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최신 장편. 한국과 헝가리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해온 김보국 성균관대 연구교수의 섬세한 번역으로 만난다.
이 작품은 ‘죄믈레’라는 이름의 개가 사라진 단순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부재 속에 세상의 붕괴와 인간 존재의 공허를 비춘다. 질서가 무너지고 익숙한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세계에서 인물들은 정상으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끝내 무력하다.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문장은 마치 언어 자체가 길을 잃은 듯한 감각을 자아낸다.
출판사 리뷰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최신작 장편 국내 최초 헝가리어 원전 번역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
_2025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
“공포스럽고 기이하며 끔찍하게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서 존재의 질감을 포착한다.”
_2015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이유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
_수전 손태그
“그의 보편성은 동시대 문학이 다루는 사소한 관심사를 능가한다.”
_W. G. 제발트
2025년 10월 9일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강렬하고도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며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안데르스 올손 노벨위원회 의장은 “그의 작품은 중앙 유럽의 대서사 전통을 잇는 작가로,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부조리와 그로테스크의 계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작가의 최신작 장편소설 《죔레가 사라지다(Zsomle Odavan)》(2024)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0번으로 출간된다. 헝가리 대표 문학 작품인 《여행자와 달빛》 《장미 박람회》 《도어》 등을 한국어로, 한국 대표 문학 작품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채식주의자》를 헝가리어로 옮기며 양국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해온 김보국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연구교수의 섬세한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소설은 겉보기에는 사소하고 하찮은 사건을 이야기한다. 죔레라는 이름의 개가 사라진 일이다. 화자나 주변 인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 애쓰지만, 이야기 속에서 정확히 어떻게, 왜 사라졌는지는 결코 밝혀지지 않는다. 텍스트의 첫 번째 층위에서 이 모든 것은 일상적인 비극이다. 작은 동물을 잃어버린 일로, 주인의 삶에 공허를 남긴다. 그러나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에서 흔히 그렇듯, 사건 뒤에는 더 깊은, 형이상학적인 결핍이 드러난다. 죔레의 실종은 세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축소해 보여준다. 질서가 무너지고, 익숙한 것들이 무의미해진다. 등장인물들은 정상으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에는 무의미함과 무력감이 도사리고 있다. 내레이션은 느리고, 순환적이며, 반복적이다―마치 언어 자체가 그 탐색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 제목에서 사용된 ‘사라지다(odavan)’라는 단어는 ‘열광하다’라는 이중적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삶에 대한 갈망과 소멸의 불가피성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결국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죔레는―인간의 행복이나 믿음처럼―되찾을 수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 짧은 이야기는 일종의 실존적 비유로, 평범한 사건 속에서 존재의 부조리가 스며 나온다.
목차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8부
9부
10부
11부
옮긴이의 말