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난 슬플 때 찍어 먹기를 해…….”
도서 크리에이터 ‘집착서점’
이강이 고백하는 ‘웃픈’ 청춘담
취향도, 전문 분야도 없다
오타쿠가 되지 못해 슬픈 존재들!
애매한 재능러들에게 전하는 희망담정공법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새로운 레퍼런스 ‘뼈해장국론’물론 저자가 처음부터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찍먹’을 외쳤던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여러 가지를 찍먹하다가 수많은 좌절을 맛봤다. 축구, 아르바이트, 창업, 수영, 마라톤, 크로스핏, 인턴, 취업……. 저자는 여러 영역을 경험하며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늘 미완에 그쳤다. 초등학생 시절, 축구부에서 훈련하며 충청북도 대회에서 1위를 했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며 그만두었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활짝 미소 지으려 애썼지만 ‘안 미소지기’라는 별명만 얻었다. 호기롭게 창업했지만 말아먹었다. 또한 군대를 전역하기도 전에 대외 활동 면접에 합격해 열정적으로 취업 준비를 했지만 취직한 광고대행사에서는 건강만 잃고 퇴사했다. 어느 것 하나 큰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맛만 보고’ 그만둔 것이다. 이를 두고 끈기 없다거나, 하나도 끝까지 못 버티는 근성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나에 끈질기게 매달려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성공해내는 것이 기존의 정공법이었다면, 저자는 이 문제를 독창적 은유로 풀어낸다. 바로 ‘뼈해장국론’이다. 뼈해장국론은 뼈해장국 속 뼈에 붙어 있는 살을 깨끗이 발라 먹지 않고 큼지막한 살만 먹어도, 뼈해장국을 먹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뼈다귀에 붙어 있는 80퍼센트의 고기만 먹는 것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맛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남은 20퍼센트의 살점을 발라내려면 80퍼센트를 발라 먹기 위해 들인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저자는 이때 과감히 새로운 뼈다귀를 집어 든다. 그리고 또다시 가장 맛있는 살점만 발라 먹는다. 이 비유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과 끈기를 찬양하는 기존 시류에 쉼표를 두는 것이다. 수많은 일에 손을 대보고, 때로는 금세 접고, 다시 다른 일을 시작하며 살아도 괜찮다는 위트이다.
나는 어느 분야가 됐든 80퍼센트까지만 체화한다. 그러다 보니 디테일은 다소 떨어지지만, 새로운 뼈다귀를 잡는 데 부담이 덜하다. 애초에 이걸 다 발라 먹을 생각이 없으니 부담 없이 잡아서 먹기 쉬운 부분을 찍먹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뼈다귀를 찾아 떠난다. 나는 이를 ‘뼈해장국론’이라고 명명한다. 나는 앞으로도, 끓는 물에 푹 삶아 살을 전부 발라낸 새하얗고 순수한 뼈를 발굴하지 못할 운명이지만 나만의 노선을 정하기로 했다. (23~24쪽)
한 분야를 깊게 파지는 못했어
그래도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잖아?저자 이강은 찍어 먹어본 것들을 기꺼이 꺼내놓아 독자들과 미완의 역사를 나눈다. 창업했지만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접었을 때, 저자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취직한 광고대행사에서는 퇴근도 없이 일했지만 건강 악화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과 애를 쓰다 결국 퇴사했다. 그러다 해맞이 행사 안전 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도서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흘 후 ‘집착서점’의 첫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마음먹고 시도한 일이 한 사람을 전혀 예상치 못한 삶으로 이끌었다. 엄격한 누군가는 긴 방황일 뿐이라면서 함부로 정의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궤적은 결코 단 하나의 길로 수렴되지 않는다. 저자는 실패와 방황으로 보이는 흔적들은 사실 탐색의 발자국임을 직접 증명한다. 본인의 이야기가 “바라건대 애매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에게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241쪽)고 말하며 일률적인 세상에 묻는다. ‘찍먹’하면 안 될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그간 사회는 정공법에 대한 과한 찬사를 보내왔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열심히 스펙 쌓아서 좋은 직장을,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가지라고 일갈해왔다. 언뜻 쉬지 않고 한 길을 달려야만 가능해 보이는 이 경주는 줄 세우기와 다름없다. 남들보다 먼저, 미리 앞서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하나를 끝까지 파지 못한 채 떠돌아다닌 흔적은, 어쩌면 시대의 불안과 청춘의 솔직한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의 에세이에서 우리는 담백하지만 따뜻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봐도 된다고. 하나의 길만 있지 않다고. 웃으며 털어내는 것만으로도 청춘은 충분하다고. 이 메시지를 통해 ‘찍먹 인간’은 포기자가 아닌, 끊임없이 삶을 탐색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정답에 가까워지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 시도하고 직접 부딪혀보는 것뿐이다.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해봐야 후회가 남지 않고, 해봐야 마음이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하나 해보면서, 우리는 조금씩 ‘나’에 대해 알아간다. 새로운 게 나오면 찍먹하고, 음미하고, 탈 나면 뱉고, 맛있으면 기꺼이 소스를 부어본다. (233쪽)
‘찍먹’도 재능이다!
