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제자들과 동료들에게 바치는 고해성사이자,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께 건네는 따뜻한 연대의 손길”선생님, 저 대학 안 가요. 할아버지가 돈 없대요.“
부모는 연락도 안 되고, 기초생활수급자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가난하고 무기력하고, 누구에게도 예민한 내면을 정서적으로 돌봄받지 못하는 소녀. 그 학생의 대학 입학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 장학금을 구하러 다니는 국어선생님. 소설가이기도 한 이 국어선생님은 학생들을 제자가 아니라 함께 글쓰는 도반이라 생각하며 몇 십 년 동안 입시의 최전선인 고등학교에서 꿋꿋하게 문예반을 이끌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글쓰기의 힘인지, 문예반에는 상처 많고 사연 많은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 들기 시작했고, 선생님은 어느새 ’문제 학생들의 대모‘가 되었다.
365일 사직서를 품고 다녔던 선생님은 무사히 정년을 마쳤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마흔셋에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깨달았다. 늘 교단을 떠나고 싶어했지만, 자신을 지킨 건 결국 학교와 학생들, 그리고 글쓰기였다는 걸.
한 교실에 앉아 있는 서른여 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 모두가 매일 아침 신선한 과일과 달걀을 먹고 행복한 기분으로 학교에 오는 건 아니다. 전날 밤, 지긋지긋하게 싸워대는 부모 때문에 혼자 귀틀어막고 밤새 울다 왔을 수도 있고, 술 취한 아빠에게 따귀를 맞고 왔을 수도 있다.
교사는 모른다. 아이들의 내면까지 살펴볼 여유가 없다. 모든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기분을 묻고, 따뜻하게 웃어주고 싶어도 늘 할 일이 너무 많다. 쏟아지는 공문, 기안, 민원 그리고 시험, 시험... 이미 병들어 버린 교실에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죽지 못해 버티는 중이다.
출근 준비로 바쁜 월요일 아침, 갑자기 아끼는 담임반 아이에게 전화를 받기도 한다.
「... “선생님, 학교 가려고 집을 나왔는데 도저히 못가겠어요.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소미는 연신 울음을 삼켰다.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우울증이 자해 충동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겨우겨우 참고 있지만,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소미야, 정 그러면 학교 안 나와도 괜찮아. 오늘 하루는 편히 쉬렴.”
“네, 선생님. 엄마 출근하고 나면 다시 집으로 갈게요.”
“그래, 꼭 집으로 가야 해. 다른 곳에 가려면 목적지는 알려주고.”
소미는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어른들 앞에서 독기를 쏟아내긴 했지만, 자신의 예의 없었던 행동에 미안해할 줄 아는 아이였다... 」
교사는 아이들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자해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한 학생과도, 술과 도박에 빠진 학생과도, 학교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학생과도 선생님은 마주 앉아야 하고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 그를 피의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성장해 가야 할 학생으로 바라봐야 한다. 비록 직업 교사일지라도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안기니까.
이 책은, 입시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무사히 40여 년을 버텨낸 어느 국어교사이자 소설가의 생존기다. 자신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제자들과 동료들에게 바치는 고해성사이고, 오늘도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께 건네는 연대의 손길이기도 하다. 선생님들의 선생님인 장정희 선생님은 ’내 글이 혹한의 시간을 건너갈 누군가의 마음을 덥히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촛불 한 자루의 힘을 믿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단호히 한마디를 덧붙인다. <존경 따위 넣어둬>라고!
“학생도, 교사도 자기만의 ’숨구멍‘ 찾아야 해.”
“쉬면 녹스는 게 아니라 쉬면 고인단다.”
아름답고 다정한 문장이 주는 위로해녀는 극한 노동을 온몸으로 버텨내다 마침내 물 밖으로 나와 오래 참았던 ’숨비소리‘를 내지른다. 생명을 건 처절한 전쟁터인 바닷속에서 몸이 파랗게 얼어붙을 때까지 참고 참았던 숨. 숨비소리가 필요한 건 해녀만이 아니다. 심야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병동을 누비는 간호사, 하루치 품삯을 기대하는 일용직 노동자...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잠수하듯 모두가 현실 깊숙이 잠수한 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 모두에게 잠시라도 숨구멍이 필요하다.
해녀가 일하는 바닷가에는 하얀색 스티로폼 같은 게 떠 있는데, 이걸 ‘테왁’이라고 한다. 작업하다 물 위로 올라와 이 둥근 스티로폼 두렁박에 몸을 의지해 잠시나마 숨을 내시는 거다. 그야말로 망망대해 위의 작은 ‘숨구멍’이다.
