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영국 NHS 정신과 의사 벤지 워터하우스가 우울증을 진단받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상실과 회복, 삶의 복잡성에 관한 이야기. 정신과 의사이자 우울증 환자로서 한 인간이 겪는 고뇌와 딜레마, 절망과 희망, 무너진 마음을 소생하려는 노력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당직 근무를 서던 어느 날 밤, 벤지 워터하우스는 자살 미수로 응급실에 실려 온 자신의 환자와 마주한다. 의사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우울증을 진단받는다. 정신과 수련의로 일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의사로서 정신 병동의 환자들과 교감하는 동시에 환자로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중의 여정에 뛰어들게 되고, 차츰 깨닫는다. 어떠한 병명으로도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때로는 그 설명되지 않는 마음과 마주하는 순간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는 출간과 동시에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임스〉 금주의 책으로 선정되고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선물한 심리서’에 오르면서 뜨거운 돌풍을 일으켰다.
출판사 리뷰
“때로는 진단명을 가려야만 보이는 마음이 있다”
고통의 다양한 얼굴과 마주한 어느 정신과 의사의
상실과 회복, 삶의 복잡성에 관한 이야기세상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마음의 고통이 특히 그렇다. NHS 정신과 의사 벤지 워터하우스는 우울증 환자가 되어, 한때 자신이 날마다 처방하던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나서야 깨닫는다. 마음의 고통을 단순히 뇌의 신경학적 불균형으로만 설명할 수 없음을. 약은 잠시 버팀목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그의 절망은 단순히 직업적 소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대체로 좋은 사람이었지만 가끔 야수가 되던 아버지, 공허한 마음을 일과 술로 채우던 어머니, 그리고 “목가적인 아동기를 보낸” 행운아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듯 달래던 날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그의 마음을 잠식해왔다. 그렇게 벤지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오롯이 마주하면서 삶을 일으킬 의지를 다지기 시작한다.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는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과 교감하고 우울증 환자로서 무너진 마음을 소생시킨 한 남자의 여정을 그린다. ‘우울증 걸린 정신과 의사’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반영하듯, 벤지 자신의 내밀한 고통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에 더해, 그의 가족과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현대 정신의학의 진단 체계가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인간 마음의 풍경을 보여준다.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파고든 이 회고록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위안과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정신 병동이라는 가장 특수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장 보편적인 인간 극장벤지 워터하우스가 몸담은 나이팅게일 병원의 수선화 병동, 웰빙 센터, 정신 질환 집중 치료 병동은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인격 장애, 약물 남용 장애처럼 만성적이고 심각한 질환을 앓는 중증 환자들을 상대하는 병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벤지가 마주한 것은 인간사의 가장 보편적인 얼굴들이었다.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여자,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도 자살을 계획한 금융가, 환청을 벗 삼아 살아가는 남자까지. 얼핏 특별해 보이는 이들의 사연은, 가족을 향한 애증, 성공 뒤의 공허, 절망 속에서 놓지 못하는 희망처럼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익숙한 감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별미는, 정신 병동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풍경들을 블랙코미디처럼 펼쳐 보인다는 데 있다. 왜 이곳에는 백인 의사만 있냐는 망상 환자의 뼈 있는 일갈, 환자를 위한 강제 입원이 오히려 환자에겐 지옥 같은 상황이 되는 역설은 치료 현장의 보이지 않는 역학 관계를 곱씹게 한다. 그런가 하면 정신과 의사가 진료 몇 분 만에 F로 시작되는 각종 정신 질환 코드를 환자에게 부여하는 모습을 두고 “환자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가공되는 과일 같다”라고 표현하거나, 전기충격요법의 원리를 묻자 “버퍼링 걸린 컴퓨터를 껐다 켜보는 것”과 같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장면도 나온다.
벤지는 이 책을 통해 정신 병동 안에서의 웃음과 눈물, 인간애와 고뇌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내면서 정신 병동이 누군가의 치료 현장을 넘어서 우리 삶과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이곳의 이야기가 환자나 의사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어릴 적에 그런 일을 당해서 정말 안됐어요. 그런데 팔에 새긴 문신에 ‘아빠’라고 적혀 있던데요?”
그녀는 옷소매 아래로 드러난 왼팔 피부를 당겨서 문신을 본다. 흐릿한 하트 안에 녹청색으로 새겨진 ‘아빠’라는 글자가 오른팔의 ‘엄마’와 균형을 이룬다.
그녀는 이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려고 애쓰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빠가 그 나쁜 짓들을 내게 하긴 했어요.” 그녀가 마침내 말문을 연다. “그래도 다른 면에서는 좋은 아빠였어요. 임시 보호 가정에 있을 때도 내 생일에 카드를 보낸 사람은 아빠뿐이었어요. 그리고 아빠는 아빠잖아요. 아마 항상 사랑하긴 할 거예요. 가족이란 게 복잡해요. 아시죠?”
“알죠.” 내가 말한다.
― <2. 고통의 우선순위>
환자들은 가공 처리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움직이는 과일과도 같다. 사과, 오렌지, 바나나 등에 붙는 스티커 대신 우리의 베스트셀러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 감정 불안정성 인격 장애다.
글릭 선생은 주요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에 주목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가르쳐줬다. 기분이 가라앉았거나 들떠 있는지, 환청 혹은 환각을 겪는지,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이 있는지 등을 살피라는 것이다. 환자의 인생 이야기, 다시 말해 ‘개인사’에 말려들면 안 된다.
― <5. F코드 붙이기>
작가 소개
지은이 : 벤지 워터하우스
영국 NHS 정신과 전문의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리즈대학교 의과대학을 수석 졸업 후, 10여 년간 나이팅게일 병원 수선화 병동, 웰빙 센터, 정신 질환 집중 치료 병동에서 수련의로 일했다. 정신과 의사이자 우울증 환자로서 겪은 경험을 진솔하게 그린 첫 회고록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를 출간했고, 이를 계기로 영국정신과의사협회가 선정한 ‘영감을 주는 정신과 의사’에 이름을 올렸다.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
1부 전구증
1 정신과 병동에서의 첫날
2 고통의 우선순위
3 조증이 사랑과 만났을 때
4 전기충격요법
5 F코드 붙이기
6 페기 할머니
7 방 안의 흰 코끼리
8 신의 아들
9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10 크리스마스 도둑과 꾀병
11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
2부 질병
12 행복의 주문이 풀릴 때
13 174호의 여자
14 폭력에는 얼굴이 없다
15 첫 번째 데이트
16 고통은 인간을 난해하게 한다
17 사랑과 자살에 관한 논쟁
18 올가미
19 침묵의 카운트다운
20 살인자가 모르는 살인
21 “당신은 아버지가 아니에요”
22 지키지 못한 약속
3부 회복
23 삶이란 복잡한 것이니까
24 팬데믹 블루
25 선의의 지옥
26 불가사리 이야기
27 정신과 탈출기
28 가족
29 새로운 시작들
감사의 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