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조국래 번역가가 아는 지인(대부분 아빠들)들에게 이 책을 선보이면서 그림이 너무 좋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이 한 지인이 울컥해서 아빠에 관한 아이들의 책을 내줘서 너무 고맙다고 고개 숙여 인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1. 왜 아빠 이야기는 그림책에서 자주 비켜날까?아이와 책을 읽다 보면 ‘엄마’ 서사는 넘쳐나지만 ‘아빠’는 배경 인물, 출근 인사, 또는 해결사 역할로 짧게 스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빠 독자들이 “아빠에 관한 그림책이 정말 없다”라고 볼멘소리를 하죠. 바로 그 허전한 자리에 조용히 파고드는 책이 《아빠 기억나?》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여러 아빠들이 “드디어 아빠를 말해주는 그림책을 만났다”고 실제로 출판사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빠들이 아들이 태어났을 때 신체 비율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들의 머리통을 보면서 함부로 할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고, 그 감동이 항상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는데, 어느 새 아들과의 관계에서 아빠의 존재가 하나도 없이 빠져나간 것 같아 서운함을 느끼고 갈증을 호소할 길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물건에서도 ‘아빠’ 서사를 찾아보기 힘들어 진한 소외감을 느끼는 형편입니다. 솔직히 그나마 이런 그림책이나마 나와 출판사 입장에서도 작가 마르코 발자노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2. 《아빠 기억나?》가 건네는 감정의 톤이 책은 거창한 사건 대신 ‘기억’과 ‘관계’라는 일상의 결을 붙잡습니다. 아이가 아빠에게 “기억나?” 하고 되묻는 형식은, 가족의 시간들이 얼마나 빨리 스쳐 지나가는지를 상기시킵니다. 이 구조 덕분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기 집 이야기를 책 속 빈자리로 불러들이게 되죠.
3. 아빠 독자들이 특별히 감사해하는 지점많은 아빠들의 반응을 묶어 보면 이런 키워드가 반복됩니다.
① 존재의 ‘증명’: 내가 집안에서 실은 꽤 많은 순간을 만들었는데 책 속엔 잘 없었다는 박탈감 해소.
② 정서의 허용: “일어나야 해야 한다”는 기대 대신, 다정·그리움·서ㅤㅌㅜㄻ 같은 감정이 허용되는 장면들.
③ 시간의 역류: 일에 몰두하느라 놓친 장면을 책이 되감아 주는 ‘리플레이’ 기능.
④ 말 걸어주는 장치: 아이에게 “우리도 이런 순간 있었지?”라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대화 촉매.
4. 왜 지금 ‘아빠 그림책’이 필요할까요?① 돌봄 구조 변화: 재택·유연 근무 확산으로 양육 참여도가 높아진 아빠 세대에게도 아빠의 이야기가 필요하고,
② 정서 언어의 결핍 보완: 말문이 막힐 때 책이 ‘감정 번역기’ 역할을 합니다.
③ 기억 아카이빙: 사진과 동영상은 많지만 이야기가 결여된 가정 아카이브에 ‘서사 층’을 추가할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5. 그림과 디자인이 주는 메시지표지의 절제된 색감과 여백은 ‘크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관계’를 닮았습니다. 과하게 귀엽거나 과장된 표정 대신, 약간 시적인 거리감이 있어서 오히려 독자가 자기감정을 투사할 여지를 남깁니다. 즉, ‘내 이야기로 재조립 가능한 열린 구조’를 그림이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6. 함께 읽을 때 활용 팁다음과 같은 질문을 곁들이면 이 책이 더 ‘우리 집 책’이 됩니다.
① “우리도 처음으로 같이 했던 게 뭐였지?”
② “아빠가 기억해 줬으면 하는 네 순간은?”
③ “앞으로 ‘기억나?’라고 다시 말하고 싶을 새 장면 하나 만들자면 오늘 뭘 할까?”
④ “아빠가 놓친 순간 중 다시 보고 싶은 건?” (아빠가 솔직히 말해 보기)
7. 아빠 혼자 먼저 읽고 메모하기책장을 넘기며 떠오르는 개인 기억을 휴대폰 메모에 단어만 적어 두세요. (예: 첫 목욕 / 자전거 / 첫 등교 배웅)
이후 아이와 재독하며 그 단어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면 ‘가족 연대기’가 입말로 살아납니다.
8. 이 책이 불러오는 두 가지 방향의 치유① 회복: 잊힌 순간을 소환하며 “내가 충분히 곁에 있었다” 혹은 “그다음은 더 함께하자”라는 자기 긍정.
② 재설계: 일과-돌봄의 스케줄을 책 읽은 직후 현실적으로 조정해 보는 실천. (예: 주 1회 저녁 산책 고정)
9. ‘이 책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메시지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는 것은 “아빠도 너와의 기억을 곱게 다지고 싶고, 서로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저장하자”라는 선언입니다.
그동안 ‘아빠 파트’가 비어 있던 우리 집 책꽂이에 한 칸을 채우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아빠 기억나?》 는 훌륭한 첫 시작이 될 것입니다. 책을 덮은 뒤 꼭 한 문장이라도 직접 말해 주세요.
“우리가 새로 기억하고 싶은 다음 장면은 뭐로 할까?”
그 질문 하나가 다음 주, 다음 달, 그리고 훗날 ‘기억나?’라는 또 다른 미소를 준비해 줄 거예요.
읽으셨다면, 지금 바로 오늘 안에 ‘기억 저장용 30분’을 달력에 꽂아 두세요. 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결국 행동의 변화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