저자는, 교사로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꼭 ‘자기만의 숨구멍’ 테왁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에게는 그 숨구멍이 글쓰기였다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 늘 사표를 품고 다녔지만 사실은 교직에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었고, 글쓰기의 힘으로 간신히 교사로서의 삶도 버틸 수 있었다는 것.
「울고 싶었다. 아니 울었다. 교장을 찾아가 담임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상처받은 아이들끼리 내뱉는 말과 기상천외의 행동들, 이로 인한 갈등이 학교폭력위원회에 부쳐지고, 죽기 살기로 개입하는 학부모들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까지...」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가고, 동료들이 하나둘 ‘명퇴’라는 이름으로 교단을 떠날 때.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아침마다 발목에 무거운 쇳덩이를 매단 듯 집을 나서야 하는 선생님들. 특히 서이초 교사 사건처럼 저연차 선생님들의 비극을 사회면에서 접할 때면 누구라도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물론 현실에서는 정말 이상한 교사도 많다. 어떤 사람은 학교가 지옥 같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교사에 대해 나쁜 기억만 가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선생님들께 어느 정도는 빚지고 있다. 언젠가는 학생이었고, 학생을 맡기는 학부모이기도 하며, 교사가 될 수도 있고, 교사를 가족으로 둘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그들에게 존경까지는 아니어도 응원은 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온갖 꽃과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화려한 꽃이라도 혼자서는 빛나지 않는다.
“있잖아. 난 네가 학교에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으면 좋겠어. 내가 어떻게 너를 도울 수 있을까?”
목차
Prologue
1교시 _ 한평생 교사 / 수업 목표 ; 나만의 숨구멍 찾기
교사로 산다는 것
학교는 꽃밭이자 텃밭
피에타, 피에타
나는 오늘도 걷는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힘, ‘꼴리는 대로 산다’
그리운 ‘지금’
내 생애 마지막 교실 수업
살아남은 자의 슬픔
2교시 _ 다정한 마음으로 / 수업 목표 ; 가르치면서 배우기
꿈을 찾는 것이 ‘꿈’인 아이들
자퇴와 전학 사이
견딤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내 슬픔을 꺼내는 시간
이 반지가 너를 지켜줄 거야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왜 아이는 내게 세 번이나 물었을까
8박 9일의 이인삼각
용서받은 자의 슬픔
어느 날, 내게 도착한 편지
네가 선생님이어서 정말 좋아
3교시 _ 다독다독 한 걸음 / 수업 목표 ; 세상을 환히 밝힐 꽃들에게
교실 풍경
차례차례 피는 꽃
쉬면 고인다
잠을 자야 꿈을 꾸지
재은이의 용기
이야기가 있는 시, 3분 스피치 (1)
-울기 좋은 곳, 화장실
이야기가 있는 시, 3분 스피치 (2)
-사과나무에는 사과꽃이 핀다
나를 키우는 ‘경청’의 힘
그 사랑이 너의 것이 되려면
4교시 _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 / 수업 목표 ; 기꺼이 버티기 위하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라도 말, ‘포도시’
삶을 버텨내게 하는 것들
너에게서 향기가 난다
좋은 삶을 배우려면 좋은 삶을 맛봐야 한다
뿌리 하나 살아있다면
7등급도 교대 합격이라니
교사가 정치에 개입한다고?
5교시 _교사와 작가 사이 / 수업 목표 ;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어서
내 불행도 ‘재산’이 될 수 있다면 (1)
내 불행도 ‘재산’이 될 수 있다면 (2)
내 불행도 ‘재산’이 될 수 있다면 (3)
재능보다 ‘공감’
내면의 근육을 다지는 ‘독서’
열정이 재능이다
예비작가와 무명작가의 의기투합
지금 여기, 돋아나는 새싹들
내 가슴에 한 떨기 꽃으로 남아
6교시 _ 나누는 즐거움 / 수업 목표 ; 작품에서 배우기
부모와 거리 두기
-소설 《벽장 속 남자와의 대화》, 이언 매큐언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합니다
-영화 <가버나움>, 나딘 라바키 감독
내 아이, 우리 아이들의 블랙홀
-드라마 <소년의 시간>, 필립 바란티니 감독
내 안의 자존과 품위, 손수건
-소설 《숨그네》, 헤르타 뮐러
행복은 반복을 통한 나선형 구조
-영화 <패터슨>, 짐 자무시 감독
내 아이를 망치는 학부모 갑질
-사회비평 《괴물 부모의 탄생》, 김현수
빈곤의 대물림,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에세이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에세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살아서 이루는 일상의 평화
-소설 《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어린 장발장을 위하여
-에세이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천종호
우리의 청년 노동자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권리
-실화 소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에이미 엘리스 넛
Epilogue / 나를 키운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