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소리’와 ‘듣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젠더, 권력, 예술, 기술, 환경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통찰을 제공한다. 책은 소리가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 예술적 가능성을 확장해 왔는지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특히 ASMR부터 AI 음성비서, 게임 사운드 디자인까지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청취 경험들을 복합적 의미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청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인문학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또한 우리가 매일 듣고 있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혹은 무심코 지나쳤거나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듣게 되는 소리들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하고 탐구하며 귀를 열면 들리는 것들에 대해 기록하고 성찰한다. 이 책은 그렇게 익숙한 일상의 소리를 낯설게 하고, 그 낯섦 속에서 인간과 사회, 감각과 권력, 기술과 정체성을 다시 듣도록 우리를 이끈다.소음을 정의하고자 하는 가장 순진한 시도는 소음을 ‘시끄러운’ 소리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시도는 ‘시끄러운’ 소리가 대상의 객관적 속성임을 가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고 있다. ‘시끄러움’은 대상의 속성이라기보다는 주체의 반응이다. 그러므로 시대와 장소, 상황에 따라 시끄러움은 바뀔 수밖에 없다. (…) 예컨대, 중세 시대의 오르간 소리는 매우 크고 시끄러운 소리였으나 신성한 소리로 여겨졌고,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에서 나는 소리 역시 불편한 느낌을 줄 만한 소리였을 텐데 당대에는 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인, 기분 좋은 소리였다는 것이다. 이런 소리들을 셰이퍼는 ‘성스러운 소음’이라고 불렀다.-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몇 해 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의 소리에 대한 현장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미리 답사한 인천국제공항의 정해진 코스를 걷게 하며, 귀 기울여 이 장소의 소리 환경을 듣게 한 다음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청각 경험의 특징을 확인하는 연구였다. 인상 깊은 소리가 무엇이었느냐는 공통 질문에 많은 여학생들이 ‘구두 굽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라고 했던 반면 남학생들은 단 한 명도 이 같은 답을 하지 않았다. 많은 여학생이 공항에서 들은 특징적 소리라고 했던 바로 그 소리를 남학생들은 단 한 명도 ‘듣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알수 없다. 어쩌면 남학생들은 높은 구두 굽이 바닥에 부딪혀 내는 소리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니 익숙하지 않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그 소리에 관심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젠더, 즉 사회적 성차가 듣는 소리의 범위와 방식을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구성된 소리, 만들어진 청취
그러나 월리스는 전화기 목소리가 흔히 여성인 이유에 대해, 여성이 수다와 가십을 좋아하도록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가정 영역에서 가족을 위해 지루하고 고단한 돌봄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의 위치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 시기 전화가 “여성화된 테크놀로지”로 인식되면서 남성들은 역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암묵적으로 “여성이 전화를 이용하여 일정과 약속을 잡고, 쇼핑을 하고, 가족들을 살피는 집안의 운영자oper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월리스는 말한다. 즉, 전화기는 여성에게 어느 정도의 권력과 통제권을 넘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에게 가정 안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유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소리가 들려주는 젠더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및 인공지능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HY과학기술윤리법정책 센터장이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관심 연구 분야는 과학철학, 기술철학, 과학기술학, 과학기술과 윤리이다.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 의장단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과학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은이 : 권송택
음악학자. 한양대학교 작곡과 명예교수. 음악과 소음, 음악 안의 소음, 음악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는 『음악 속 삶 읽기』가 있다.
지은이 : 정경영
음악을 좋아할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다가 다행히도 그것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노스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음악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사, 음악학, 음악과 관련된 교양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음악의 감동을 말이나 글로 '번역'하는 일, 음악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일, 음악적 상상력으로 인간과 문화를 살피는 일에 관심이 있다.
지은이 : 정혜윤
미학자이자 음악학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 교수.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공동연구원. 소리와 인간의 얽힘이 빚어내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역서로 『새로운 마음 과학』, 저서로는 『피터 키비』 등이 있다.
지은이 : 계희승
작곡과 이론을 전공한 음악학자. 한양대학교 작곡과 부교수. 2018년부터 KBS 클래식FM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코너에 출연해 “상상의 박물관”에서 탈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은이 : 김경화
음악학자.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연구부교수. 음악과 소리를 통해 오늘의 삶과 세계를 사유한다. 주요 연구로 「소리와 젠더」 「페미닌 보이스」 「노이즈의 역설」 등이 있다.
지은이 : 권현석
음악인류학자.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연구원. 우리가 맞이하는 오늘, 음악이 사회를 비추고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주요 연구로 「계급, 취향, 소리: 영화 〈기생충〉의 소리 문화 연구」(논문), 『Made in Korea: Studies in Popular Music』(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