프레임을 거꾸로 돌려놓는 ‘지금 청춘’의 강펀치저자는 군인 시절 예순 권이 넘는 도서의 독후감을 남길 정도로 독서에 푹 빠지게 됐다. 훈련소 때부터 오십 권 정도의 책을 읽으면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본인의 모습이 바뀔 수 있을 거라 기대했을 정도였다. 본인이 진정 원하고 애정할 수 있는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저자는 문학에 가장 천착해왔는데, 그 이유는 “삶을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각도에서 찍먹해볼 수 있”(93쪽)기 때문이었다. 이는 단편적인 목표와 평면적인 세상의 기준에 지친 찍먹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기도 하다. 저자는 문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경”(94쪽)이라면서 “그 안경들로 하나의 현상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94쪽)고 말한다.
‘그래도 여전히 찍먹 인간’이라는 제목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의 의미가 가득하다. 세상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고 그 속도는 어떤 이들에겐 너무 빨라서 쫓아가기가 힘들 정도다. 이런 세상에서 저자는 당당하게 다양한 찍먹을 한 이후에도 끊임없는 시도와 변주, 도전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감사한 나날이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할 수 없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나의 찍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집착서점’ 계정 내에서도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카메라 각도, 시네마틱 효과, 필터, 공간 연출 등 육십 초 안에서 수많은 변주를 주고 있다. 이 원고가 끝나면, 롱폼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231~232쪽)
타고난 재능과 노력하여 기른 재능 중 무엇이 더 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 두 재능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무슨 재미난 짓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찍먹 인생의 여정은 빛나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앞머리를 불태워 날려 먹었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배웠고, 창업에 실패했지만 회복탄력성을 길렀으며, 퇴사했지만 그러므로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이것은 높은 곳에서의 빛남은 아니어도,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서의 빛남과 같다. 이 귀여운 저항은 세상을 피라미드로 규정한 프레임을 거꾸로 돌려놓는 어깃장이며, 그 어깃장을 함께 붙잡는 이들과의 눈 맞춤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 반짝이지 않으면 실패한 삶이라고 규정하는 시선에 맞서는 이들과의 연대이기도 하다.
성공 조언이 홍수처럼 넘실대는 작금에 저자의 ‘짠 내’ 나는 에피소드는 유쾌하게 그 조언을 소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맑은 소리를 뿜어낸다. 너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나 같은 사람들도 있다고. 정공법에서 비껴간 인생이지만 우린 저마다의 리듬과 무늬가 있다고. 느리지만 아주 분명하게 자신만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고. 이 에세이는 사다리를 빨리 오르려 하지 않고 호기심을 무기 삼아 끊임없이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는 사람들을 새로이 보여준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낡은 강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울타리를 만들자고 응원한다. 책장을 덮을 땐 든든한 친구가 생긴 기분일 것이다. 그리고 혼자 뒤처져 있는 듯한 느낌에 괴로울 때, 어깨동무하고 있는 온도를 잊지 말라는 다정한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하지만 바라건대 애매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에게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저렇게 부닥치며 살다가 끝내 길을 찾기도 하는구나…… 웃픈 삶이로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이 생각 하나만이라도 심어줄 수 있다면 이 이백 쪽짜리 종이 뭉치에게도 조금은 덜 미안할 것 같다. (239쪽)

앞으로 또 무슨 세상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다 흥미가 생기면 찍먹해본다. 해보고 재미있으면 계속하고, 도저히 각이 안 나오면 당근에 올린다. 이렇게 시도 → 실패 → 포기를 반복하다 보면, 애매한 재능 중에서도 ‘덜’ 애매한 재능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찍먹하다 남은 소스를 붓고, 본격적으로 해보면 된다. 길이 열리게 된다. 이 책이 스페셜리스트가 되지 못한 나머지 96퍼센트에게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다. 사실 꼭 그런 교훈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십 대를 막 지나온 누군가의 기록을 슬쩍 구경하다 가도 괜찮을 것 같다.
누군가 취미를 물어보면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으면서 그냥 “새로운 경험하는 거 좋아해요”라고 얼버무린다. 이런 맥 빠지는 대답은 재미도 없고, 특별하지도 않다. ‘아…… 내 취미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