에도 몇 차례 방문하고, 또 아이누 노인들을 도쿄로 초대해 그 언어, 전승문학, 종교 의례 등의 채록 연구를 계속했다.그는 생애 최대의 역작인 《아이누 서사시, 신요·성전 연구》 출간을 보지 못한 채 1971년 11월 5일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